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숲에서 동박새와 숨바꼭질 하다

[꽃이있는 풍경4] 장흥 묵촌리 동백림

등록 2007.04.01 12:21수정 2007.04.0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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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묵촌리 동백림에서 물까치가 날아오르고 있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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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림에서 7마리의 물까치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정수


3월 26일, 장흥군청의 초청으로 진행된 1박2일간의 팸투어를 마치고 1박을 한 후 보충촬영을 위해 천관산자연휴양림 입구의 '천관산 생태동백숲'으로 향했다. 안양면소재지를 지나 천관산 방면으로 향하는 길목에 '묵촌 동백 숲'이라는 이정표가 보여 우회전해서 마을로 들어섰다.

200m 쯤 들어가자 하천변에 울창한 동백 숲이 펼쳐져 있었다.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인의 붉은 입술을 닮은 동백꽃이 눈부신 자태로 매달려 있다. 동백 숲 입구에 차를 세우자 동박새의 울음소리가 맑게 울려 퍼진다.

동박 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차안에서 망원렌즈로 교체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새들은 이내 동백 숲 깊숙이 날아가 버렸다. 그때부터 동박새와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동박새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하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겨우 꼬리만 보이거나, 아니면 머리만 보여서 촬영할 상황이 못 되었다. 좀 먼 곳에 선명하게 보이는 동박새가 있어 그곳으로 다가설라치면 눈치를 채고 자리를 옮겨버린다. 망원렌즈로 당겨서 셔터를 가볍게 눌러 초점을 맞추면 렌즈가 돌아가는 소리에 날아가 버린다.

할 수 없이 렌즈를 수동으로 바꿔 초점을 직접 맞추는 방식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동박새는 눈치가 9단인지 초점을 맞추는 사이에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진 찍을 틈을 쉽게 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나무에 매달린 동박새는 포기하고, 바닥에서 휴식을 취하는 녀석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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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동박새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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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의 꿀을 빠는 벌 ⓒ 김정수


땅바닥에 내려와서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쪼아대거나, 가만히 쉬고 있는 녀석들이 의외로 많았다. 나무 뒤에 숨어서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접근을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한 앵글에 7마리를 한꺼번에 담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녀석들은 동박새가 아니라 물까치였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동박새는 몸길이가 약 11.5cm이다. 몸의 윗면은 녹색이고 날개와 꽁지는 녹색을 띤 갈색이다. 턱밑과 멱 및 아래꽁지 덮깃은 노란색 또는 녹색을 띤 노란색이다. 먹이는 거미나 곤충 같은 동물성 먹이도 먹지만 주로 꽃의 꿀을 따먹는다. 그 중에서도 동백꽃의 꿀을 좋아한다.

반면 물까치는 몸길이가 약 37cm이다. 머리와 윗목은 검정색이고, 날개와 꽁지는 하늘색이다. 나머지 깃털은 잿빛이 도는 갈색이고 아랫면은 색이 더 연하다. 참새목 까마귀과의 조류로 한국에서 흔한 텃새이다.

10분 정도 물까치를 촬영한 후 다시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동박새를 촬영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작전을 바꾸었다. 동박새에게 다가가는 게 아니라, 매복 작전에 들어갔다. 큰 나무 뒤에 숨어서 기다리다 녀석들이 가까운 나무 위로 옮겨 앉으면 촬영하기로 했다.

작전을 바꾸자 촬영이 한결 쉬웠다. 하지만 너무 숲이 울창하다보니 새 몸통의 일부가 나무나 꽃, 혹은 잎에 가려서 안보이곤 했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제대로 된 한 장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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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불알꽃이 만개한 사이로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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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묵촌리 동백림 사이에 수많은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 김정수


다시 동백 숲 입구로 돌아왔다. 입구에는 동백 숲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 자료에 의하면 '장흥 묵촌리 동백림(전남 문화재자료 제 268호)'은 옛날에 묵촌마을이 형성되면서 마을의 청룡등이 약해 도기소(옹기점)의 빛이 마을을 비추면 못쓴다하여 그 불빛을 막고자 조성된 인공림이다.

청룡등 자락부터 마을 어귀까지 동백나무와 소나무, 대나무 등을 심어 마을을 태평성대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깃든 곳이다. 동백의 수령은 250~300년으로 추정되며, 대지 598평의 면적에 143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름철에는 마을주민들의 피서지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때부터는 찬찬히 동백림을 둘러보았다. 벌이 동백꽃의 꿀을 빠는 모습도 보였다. 동백림의 땅 위로 초록의 풀들이 솟아나는 가운데, 큰개불알꽃도 듬성듬성 보였다. 큰개불알꽃 중간 중간에 선홍빛 동백꽃이 떨어져 있어 멋진 대비를 이룬다.

동백 숲 중간에 벤치도 두 곳이나 설치해 놓았다. 동백꽃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숲속에 무더기로 떨어져 모여 있는 모습이 더 아름다울 때가 많다. 2시간을 넘게 돌아다녀도 주변에 지나는 사람이 없어 삼각대를 세우고 필자가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했다.

하지만 드넓은 숲에 혼자 서 있는 사진은 다소 썰렁해 보였다. 천관산 생태동백 숲에 다녀온 후 다시 오니 숲에서 산책하는 몇 사람이 보인다. 동백 숲의 둥근 탁자에 앉아 마주보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이 숲 사이를 걷자 한결 생동감이 넘친다. 그곳에서 약 30여 분을 더 머문 후 마산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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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림의 둥근 탁자에 마주 앉아있는 연인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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