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평등 위해 신체적 이해가 가장 중요"

최수영 한림대 교수의 '쿨'한 성 교육

등록 2006.11.15 18:14수정 2006.11.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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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성 교육하면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구성애씨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초·중·고교 시절 받은 성 교육이 대개 지루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한림대에서는 학내 성 교육 기간을 맞아 성 교육에 대한 편견을 떨쳐버릴 수 있는 '솔직한' 성교육 강연이 열렸다. 한림대 내 인기교양강좌인 '과학적 성지식'의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한 최수영(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는 '성(性)스러운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애가 왜 배꼽에서 나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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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 ⓒ 이덕원

"애가 왜 배꼽에서 나오느냐. 숨기지 말고 말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가 이렇게 힘들게 태어났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 교육이 "(실상을) 감추려고만 한다"며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최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초·중·고교에서 하는 성교육에 학생들은 하품만 나온다고 한다"고 말하고 "난자, 정자 이야기만 하니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학생들이) 친구들의 경험에 의해 교육받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하고 "숨기지 않되, 연령별 성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성 박물관에는 성기나 체위를 나타낸 동상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러한 것들을 하라는 게 아니라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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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초등학교 성 교육 자료화면(강의 중 상영된 슬라이드를 촬영함)

또 최 교수는 실질적인 성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요즘 성에 대해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피임을 안 해 임신중절은 계속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성은 책임"이라고 규정한 뒤 "아이를 가질 것도 아니고 결혼할 상황이 아니라면 성 관계를 할 때 100% 피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힐 신은 여자를 30분 이상 걷게 하지 마라"

최 교수는 특히 '성 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성 평등을 위해선 남자는 여체를, 여자는 남체를 알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신체적인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 "여자는 남자보다 무릎이 약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하이힐 신은 여자를 30분 이상 걷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교양강좌 '과학적 성 지식'에서 매년 '이성의 내부생식기와 외부생식기를 그리라'는 문제를 매년 출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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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교수의 솔직한 성 교육에 학생들은 강연 내내 집중했다. ⓒ 이덕원

또 최 교수는 "성 평등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신체적으로도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신체적으로 다른 것에 대해서마저, 남자도 이러면 여자도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하는 건 결코 성 평등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실제로 "남자가 술을 넉 잔 마신다고 여자도 넉 잔 마셔야 한다는 건 성 평등이 아니다"라고 사례를 든 뒤 "대개 여자는 남자보다 (신체적으로)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남자가 술을 넉 잔 마시면 여자는 술을 두 잔 마시는 것이 성 평등"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성 평등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들이 집이나 주위에서 보고 배운 게 성 불평등이라 성 평등 실천이 쉽지 않다"고 말하고 "성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인데 남자 및 주변의 이해와 양보, 여자의 노력과 당당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그러면 그저 성기 결합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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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교수의 '과학적 성 지식' 수업계획서 중 일부 갈무리 ⓒ 이덕원

최 교수는 "성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남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래서 학생들에게 토론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1990년에 성 관련 강좌를 연 부산대의 사례를 보고 대학생들에게 성 관련 강좌가 필요하다고 판단, 1992년부터 한림대에서 성 관련 강의를 시작했다.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에서 뇌를 연구하는 최 교수는 "뇌와 성의 연관이 크다"고 말하고 "실제로 뇌에 있는 변연계가 성적 활동의 표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강의를 하다보면 학생들은 성 그러면 그저 성기 결합만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성을 성 관계로만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성 간에 눈빛이 마주치거나 손을 잡을 때 짜릿한 것, 함께 나누는 대화도 성"이라고 규정하고 "성 관계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최 교수는 "강의를 하면서 느낀 여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남자친구가 성 관계를 맺자는 것이더라"고 소개한 뒤 "합의하에 성 관계를 맺는 거야 문제가 없지만, 싫다면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기교양강좌 '과학적 성 지식'은 어떤 강좌?
2~3분 만에 수강 신청 종료... 시험은 웬만한 전공보다 어려워

한림대생이라면 누구나 입학 초 선배들한테 최수영 교수의 교양강좌 '과학적 성 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강좌의 특성상 저학년을 받지 않아, 3학년이 되어야 수강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강좌를 들었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 보통 격주로 진행되는 조별 토론도 빠듯한데다 중간·기말시험마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에 수강한 이한(26·광고홍보)씨는 "시험 때 전지 10장을 쓰는 건 기본"이라고 밝히고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선 웬만한 전공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과학적 성 지식'을 수강하려면, 수강신청 기간에 전공강좌보다 먼저 신청해야 한다. 워낙 인기 있는 강좌이기에 수강신청 시작 후 2~3분 만에 마감되기 때문. 성 관련 강좌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학생들이 몰리기도 하겠지만, 어엿한 성인인 대학생들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교양강좌의 목적은 전공강좌에서 배우지 못하는 교양을 쌓기 위함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성 에티켓이 중요하다"는 최 교수의 말처럼 '과학적 성 지식'은 초·중·고교에서 부족했던 성 교육과 성적 교양을 배우는 교양강좌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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