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동 유기농 공동체 마을 회장 이철희(67세) 씨윤형권
이철희 회장은 경북 봉황에서 태어나 6·25 동란 중 피난살이를 하다 이곳 백록동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때는 이 회장도 생산성을 높이는 농법인 화학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해 농사를 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주에 사는 처남에게서 "제초제의 일종인 고엽제가 사람의 피부에 묻기만 해도 장애아가 태어나고 중병이 발생하는데, 왜 제초제를 자식들에게 먹이는 죽음의 농사를 짓느냐?"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유기농법을 시작하게 됐다.
이 회장을 비롯한 백록동 유기농 공동체 마을 사람들은 벼농사를 지을 때 우렁이를 써서 풀을 제거한다. 처음에 이 회장 홀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때 마을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다고 한다. 백록동 유기농 공동체 마을 총무를 맡고 있는 윤태후(65)씨는 "남들은 벼를 심어 놓고 쉬고 있을 때, 이 회장 부부만 논으로 밭으로 풀을 매러 다니는 게 안돼 보였다"고 한다.
이런 백록동 마을 사람들이 이 회장의 유기농법에 대해 이해하고 따르기 시작한 것은 유기농산물로 높은 수익을 올려서가 아니다. 사명감 때문이다.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땅을 후손들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록동 유기농 공동체 마을. 이들은 '땅도 살고 사람도 살며 하늘도 사는 농사법'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