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에 가다

대전 무역 전시관에서 열린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 현장

등록 2006.12.16 16:49수정 2006.12.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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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는 지금 재밌는 교육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바로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이다. 교육 인적자원부에서 주최하고 각 시 도, 교육청과 한국 교육 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17일까지 열린다.

'누구나, 학교에서, 최고의 다양한 교육을'을 슬로건으로 하는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은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는 교육복지 실현'에 초점이 맞춰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교육 전시회는 문화행사, 컨퍼런스, 전시관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우리 공교육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재미와 웃음이 가득했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a 15일 오전,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 전시관은 많은 관람객들로 성황이다.

15일 오전,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 전시관은 많은 관람객들로 성황이다. ⓒ 곽진성



방과 후에 어디 가? 재미 가득 학교로 와!

15일, 대전 무역전시관은 아침부터 성황이다. 무슨 일인가 하니,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주변 일대가 북새통이 된 것이다. 그런 인파 속에서 10여분 기다린 끝에 간신히 전시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넓은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이 있다. '50년대 방과 후 교실'이다. 가만 살펴보니 옛 교실의 모습을 본떠 만든 곳이다. 초록색 칠판, 철제난로, 그리고 볼품 없지만 정겨운 나무 책상 등, 모든 것이 옛 모습 그대로다. 게다가 예쁜 선생님까지 관람객을 반가이 맞이한다. 그런 모습이 신기했는지 전시회장을 찾은 아이들은 앞다퉈 50년대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a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50년대 교실 전시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50년대 교실 전시관. ⓒ 곽진성


이윽고 교실 안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짧은 수업이 시작된다.

"자, 학생들 따라 읽어 보세요."
"네, 선생님."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서 주인공 채영신의 야학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기에 친밀하고도 또 아름다운 느낌이 50년대 교실에 있다. 이곳에서 교사를 맡고 있는 문주선(23)씨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다 보면 동심이 든다고 한다.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아이들이 맑고 순수해 보여요, 저 자신도 어릴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50년대 교실을 나오니 눈앞에 보이는 것은 넓은 무역전시관 안에 자리잡은 16개 시 도, 교육청 전시관이다. 각 교육청별로 방과 후 정책 및 특색사례를 전시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몇몇 교육청의 전시관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a 보성 도예 고등학교<다도반>과 현도 정보고 제빵 동아리 <낭랑18세>.

보성 도예 고등학교<다도반>과 현도 정보고 제빵 동아리 <낭랑18세>. ⓒ 곽진성


전라남도 교육청 전시관에서는 학생들의 다도 시범과 대나무 공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껏 차를 끓여주어 이곳은 행사 내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선나영(19, 보성 실업고3)씨는 이렇게 다도 시범을 보이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방과 후에 다도 반에서 하던 취미를 이렇게 밖에서 시범보일 수 있어서 재밌고 좋네요."

그런데 충청북도 방과 후 학교 전시관에서 때 아닌 '디비디비 딥'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유를 알아보니 현도 정보고 제과 제빵 동아리 학생들이 관람객과 디비디비딥 게임을 하고 있다. 관람객이 이기면 학생들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나눠준다. 물론 게임은 태반이 관람객의 승리다. 관람객들은 게임에 이기고 케익까지 먹어 기분 좋은 눈치다.

"저희 학교는 제빵 관련 공부를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제빵 기술이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방과 후에 모임을 가졌는데, 이렇게 행사에서 관람객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제빵 공부를 한다는 한효선(17, 정보 고등학교 2)씨의 당찬 대답이다.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울산광역시 교육청이 만든 방과 후 학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울산 애니원 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성껏 그린 캐리커쳐 때문이다.

a 에니메이션 고등학교 학생들이 관람객들의 모습을 케리커쳐 하고 있다.

에니메이션 고등학교 학생들이 관람객들의 모습을 케리커쳐 하고 있다. ⓒ 곽진성


관람객들의 모습을 캐리커쳐 하는데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그림을 받은 관람객들의 표정에선 웃음꽃이 핀다. 올해 졸업한 차지은(20)씨는 그런 관람객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 자신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웃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졸업 후에 선생님의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재미있네요. 그림을 받은 관람객들이 너무 좋아하셔서 저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네요."

다른 시 도, 교육청의 방과 후 학교 전시회도 하나같이 흥미를 끄는 내용들이다. 5학년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박은아(40, 주부)씨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네요. 앞으로도 이런 교육전시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a 독일 대사관 서기관을 비롯한 12개국 주한 외교사절은 이번 방과 후 학교수업의 장점을 꼼꼼히 살폈다.

독일 대사관 서기관을 비롯한 12개국 주한 외교사절은 이번 방과 후 학교수업의 장점을 꼼꼼히 살폈다. ⓒ 곽진성


행사 도중 특별한 손님들이 눈에 띈다. 독일 대사관 서기관을 비롯한 12개국 주한 외교 사절단이다. 이들은 이번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유심히 지켜보고 또 벤치마킹 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서양의 교육 따라하기 바빴는데, 이번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외국 대사관들도 눈여겨볼 만큼 멋진 한국의 교육 상품이라는 점이 가슴 뿌듯하게 다가온다.

전시회를 찾은 학생을 비롯해 교사들도 방과 후 학교에 관심이 많다. 이번 페스티벌에 공연자로 참여한 학생들은 열성적이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 그렇기에 이번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시회를 돌아보면 그동안 외면 받았던 우리 공교육의 새로운 발전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주제와 내용이 있다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수업이 된다는 사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은 깨닫게 해준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나 자율학습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학생들이 흥미를 갖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토대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이번 교육 전시회의 주제이자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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