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단장한 화장실에는 낙상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바를 설치했다. 이 화장실 안전바는 고령자 낙상사고를 예방하는 기본장치다.
이혁진
집 내부도 예전 갈색톤에서 화이트, 하얀색으로 모두 바꾸었다. 안팎으로 새로 단장한 이 새 집 효과가 얼마 동안까지 갈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한동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이다.
집을 수리하면서 안팎의 걱정이 많았다. 집을 나가 떨어져 사는 아이들은 리모델링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 표정을 지었다. 그간 연락이 끊겼던 친척들도 "힘든 일로 고생하십니다"라며 안부와 연락을 자주 해왔다. 하지만 내심 반갑고 고마웠다.
집수리는 1955년 생인 나에게 있어 사실 인생의 모멘텀, 즉 반전의 기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공사를 시작하면서 나와 아내, 95세 아버지 이렇게 가족들이 집을 떠나 한 달여를 셋방살이를 했는데, 실은 그때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폭염에 에어컨조차 없는 월세 빌라에서 셋이 복닥복닥 지내는 건 거의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버텨낸 것은 기적이었다(관련 기사:
95세 아버지와 셋방살이... 집수리가 이렇게 쉽지 않다 https://omn.kr/2a7np ).
아내는 공교롭게도 집수리 기간에 손목과 몸이 아파서 근처 병원을 자주 오가야 했다. 당시 나는 안타깝지만 공사 현장엔 더 이상 신경쓰지 말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차도가 있어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안심이지만, 그때는 다소 심각해 온 가족이 '비상'이었다.
이제 새로운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즐겁고 집은 몸을 휴식하게 하고 다독일 뿐 아니라,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한 휴식공간이라는 시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식구들은 곧 닥칠 겨울에도 예전처럼 추위를 걱정할 것 같지 않다.
돌아보면 돈은 들었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았다. 바뀐 환경에서도 아무 사고 없이 경로당을 오가셨던 95세 아버지께 무엇보다도 감사하다. 아버지가 그나마 건강하시기에 집수리도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