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른 모시기는 치열한 사랑 뿐

<내 신발 어딨어?>를 읽고 느끼는 나의 경험담

등록 2003.07.09 21:17수정 2007.06.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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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버릴 책이 있고, 서가에 꽂아놓을 책 있고, 남에게 권 할 책이 있다면 이 책 <내 신발 어딨어?(나무생각)>는 가족 사랑의 현재 진행으로 보여집니다.


사노라면 나 자신이 치매 환자가 될 수 있으며, 우리 가족 중의 한 사람이 또한 치매 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환자에게 불행이며, 환자의 여생을 돌보아야하는 가족에게는 큰 고통입니다.

나를 낳아준 분이시기에 돌보아야하지만 부모가 원수가 되기에 효자가 변하여 불효자가 되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부모자식간의 인연이 전생의 업으로 태어났다는 불교의 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치매환자를 모시는 처지가 되면 과연 그 말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는 이 책의 딸과 사위에 대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 주신 사랑에 보답을 하였는가 자신을 한 번 돌이켜보게 됩니다.

내게는 장모님이 치매이십니다. 장모님의 큰 남동생은 치매에 걸려 거리를 방황하다가 변시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여동생은 지금 중증 치매 환자가 되어 가족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처가 식구 중 연로한 분들이 거의 치매로 고생하십니다.

아버지도 치매 증세로 고생하시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 분이 사시던 집에서 아버지 간병을 견디다 못하신 어머니의 소원은 아버지의 평온한 죽음이었습니다. 뜻대로 아버지는 가시고, 어머니는 자유를 얻었다며 해방감을 기뻐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간병을 어머니에게만 맡겨놓고서는 어머니의 태도를 야속하다고 하였으나 내가 장모님을 모시고 보니 이제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 어머니도 이제는 훌훌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아버지의 간병으로 지치신 몸에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가셨습니다. 치매는 이렇듯 간병에 지친 남은 가족까지 끌고 갑니다.

결혼 26년 동안 거의 함께 지내 오신 장모님은 야무지던 노년이 이제 망령의 모습을 보이셔도 아직은 경증으로 그런대로 동문서답으로나마 대화가 통하니 아직은 행복한 관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정어머니 곁에서 아내는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아내 자신은 교통사고로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판에 친정어머니는 아기가 되어 막내딸의 허리춤에 매달려 삽니다. 아내가 화장실이라도 가게 되면 온 집안을 딸 찾아 헤맵니다. 그럴 때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아내를 보여주나 잠깐 뒤에 장모님은 다시 또 찾아다니십니다.

이러다가 아내에게 노이로제가 병이 될까 걱정입니다. 지금 상태도 이런 판에 언젠가는 악몽과 같이 더 증세가 심해질 시간이 오리라 싶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 말동무가 필요한 법입니다.

이 책이 바로 병든 어른을 모시는 경험과 지혜를 주는군요. 끝없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도……. 아이가 태어난 뒤 부모에게는 곳곳이 난관이었습니다. 젖병 하나 물리는 일에서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일이라든지 아프기라도 하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니 아이는 마치 봄날의 어린 싹과 같습니다. 어린 자식을 돌볼 끝없는 관심을 보여야 하듯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매 환자는 천국에 있지만 보호자는 지옥에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하여 환자나 보호자나 똑같이 지옥에 있다고 생각이 바뀌는군요. 환자 마음대로 행동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참을성 있게 돌보아 주는 것이 천국이라면 이 책의 제목 같이 병든 아버지가 실내에서 마음대로 신발을 신을 수 없도록 감춰두니 환자에게 천국일리 없지요.

작가는 마치 우리집의 생활처럼 집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살고 있으니 내 경우라도 장모님께서 온 집안을 신발을 신고 다니신다면 작가와 똑같이 행동을 하였을 것입니다. 병든 아버지를 더 이상 한 집에 모실 수 없어서 작가는 아버지를 수용시설로 모십니다.

때때로 가 뵙고, 어떤 때는 집으로 모셔 하룻밤을 모십니다. 이제는 아버지께서는 딸의 집보다 수용 시설을 더 집으로 아시고 점점 더 상태는 나빠집니다. 그럴수록 딸의 정성은 더 해가며 이 책도 딸은 아버지를 위해 바칩니다.

병든 아버지를 지겹다, 안하고 모시는 행동이 대단합니다. 사랑을 받는 것은 아주 쉽지만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사랑을 계속하는 작가의 헌신적인 사랑을 따라서 할 수 있을 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합니다. 부모를 모시는 그런 자식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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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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