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1일 <한겨레>에는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현 <한겨레> 매거진팀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이 사건은 몇 가지 측면에서 언론자유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언론인(금창태)이 언론인(고경태)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이라는 점, 또 <시사저널> 사태 자체가 편집권과 관련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 이 사건 자체가 '삼성'이라는 재벌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 언론 상호 비판의 영역이 어디까지 허용될까 하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다른 많은 언론인과 언론, 언론단체 등에 제기한 유사한 소송의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판결 또한 몇 가지 대목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편집권 행사와 관련해 경영진이나 편집인, 편집국장의 위상과 권한의 한계를 분명하게 규정했다는 점이다. 편집권 행사와 관련해 이처럼 경영진 혹은 편집인과 편집국장 간의 권한 행사에 관해 판단을 내린 것은 아마도 이번 판결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7단독 신진화 판사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추구하고 있는 언론의 역할과 사기업 형태를 띠고 있는 언론사에 있어서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경영권으로부터의 언론의 독자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언론사의 경영자가 편집인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편집인이 편집국장의 의견을 도외시하고, 결정과정에서 배제한 채 직접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신 판사는 금창태 사장이 편집인의 권한으로서 기사를 삭제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편집인의 문제 해결 방식 또는 편집권의 수행방식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편집국장 의견 도외시하고 기사 삭제 지시는 부당"
둘째로는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간접적'이긴 하지만 법원이 사실 관계에 대해서 판단을 한 점도 주목된다. 신진화 판사는 판결문에서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문제의 기사 '(삼성그룹)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는 기사를 삭제한 경위와 관련해 금 사장이 명예훼손 우려를 제기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당시 기자와 편집국장, 금창태 사장 등의 진술과 대질신문 등을 종합한 결과 "금창태 사장이 삼성 이학수 부회장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들어 기사를 빼줄 것을 요청했다"는 이윤삼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주장이 "보다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실 관계에 있어서도 금창태 사장이 기사를 보지도 않고 기사를 빼 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금 사장의 법정 진술 등을 통해 밝혀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진화 판사는 판결문에서 "금 사장이 기사 삭제를 요구한 지난해 6월 15일 기사를 검토해보니 객관적 진실에 명백히 반하는 내용이고 타인의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이어서 편집국장과 기자를 불러 (기사를 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했다"고 주장했지만 "2차 공판에서 기사의 교정쇄를 처음 본 것은 그 다음날인 6월 16일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기사를 보지도 않고 삼성 관계자의 요청을 받고 기사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진화 판사는 "금창태 사장이 6월 16일 이후 명예훼손의 점을 함께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언급은 부주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금창태 사장은 삼성의 요청을 받고 일단 기사 삭제를 요구했고, 그 다음에 명예훼손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사삭제의 명분으로서 언급했다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사 보지도 않고 기사 빼줄 것 요청"
세 번째로는 언론의 상호 비평에 대한 판단이다. 신진화 판사는 앞서와 같은 사실 관계와 정황에 비춰 볼 때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이 이를 편집국장을 '왕따 시킨 뒷구멍 기사 삭제 사건' 등으로 표현한 것은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쓸 만한 '편집권의 정립에 관한 견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오프라인' 언론 가운데 당사자격인 <한겨레>를 제외하곤 그 어떤 신문도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인터넷 언론 가운데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등에서 이번 판결과 관련한 기사를 실었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취재를 한 언론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고경태 팀장의 대리인을 맡았던 문건영 변호사는 "그 어떤 언론사로부터도 취재 전화가 걸려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건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의미에 대해 "무엇보다 법률적으로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편집인과 편집국장 간의 권한의 위임과 분배에 관해 판단을 내렸다는 점, 그리고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시사저널> 사태의 전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재판부가 고심을 해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금창태 소송 가운데 첫 판결
문건영 변호사는 승소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당연한 결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가슴 조릴 수밖에 없었다"며 "금창태 사장이 낸 여러 명예훼손 소송 가운데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시사저널> 문제에 대해서 언론이 너무 무심하지 않나 싶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굳이 문건영 변호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필자를 포함해) 대다수 언론들은 이 시점에서 언론자유가 시험대에 선 <시사저널> 사태에 너무도 무심했다. 대다수 언론들이 정부의 기사송고실이나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에 대해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언론자유와 관련한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이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정부 또한 예외는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사유로 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을 고소한 것은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사유가 말이 된다며 고경태 전 편집장을 기소하고 처벌하려 한 것은 바로 노무현 정부의 '검찰'이다.
검찰이 비록 독립된 지위와 위상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노무현 정부 공무원들의 '정의의 기준'과 '의식수준'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사례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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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외치면서 <시사저널> 사태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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