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세종 영평사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출발하는 삼보일배오체투지 행렬
이경호
그 뒤, 징소리가 한 번 울리자 80여명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세 걸음을 걷고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를 땅에 댄 채 엎드린 뒤 합장한 손을 하늘로 향했다. 불교의 수행법인 오체투지였다. 80여명의 또 다른 참가자들이 허리를 숙여 삼보일배 반배를 하면서 뒤를 이었다. 어린이들은 맨 뒤에서 피켓을 들었다.
100m 이어진 행렬... 500m 거리 1시간 동안 삼보일배·오체투지
금선대로 향한 순례 행렬은 100여m이상 이어졌다.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됐지만, 20년 전, 불교·천주교·원불교·기독교 성직자인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가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시작한 삼보일배 행렬을 재현한 순례이다. 당시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삼보일배의 행렬은 서울 광화문까지 322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졌다.
또 오체투지는 1차·2차로 나뉘어져 2008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124일간 진행됐다. 지리산 상악단에서 시작해 계룡산을 거쳐 임진각까지 355킬로미터를 자벌레처럼 기어갔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진행됐고 광우병파동, 용산참사, 쌍용차 정리해고 등의 문제가 대두됐는데, 남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반성하자는 취지의 순례 행렬이었다.
이날 산사 주변인 순례길 곳곳에 하얀 구절초가 만발했다. 삼보일배·오체투지 참가자들은 장군봉 중턱에 있는 금선대까지 500여 미터의 순례길을 1시간여에 걸쳐 자벌레처럼 올라갔다. 삼보일배·오체투지는 종교적 수행법이지만, 지금은 비폭력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정착됐다. 참가자들은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명상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환경상 시상식]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사람의 길에 나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