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민주화 추락시켰다"
"개발독재자 딸이 지지받는데"

심상정-유기홍, '참여정부 공과' 놓고 날선 공방

등록 2007.06.04 21:39수정 2007.06.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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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 의원(왼쪽)과 심상정 의원. ⓒ 이정환


"마침 정권 교체 국면"이라는 사회자 조희연(성공회대) 교수의 말처럼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학술대토론회'에 참석한 정치인들의 입씨름은 뜨거웠다.

이 가운데 민주노동당 대선주자 심상정 의원은 "민주화 최대 수혜자로 오히려 민주화를 추락시킨 장본인"이라고 발언하는 등 시종일관 노무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4일 오후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방향과 대안'을 주제로 열린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학술대토론회 첫 날 종합 토론에서 심 의원은 "참여정부라는 이름 하에 6월 항쟁 성과를 일부 386 집단의 권력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발전 동력을 오히려 억압하고 축소시킨 것이 노무현 정권의 최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참여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심 의원은 먼저 "서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최하한선에서 출발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지금 서민들은 '정치가 밥 먹여주냐,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이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사회·경제적으로 실질적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상황을 가장 안일하게 평가하는 세력이 자신들을 민주화 추진자로 자부하는 참여정부"라며 "실질적 민주주의 후퇴의 가장 큰 책임은 노무현 정권에 있다"고 현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심 의원은 "대통령께서 자신의 시대적 소임을 형식적 민주주의 완성으로 거론한 바 있지만, 이는 이미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완성됐다"면서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시대적 요구가 실질적 민주주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달라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같은 시대적 요구를 시장에 넘기고 가장 강력한 신자유주의 추진 세력이 됐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것이 민주주의일 수 없는 만큼, 이런 면에서 참여정부는 민주주의를 전진시킨 것이 아니라 후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이하 '참평포럼) 특강에 대해서도 심 의원은 "민주주의 후퇴 세력들의 축제가 바로 참평포럼으로 이는 대통령의 자기도취적인 희극을 통해 목격했다"면서 "사회 경제적 권력을 소수에게 집중시킴으로써 양극화를 심화시킨 참여정부는 역사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홍 "참여정부 타도가 우리의 과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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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하지만 유기홍(열린우리당) 의원은 심 의원의 주장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참여정부가 민주화를 진전시킨 상징으로 "인혁당 재심과 노무현 대통령의 4·3 항쟁 공식 사과"를 꼽았다.

유 의원은 "실질적 민주주의가 '밥'을 의미하는 것이냐"라고 되물은 뒤 "만약 경제를 얘기한 것이라면 우리 경제는 서민과 노동자의 노력으로 지난 20년 동안 발전했고 이를 가능케 만든 것이 6월 항쟁임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여정부의 잘못이 있지만, 개발 독재자의 딸과 경제 독재의 상징적인 인물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참여정부 타도가 우리가 상정해야 할 과제냐"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또 "뉴라이트들이 등장해서 힘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우리는 갈라져 있는지, 우린 얼마나 힘을 합치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합 신당 같은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 회귀나 보수 반동을 불러올지 모르는 한나라당 집권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 제 고민"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참평포럼'에 대해서도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이 마치 이 정부가 아무 성과도 없는 것처럼 공격하는, '골프공 안 맞는 것도 노무현 대통령 책임'이라는 식의 공격으로부터의 방어가 참평포럼의 존재 이유"라며 "(참평포럼은 노 대통령이) 내가 잘했다고 강변하는게 아니다"라고 심 의원의 주장을 맞받았다.

이날 대토론회는 종합토론 외에도 '한국 민주화운동 및 6월 민주항쟁의 의미와 평가', '민주화·세계화 이후 한국 시민운동의 전개와 평가', '민주화·세계화 이후 한국 민중운동의 전개와 평가', '민주화·세계화 이후 한국 국제연대운동의 전개와 평가'등 토론회가 각 세션별로 진행됐다.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학술 대토론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상임공동의장 김세균), 학술단체협의회(상임대표 박경)가 공동 주최한다. 5일에도 이어지는 대토론회는 '한국 민주주의 현실과 도전 - 1987년, 1997년 그리고 2007년'을 주제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다.

고진화 "민주화 세력 무능론은 폄하", 최열 "신당 창당 발표 착잡"

다음은 이 날 종합토론에 참석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 서울대 최갑수 교수 등의 주요 발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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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민주화 세력 무능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폄하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경제력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자유주의와 문화적 상상력 발전이 앞으로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월 항쟁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큰 변화의 시발점이자, 앞으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민주화 세력간의 차이는 '세계화'를 둘러싸고 발생한다. 앞으로 이 차이를 줄이고 능동적 세계화를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상생의 정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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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최열 환경재단 대표 "(범여권이) 신당 창당 발표를 했는데 착잡하다. 6월 항쟁 이후 시민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권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여러 번 있었지만 변화가 없었다. 국민들이 바라거나 요구하는 내용을 시민단체는 폐쇄회로에 갇혀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새로운 방향의 운동이 필요하다.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 단체의 국제 교류가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빈곤·고용 등 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로만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구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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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대표 "정치적 민주화의 제도적 기반은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러나 과정상 민주화가 부진하다. 주체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앞으로 민주주의 담론에는 지속 가능성과 함께 상생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직접 자기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운동방식도 전환해야 한다. 선도하는 방식에서 네트워크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 중심의 운동 방식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세계화 운동 방향에서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이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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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최갑수 서울대 교수 "지난 20년 동안 형식·절차적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절차적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공공재로서의 민주주의만 발전하게 된다. 민주화에 가세하지 않은 재벌들도 엄청난 혜택을 입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가 됐다.

어떻게 권력에 참여해서 시장 통제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노무현 정권은 실패했다. 최고 수준의 보편성을 갖고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바라봐도 되는데, 왜 이렇게 세속적이고 낮은 수준으로 현실을 바라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이 박정희·전두환 시대보다 못한가?"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에드워드 J. 베이커 자문위원 기조발표

▲ (왼쪽)에드워드 J. 베이커 (오른쪽)와다 하루키
ⓒ이정환

이날 대토론회 서두를 연 것은 '한국통'으로 알려진 해외 지식인들이었다.

인권평화운동가로 40여차례 한국을 방한한 에드워드 J. 베이커(Edward J. Baker)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자문위원, 그리고 일본의 진보적인 역사학자로 국내에는 '한국전쟁(1995)'이란 저서로 잘 알려진 와다 하루키 동경대 명예교수다.

베이커 위원은 '한국 민주화에 대한 고찰과 결론'이란 제목의 기조 발표를 통해 1960년대부터 이제까지 외부에서 바라본 '한국'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과거보다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베이커 위원은 "'한국이 과연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 초창기 질문이었으나, 이것은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는 발전(예를 들어 반유신운동, 광주항쟁, 6월 항쟁 그리고 1987년부터 현재까지 정치와 사건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과연 진정으로 민주적이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진화했다"면서 "내 생각에, 한국인들은 위 모든 사건들을 자체적으로 잘 풀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베이커 위원은 "많은 한국인들이 민주화의 현 주소와 계속되는 불평등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 있고 민주적인 사람들이 과연 현 상황을 박정희 시대나 전두환 시대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한국인들에게 던지고 싶다"란 말로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형'임을 강조했다.

또한 베이커 위원은 "한국의 해방은 한국인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말로 내부 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했다.

베이커 위원은 "박정희와 전두환이 국민을 억압하는 동안 미국은 한국의 내정 문제에 어떤 쪽으로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유일한 예외는 한 정치인이 극도로 가혹한 일을 당했을 때였는데, 1973년 김대중씨가 납치 당했을 때와 1980년 그가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라고 말했다.

베이커 위원은 "하지만 이같은 개입은 정치적인 아닌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필리핀에서도 그렇게 했고, 현재 파키스탄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나와 같은 미국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미국과 전 세계에 알려 미국 정부 외교방침에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베이커 위원은 1987년 항쟁 당시 미국의 개입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1987년 항쟁 당시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였던 개스턴 시거가 서울을 방문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던 김대중이었다"면서 "이것은 아주 상징적인 행위였다"고 평가했다.

또 "개스턴 시거가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6월 사태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인 해결 방안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이 발언을 포함하여 군사적 개입에 반대한 미국 정부의 의사 표현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 전두환과 노태우가 군을 동원해 시민들의 시위를 진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베이커 위원은 "부디 여러분께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의 개입은 도움이 되었지만, 한국인의 투쟁으로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면서 "현재 한국 민주주의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28년 간 지켜본 한국의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더 향상된 상황"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는 '한국의 민주혁명 30년과 일본'을 주제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한일 관계를 살펴보고 "북한을 대하는 입장을 보면 한국혁명 후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의 골을 가장 잘 알 수 있다"면서 "이 골을 빨리 메우는 것이 한일관계 미래를 위해, 동북아 지역 협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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