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이자 '나'로서 함께 모인 사람들2024년 9월, 22주년 개원 기념 '줍깅' 행사 후 단체사진
참나무어린이집
집을 이사하고 환경이 바뀌어 29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본격적인 엄마 연기가 시작되겠구나 싶었다. 애매한 시기에 이사를 해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가 너무 길었다.
기다림에 지쳐 다른 기관을 알아보던 중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알게 됐다. 코로나 시기였지만 최대한 일상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점도 불안 높은 내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아 등원을 결정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부모들이 '누구누구 어머님, 아버님'이 아니라 각자 별칭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었다(이전 기사를 봐도 '토마토', '배코' 등이 부모들의 별칭이 나온다).
아이들도 교사와 부모를 부를 때 친구를 부르듯 별칭을 부르고 평어를 쓴다. 교사와 부모 사이에도 존대는 하지만 별칭으로 서로를 부른다. 평등한 언어를 토대로 위계적이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나는 '미니'다. 어린이집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저 ㅇㅇ 엄마인데요.'에서 끝나지 않고 '저는 ㅇㅇ 엄마 '미니'예요.'하고 '나'로서도 인사를 나눈다.
온라인에서나 쓰던 별칭을 어린이집에서 쓰다니.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누구 엄마'로 불리는 것보다 별칭인 '미니'로 불리는 것이 더 편안했다.
별칭에는 성별도 없다. 자연히 아빠, 엄마라는 말로 규정지어졌던 고정적인 역할 프레임도 느슨해진다. 따라서 외부에서 주어지는 압박보다 자율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어, 남 눈치 덜 보며 나의 성향대로 육아를 대할 수 있었다.
'미니'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얻게 된 새로운 자아이지만, 엄마로서의 자아뿐 아니라 그 외 영역의 내 정체성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자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