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대모잠자리.
습지와새들의친구
그러나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런 사실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하늘연못 부근의 초지를 모두 없애고 큰고니가 이용할 수 있는 대체서식지를 만드는 계획을 세워놨다. 대모잠자리 서식지 자체를 없애는 위험천만한 계획임에도 환경청과 국가유산청은 아무 문제없이 통과시켰다.
어처구니없기는 백조의 호수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백조라는 말로 우리에게 친숙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201-2호)인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다. 대저대교는 서식지 가운데를 관통하여 큰고니가 서식하는 큰 서식지를 작은 서식지 둘로 분리한다. 생태학에서는 이를 서식지 파편화(단편화)라 한다. 우리 주변의 산들이 도로 건설 등으로 파편화되어 호랑이나 표범, 늑대가 사라졌듯이, 큰고니 또한 같은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다.
큰고니는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크고 무거운 편에 속해, 앉고 뜨는데 큰 비행기 마냥 활주로가 필요하다.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 새가 안정적으로 서식하기 위해서는 교량 간격이 적어도 4km는 유지돼야 한다. 교량이 건설되면 서식지 파편화가 일어나고 큰고니의 안정적인 서식이 불가능해진다.
부산시의 계획대로 된다면, 백조의 호수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환경부도 잘 알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 이유에서 밝혔듯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아래시민행동)은 지난 2019년, 부산시가 큰고니 서식지를 훼손하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60회의 민관 공동조사와 국가 전문검토기관의 평가가 있었고, 이를 종합해 2021년 6월 환경부는 4개의 대안노선을 제시하며 부산시에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할 것을 요청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최적대안노선을 찾자고 시민행동 대표단에 약속하면서 백조의 호수와 하늘연못을 지킬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박형준 시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안노선 수용을 거부하고 기존 노선안 건설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정권과 환경청장이 바뀌면서 환경부는 2021년 내린 결정을 뒤집고 부산시의 기존노선안 건설 환경영향평가를 올 1월 통과시켰다. 뒤이어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도 7월 졸속 심사를 거쳐 건설을 승인했다. 자연유산위원회는 소위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다. 학자적 양심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어림없었다.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으로 작성돼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도 모르쇠했다. '이미 10개의 낙동강횡단교량이 있으며 교통서비스 수준도 안정적(LOS D)이다. 인구감소로 2016년 이후 계속 교통량이 줄고 있어 교량건설이 필요없다. 굳이 건설을 하려면 21년 환경부가 만든 대안을 택하면 된다.' 이런 공식적 문제제기와 관련 자료도, 법 규정도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청 심의 과정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법도, 학자적 양심도,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깜깜한 어둠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그저 절감할 뿐이었다.
대안노선 거부하며 "상생" 언급...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