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정누리
가마솥과 뚝배기라니, 이게 자취생 식탁 맞나요
나도 본래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요리 정성형'에 속했다. 화력이 세지도 않은 하이라이트를 그리도 괴롭혔다. 1인용 작은 가마솥에 곤드레를 넣고 밥을 짓는다. 뚝배기에는 냉이 된장찌개를, 달래는 숭덩 숭덩 썰어서 장을 만든다.
오히려 본가에서는 상상 못할 도전이었다. 주방은 엄마의 영역인 것처럼 여겼으니까. 가사 일에 질려버린 엄마 앞에서, 뚝배기나 가마솥을 쓰는 것은 쓸 데 없이 일을 벌리는 행위였다. 밥솥 쓰거나 배달 시켜 먹으면 될 것을, 왜 굳이?
지금은 레시피도 엄마에게 묻는 대신 SNS에 쳐본다. 5분만 검색하면 어떤 요리든 상세하게 나와있다.
어느 날엔가는 내 자취방에 놀러온 엄마가 놀랄 정도였다. 자기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했냐고 묻는다. 학교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자기주도적 학습,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
음식을 생각보다 많이 만든 날, 동네 친구를 데려와서 밥을 같이 먹었다. 그 친구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넌 살아있는 SNS 인간 같다. 이런 자취 생활은 인스타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있네."
누가 MZ를 보고 이기적이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