▲스코틀랜드 동쪽의 작은 어촌 마을 '세인트 모넌스'
제스혜영
세인트 모넌스에 도착하자마자 코 끝으로 스며드는 짭조름한 냄새가 나를 바닷가로 끌고 갔다. 바닷물은 벌써 저어만치 모습을 감추고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노랗고 연둣빛의 해초머리를 풀어헤치며 해맑은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가위가 들어간 방수 가방 두 개를 어깨에 둘러 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장보기를 시작할 것이다(참고로 한국에선 채취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 곳은 특정인 소유의 바다가 아닌 이상 채취가 가능하다).
첫 번째 품목은 다시마.
물이 살랑이는 저 끝의 바다까지 다다르려면, 뽀글뽀글하고 미끌거리는 초록 융단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 탓에 평지라면 5분이면 거뜬히 걸을 수 있을 거리를, 우리는 몇십 분째 낮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어쩌다 올가와 눈이 마주치면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겨우겨우 파도가 찰랑이는 곳까지 도착하니 정말 집채만 한 바위가 눈앞에 나타났다. 가방이 떨어지지 않도록 겨드랑이 사이에 바짝 붙이고 큰 바위를 조심조심 짚어가며 걸었다.
바위 밑으로 짙고 탁한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게 꽤 깊어 보였다. 갈라진 바위틈 사이를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야 큰 바위에 뿌리를 박고 물아래로 널브러진 누르스름한 갈색 다시마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발을 잘못 디디는 순간 난 이 광활한 바다에서 영원히 다시마와 함께 널브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살짝 섬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