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독' 정우열 님의 웹툰
정우열
- 앞으로 어떤 주제의 만화를 그리고 싶은 지 생각하신 게 있나요?
"제가 제주도에 살면서 바다에 많이 들어가고 있고 좀 아는 분야니까 바다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바다의 환경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표현해 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웃음) 상업적으로 혹할 만한 주제가 아니기도 하고 제 역량이 부족한 탓이기도 해서 아직은 잘 진행이 안되고 있어요."
- 사람들은 바닷속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대한 관심이 늘긴 했지만 아직은 미지의 세계이지요. 우열 님의 만화를 통해 바다에 대해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난 8월, 우열 님이 제주 바다가 이상하다고 파란 사무국에 제보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바다에 들어간 저의 동료 강사가 영상을 찍어서 저희 단톡방에 올렸는데, 그 영상을 보니 산호가 축 처져 있는 채로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고 전문가에게 여쭤보고 싶어 파란 사무국에 연락했어요. 그 이후로 (제주바다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고 한 거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 올여름 바다의 수온이 계속 높았기 때문에 파란 사무국에서도 눈여겨보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직접적으로 산호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의 영상을 보내주셔서 파란에서도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고 조사를 하게 된 거예요. 정말 큰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이상 고온으로 인한 바다의 급속한 변화 외에도 바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데요. 우열 님이 보시기에 어업에 종사하거나 다이버들의 바다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계신지요?
"제가 채식을 한 지 14년 정도 되었는데요. 저랑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 중에는 채식을 해보려고 하거나 플라스틱을 안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소수죠. 다이빙하러 포구에 나가보면 다이버들, 낚시꾼들이 다 거기에 모여 있거든요. 그런데 포구 바닥에 담배꽁초가 가득이에요.
배를 모는 선장님들 중에도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 마시고는 구겨서 그냥 바다에 버리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담배꽁초가 바다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도 좋은 출발점인 것 같아요."
"냉소하는 이들 있지만..." 그럼에도 채식과 환경보호 실천하는 이유
-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려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개인적인 실천도 있을 테고 제도적 장치 마련도 있을 텐데요.
"제가 프리다이빙 수업을 카페에서 할 때가 있는데요. (음료를 주문하면) 물어보지도 않고 일회용 컵에 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매장에서 먹을 건데 왜 일회용 컵에 주느냐 이야기하거든요. 나중에 한 학생이 경험담을 얘기하는데, 항의하는 제 모습을 보고 그 당시엔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생각했대요. 이후에 해양환경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사람인데 그때의 제 모습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좋아서 하는 활동인데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구나 생각했죠. 작품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그런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환경단체의 일원이 되거나 서포터로 피켓 들고 캠페인에 나서는 활동도 그렇고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이빙 강사들은 매일 바다에 들어가니까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일부 강사들은 직접 자기가 단체를 만들어서 바다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기도 해요. 쓰레기 좀 줍는다고 뭐가 달라지냐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포기하면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되겠어요. 저는 아이가 없긴 하지만 조카도 있고 친구의 아이들도 있으니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