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푸에블로 비베! 라 루차 시게!"

[현장-여기는 시애틀] 유색 인종과 동성애자가 FTA를 반대하는 까닭

등록 2006.09.07 12:54수정 2006.09.0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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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한국의 원정투쟁단은 6일(현지시간) 오후 3차 협상 장소인 시애틀 컨벤션 센터 인근 웨스트 레이크 플라자에서 한미FTA저지 재미위원회 회원 60명과 미국 내 노동·반전·평화단체에서 모인 800여 명 등 모두 1000여 명 가까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저지 개막집회를 열었다.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한국의 원정투쟁단은 6일(현지시간) 오후 3차 협상 장소인 시애틀 컨벤션 센터 인근 웨스트 레이크 플라자에서 한미FTA저지 재미위원회 회원 60명과 미국 내 노동·반전·평화단체에서 모인 800여 명 등 모두 1000여 명 가까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저지 개막집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다운, 다운 에프티에이", "엘 푸에블로 비베! 라 루차 시게!(el pueblo vive! la lucha sigue!, 민중만세! 투쟁 속에서 앞으로!)"

미국 시애틀 중심부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로 둘러싸였다.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한국의 원정투쟁단은 6일(현지시간) 오후 3차 협상 장소인 시애틀 컨벤션 센터 인근 웨스트 레이크 플라자에서 한미FTA저지 재미위원회 회원 60명과 미국 내 노동·반전·평화단체에서 모인 800여 명 등 모두 1000여 명 가까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저지 개막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지난 99년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 이후 이곳에서 열린 시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협상 장소인 시애틀 컨벤션 센터까지 거리시위를 벌였다.

주제준 원정투쟁단 공동상황실장은 "시애틀 인근에 노동계 단체가 많아 1차 원정시위 때 보다는 많이 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렇게 많을지 몰랐다"며 "한미FTA에 대한 부당성이 1차 투쟁 이후 미국 노동자들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오늘 집회에 참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원정투쟁단은 한국적인 시위 방법을 선보이며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거리시위에 나선 한국인 수는 적었지만 이들은 시위대 맨 앞에서 징과 꽹과리, 북소리로 시위를 이끌었다. 한국 시위대가 신명나게 쳐대는 악기 소리에 길을 가던 미국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시위모습을 지켜봤다.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AP통신을 포함해 NBC뉴스, 시애틀 지역신문인 시애틀PI(Post Intelligencer) 등 20여 개 이상 미국 내 언론이 집회현장을 취재했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은 거리시위 현장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서부터 미국 내 유색인종동성애자까지 집회에 참석한 이들 면면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들과의 주요 대화 내용을 옮겨봤다.

"미 민주당 의원도 한미FTA 부당성 공감"


a 왼쪽부터 엔젤 세다-진 존슨-강기갑 의원.

왼쪽부터 엔젤 세다-진 존슨-강기갑 의원. ⓒ 오마이뉴스 김연기


유색인종동성애자 모임 'FIERCE'의 엔젤 세다

- 어느 모임에서 왔나.
"뉴욕에 있는 유색인종동성애자 모임인 'FIERCE' 소속이다."

- 유색인종동성애자와 FTA는 좀 멀어보이는데.
"우리 모임은 젊은 이민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삶도 황폐해지고 있다. 뉴욕에선 병원과 학교가 사유화 되면서 가장 먼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FTA도 신자유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내가 FTA 반대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 FTA가 없다면 삶이 나아지는가.
"FTA를 명분으로 한 신자유주의가 노동자들을 얼마나 열악한 환경으로 내모는 지 알 수 있다.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하지 않은' FTA에 반대하는 것이다."

AP통신 진 존슨 기자

- 어떻게 왔나.
"FTA를 반대하는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려고 왔다."

- FTA도 여러 분야로 나뉘는데, 어디에 관심이 많은가.
"쇠고기 협상 분야에 관심이 많다. 미국에서도 광우병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 누굴 만났나.
"김영현 한우협회 부회장을 만났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 언제 시애틀에 왔나.
"어제 오전에 왔다."

- 어떤 활동을 펴고 있나.
"어제는 애덤 스미스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한미FTA의 부당성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더라.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미 의회에서 FTA 반대 목소리가 확산될 수 있도록 FTA의 부당성에 대해 적극 알릴 계획이다."

- 이번 원정투쟁단에 한우협회 회원들이 대거 왔다.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에선 이미 쇠고기 수입을 위한 도축장 승인 여부를 내일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를 우리 국민에게 강요하는 부시 미 대통령에게 의원 36명이 뜻을 모아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다."

"한미FTA 체결되면, 멕시코와 같은 빈곤화 피할 수 없을 것"

a 왼쪽부터 순서대로 스컬리 앤-데이비드 프라이버스-림율산

왼쪽부터 순서대로 스컬리 앤-데이비드 프라이버스-림율산 ⓒ 오마이뉴스 김연기


거리시위 안전요원인 반전단체 '앤셔(ANSWER)'의 스컬리 앤

-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주제준 상황실장은 앤의 역할이 우리 시위대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원정투쟁단이 지난 1차 협상 때 우리 모임은 한국 시위대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리고 거리시위를 하려면 교통 안전요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이을 하게 됐다."
- 힘들지는 않나. (그는 외견상으론 깡마른 몸에 무척 외소해 보였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는데…."

- 왜 원정투쟁단 지지성명을 냈나.
"FTA가 체결되면 한국경제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멕시코와 같은 빈곤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FTA는 미국의 대자본을 위해 서민들의 생존권을 희생시켰다."

데이비드 프라이버스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시애틀 본부 대표

- 평일인데 꽤 많은 이들이 집회를 찾았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해운, 철강, 체신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은 직업 특성상 비번이 많다. 그들이 빠지지 않고 왔다."

-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인 적이 있나.
"한국 노동자들과 집회를 같이 열면 늘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99년 WTO 협상 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 왜 그런가.
"우린 한국의 노동, 농민, 시민운동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초국적 자본을 향한 목소리는 한국과 미국을 떠나 모든 노동자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북치기 선수'인 재미교포 림율산씨

- 거리시위 때 봤는데, 북을 아주 잘 치더라.
"지난 1차 협상 때 처음 해 봤다. 그 때 너무 많이 해서 금방 배워 버렸다.(웃음)"

- 1차 협상 때도 원정투쟁단에 큰 힘을 보탰다고 들었다. 어떻게 하게 됐나.
"'노둣돌'(재미교포 중심으로 만들어진 반신자유주의 단체) 활동을 하면서 자유무역의 허구에 대해 알게 됐다. 재미교포들 사이에서 이민자의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국의 여러 운동단체와도 연대를 맺고 있다. 지난번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시민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고 왔다."

- 부모님의 반대는 없나.
"보스턴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아버지는 이번에 나와 같이 활동을 하고 있다."

a 한미FTA 저지 원정투쟁단이 3차 협상장소인 시애틀 컨벤션 센터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 저지 원정투쟁단이 3차 협상장소인 시애틀 컨벤션 센터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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