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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 버스기사 말에 충격... 50년 안에 78곳 무너진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형관 KBS 창원총국 기자

등록 2024.09.23 10:24수정 2024.09.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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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하더라도 국토 균형 발전이 화두였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하기도 했고 혁신 도시를 통해 지역 불균형 문제를 풀어 보려고 시도 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불균형 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에 대해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금은 지역 소멸 문제가 지방 소도시 얘기지만, 머지않아 광역시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5일 KBS 창원총국 기자들이 '대한민국 인구 소멸 지도'를 제작해서 공개했다. '대한민국 인구 소멸 지도'는 지금 출산율 등을 기준으로 100년 후까지 미래 인구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전국 229개 시군구의 향후 100년간 인구 변화를 분석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인구 소멸 지도'는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는지 들어보고자 지역 소멸 문제를 꾸준히 취재해 온 이형관 KBS 창원총국 기자와 지난 21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a  이형관 KBS 창원총국 기자

이형관 KBS 창원총국 기자 ⓒ KBS


- 지난 5일 그동안 제작한 '대한민국 인구 소멸 지도'를 공개하셨잖아요. 반응이 어떤가요?

"일단 저희 사이트 오픈하고 나서 다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이트에서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인구가 앞으로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 혹은 주요 인구 지표가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로 많이 체감한 듯합니다. '놀랐다'라거나,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 '대한민국 인구 소멸 지도'는 어떤 것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국토연구원에 있는 남기찬, 차미숙 박사님과 같이 준비했던 프로젝트고요. 현재의 인구 추세가 앞으로 계속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전국 229개 시군구의 향후 100년 동안 인구 변화를 분석했던 자료입니다. 지역별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지금 확인하고 싶은데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요. 그래서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하게 됐어요."


-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2021년 <시사기획 창>에서 '소멸의 땅-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편을 제작할 당시에도 지방 소멸 실태에 대해 진단하고 싶었었는데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혼자 하기 어려웠었어요. 그러다 올해 3월쯤에 국토연구원 차미숙 박사님과 '인구 위기 시계처럼 캠페인 형태로 뭔가를 만들어보면 어떠냐'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돼서 지도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 KBS 창원 총국 기자들과 같이 만든 거잖아요, 처음에 이 기획에 대해 얘기했을 때 다른 기자들 반응이 어땠나요?

"기자들에게 인구 문제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언가 보이는 현장도 충분하지 않고, 미래 인구를 예측해 보자는 게 저희의 목적이기 때문에 사회과학 연구 소재로는 적절할 수 있겠지만 뉴스로 뭔가를 만들어보겠다는 데에는 한계점이 있을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어요. 다만 저희가 이런 걸 시도해서, 미래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자는 취지에는 다 공감했어요."

- KBS 창원 총국에 있는 게 영향을 미쳤을까요?

"지역에 있다 보니 인구 감소 실태를 많이 느끼죠.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잖아요. 근데 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의 충격이 조금 더 빠르고 크게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지역민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시죠."

"하루 2만 원도 안 되는 버스 수입... 그만큼 사람 없다는 것"

- 2021년 <시사기획 창>에서 '소멸의 땅-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벌써 3년 전인데 지역 소멸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취재 해온 기자님이 볼 땐 어때요?

"상황이 많이 악화된 것 같아요. 출생률도 계속 악화되고 있잖아요. 그와 동시에 고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지역의 인구가 이동하는 인구 집중도도 가속화되고 있죠. 개인적으로 판단했을 때 너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최근 저희가 경북 영양군을 취재한 적 있었어요. 경북 영양군이 대한민국에서 섬 지역을 제외하고 내륙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이고 2006년도에 인구가 2만 명 이하로 처음 줄어든 곳입니다. 인구 2만 명이 중요한 기준인데, 지방자치법상 읍을 만들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인구 단위예요. 2만 명은 돼야 읍 정도 되는 도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인데 2만 명을 유지하지 못 하면 읍조차도 만들지 못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결국 도시적 기능이 무너지는 소멸의 단계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이 보시거든요. 이런 소멸이 먼저 찾아온 곳이 바로 경북 영양군입니다.

인구 2만 명이 무너진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라고 해서 찾아가 봤더니 군 내 버스가 있어요. 버스 운전기사님께 요금 수입을 여쭤봤어요. 그러니까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정도까지 일 하시는데 하루 평일 수입이 2만 원이 안 된답니다. 그러니까 한 사람당 내는 돈이 1300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용객이) 10명 정도 남짓인 거죠. 그만큼 사람들이 없다는 문제인 거고, 여기에 의료 등 공공 인프라까지 많이 무너져서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출생률을 높인다는 식의 인구 증가 대책은 시간도 많이 오래 걸릴뿐더러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인구 감소도 감소인데 지방에 노인 인구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지역에 고령화 인구가 많은 게 맞아요. 사실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출생률은 더 높거든요, 놀랍게도요. 근데 인구가 더 적어요. 이유가 뭐냐면 비수도권의 사망률이 더 높습니다. 고령화 인구가 많아서 사망률이 더 높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인구 소멸 시계'가 있던데, 어떤 건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인구 2만 명 기준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입니다. 소멸의 기준은 지금까지 뭐였냐면,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가 창안했던 개념을 한국에 대입한 건데 사실 엄밀한 개념은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가 나름의 엄밀한 개념을 정리 해보자고 국토연구원 박사님들과 논의했고, 인구 2만 명이 도시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읍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도시적 기능이 소멸했다고 봐도 좋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인구 2만 명이 무너지는 시점의 소멸이고, 이 소멸 시점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가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식이에요."

- 지역 소멸이라는 게 그 지역에 인구가 한 명도 없는 게 아닌 건가 봐요?

"그렇죠. 인구가 0명이 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지역 소멸이라는 건 사실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과장한 표현인 거죠. 이 시계는 기후 위기 시계에서 착안한 개념이에요. 인구 위기도 자연 재난만큼 심각한 사회 재난이고 그래서 이런 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만든 거죠."

- 그럼, 지금 기준으로 가장 빨리 소멸하는 지역이 어디일까요?

"제 기억으로 영양은 사실 인구가 1만5000명이니까 이미 소멸했고 전북 장수군도 올해 처음 소멸로 접어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기사 썼었는데 50년 안에 인구 2만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게 78곳입니다."

- 50년 안에 78곳이면 엄청난 거 아닌가요?

"엄청난 거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2만 명이 붕괴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시군구의 대한민국의 78곳이 읍도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고 여기에는 50년 뒤에 지방 소도시가 한 39곳 정도 되고 의령이나 경남 의령이나 전남 강진 이런 곳뿐만 아니라 부산 중구 대구 남구 이런 광역시 단위도 있잖아요. 광역 단위도 포함이 됩니다."

"50년 안에 78곳 인구 무너져... 전 국민적인 관심 필요해"

- 지역 소멸에 대한 대안이 있을까요?

"그 대안을 고민해 봐야 돼서 다음 달에 취재 갈 거거든요. 언론에서 이게 정답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입장은 아니죠. 현재 동아시아에서 이민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오르는 것 같은데,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국인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인력 전쟁 같은 걸 펼치는 양상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또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다음 달쯤 이런 이민 문제가 인구 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인력 확보를 넘어서 사회 통합이나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취재 해볼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인구 감소 문제를 우리가 굉장히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지만 사실 크게 신경 쓰진 않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이 문제 취재하면서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데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인구 감소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 국민들이 나서서 인구 감소 문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형관 #지방소멸 #대한민국인구소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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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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