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생활 2년차, 당신의 위장은 건강합니까?

아슬아슬 대학 자취생들의 식생활 들여다보기

등록 2006.12.22 11:48수정 2006.12.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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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에 올라와 자취한다는 이 아무개씨 식단.

서울에 올라와 자취한다는 이 아무개씨 식단. ⓒ 이지영

"오늘도 한 끼밖에 못 먹었네."

서울에 올라와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이아무개(22·고려대)씨는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며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이날 하루도 거의 굶다시피 했다. 아까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배가 '천둥 같이 울어대더니' 지금은 아무 느낌도 없다. 뭔가 찾아 먹고 싶지만 이 시각에 먹자니 살찔 게 걱정된다.

불규칙한 식사, 건강 해치는 지름길

@BRI@문득 지난 일 주일 동안 자신이 무얼 먹었는지 떠올려 본 이씨는 새삼 깜짝 놀랐다. 자신의 식생활이 그야말로 '엉망'이었던 것. 불규칙한 생활로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 일 주일간 하루에 두 끼 이상 먹은 적도 없었다.

그나마 챙겨 먹은 식사마저도 밥이 아닌 라면이나 빵, 우유, 초콜릿 등이 대신하고 있었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수업과 과제, 동아리 활동의 쳇바퀴에 오늘 같은 날은 과외 아르바이트까지 걸려 있으니 한 자리에 앉아 밥을 먹을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아무리 변명이 그럴 듯하더라도 그녀는 슬슬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지난달에는 고2 때부터 매년 해오던 헌혈을 하러 갔다가 철분이 부족해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성공회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을 위한 식단을 구성하는 김미영 영양사는 이씨의 일 주일간 식사 내용을 한 번 훑어보더니 "정말 이게 다예요?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나?"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씨의 식사는 전체적으로 불규칙하고 영양권장섭취량에 비해 실제 섭취하는 영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이씨처럼 활동량이 많은 사람에게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몸의 근육량이 줄어 피로를 심하게 느끼게 되고 매일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점심의 폭식으로 이어져 위에 큰 부담을 준다고 한다.

김 영양사는 "학교에서도 자취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하루에 한 끼 또는 두 끼를 먹는다고 하는데,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다가 그 한 끼에 몰아서 먹는 건 절대 안 된다"며 "아침에 정 시간이 없다면 미숫가루나 시리얼이라도 꼭 챙겨 먹으라"고 조언했다.


하루 네 번 식사에 외식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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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정

그런데 이런 식생활이 비단 이씨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대학 자취생들 대부분이 '밥 먹기'를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아침밥' 대신 '아침잠'을 택하고 점심 무렵 일어나 일명 '아점('아침 겸 점심'을 줄인 말)'을 먹고 출출할 땐 식사 대용으로 나온 과자로 때우는 식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있어 '식사'란 고픈 배를 달래는 방편일 뿐이다.

양하나(21·공주대학교)씨의 하루 평균 식사 횟수는 네 번이다. 얼핏 들으면 끼니를 잘 챙겨먹는 것 같지만 사실 그녀가 말하는 식사의 대부분은 도넛과 커피, 토스트 혹은 한 끼 식사분의 칼로리가 들어있다는 과자 따위의 '간식'이다. 배는 고프고 시간은 없으니 할 수 없이 먹고 있긴 하지만 속이 불편해 차라리 굶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한다.

김정훈(21·성공회대학교)씨는 전형적인 '외식파'에 속한다. 벌써 자취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직접 밥을 지어 먹은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아침밥은 귀찮아서 애초부터 먹으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할 줄 아는 음식이 없어서 엄마가 반찬을 보내주시는데 그래도 거의 먹지 않아요. 자취를 하면 식사 때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고프면 먹는 식인데 그것도 혼자 먹기가 좀 꺼려져서 수업 있는 날은 학생식당이나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하고 끼니를 다 해결하고 가는 편이에요."

한편 학부모 오정임씨는 딸을 홀로 서울로 보내고 자취를 시키면서 잠시도 걱정을 늦출 수가 없다.

"아무래도 불안하죠, 혼자 지내니까 챙겨줄 사람도 없고. 만날 시간 없다고 그러는 거 보면 매번 끼니 거르는 거 안 봐도 알아요. 걱정되니까 만날 전화해서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데 안 먹었다고 하면 얼마나 속상한지. 그래도 자기가 좀 부지런 떨면서 챙겨먹어야 하는데."

끼니 거르기, 자취생의 자랑 아닙니다

그렇다.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맛있는 밥과 건강 두 가지를 모두 챙길 수 있다. 실제로 웰빙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야무진 학생들도 있다. 대학 2학년인 지은정(21·성공회대)씨는 "밥을 해먹는다고 하면 대개 복잡하고 귀찮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의외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고 말한다.

은정씨의 아침은 직접 만든 토마토와 주스인데 토마토를 믹서에 넣고 어느 정도 갈아졌을 때 설탕만 넣으면 되니 만들기도 간편하고 영양도 만점이란다. 반찬은 시간이 좀 여유로운 주말을 이용해서 만들어 두는데 참나물이나 고사리, 시금치 같은 나물 종류와 계란장조림, 건오징어볶음 등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요리법 아래 첨부).

처음엔 시간을 많이 뺏기니까 힘들고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반찬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계속 보관하며 먹을 수 있으니 귀찮지도 않았고, 만드는 사람의 기호에 맞출 수 있으며 사먹는 것보다 돈도 적게 들어 좋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자취생활에 대해 "꽤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고 평하며 만족스러워했다.

'웰빙 자취생' 지은정씨가 추천하는 간단 메뉴

▲ 메추리알장조림.
ⓒ지은정
카레볶음밥 : 카레조차 하기 귀찮을 때 해먹을 수 있는 음식. 참치와 양파, 당근, 감자 등(그것도 귀찮을 때에는 참치와 양파만)을 넣고 볶다가 밥과 카레가루를 뿌려서 볶아 먹는다.

메추리알장조림 : 장조림에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메추리알만으로도 맛있는 반찬이 될 수 있다. 메추리알을 잔뜩 삶아서 물과 간장과 설탕 등을 넣고 조려 만든다.

건오징어볶음 : 마른 오징어채에 마요네즈를 버무려서 잠시 두었다가 물, 고추장, 설탕으로 만든 양념을 넣고 볶는다.

초간단 알밥 : 밥에 상추나 어린싹채소 등을 사서 씻어 넣고, 알(시중에서 파는 날치알, 연어알 등)을 넣는다. 그 다음 크래미와 김을 잘라 넣은 후, 날계란의 노른자를 넣어서 비벼 먹으면 된다. 참기름과 약간의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설거지 거리도 거의 안 나오는 초 간단 메뉴!

이 밖에도 된장이나 국물용 멸치 등은 항상 가지고 있으면 유용하다. 양파, 감자, 당근, 대파, 실파, 고추 정도는 떨어지지 않게 사 놓으면 여기저기 넣을 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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