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섬에서 나와 광장으로 오라

기쁜 오늘의 6월 광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등록 2007.06.08 10:18수정 2007.06.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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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면서 섬을 생각했습니다. 평화로운 섬 말입니다. 돌무더기나 최루탄 냄새도 당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듯합니다. 당신에게는 육중하게 보였을 전투경찰들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네요. 무엇이 당신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습니까. 손에 든 과자 봉지도 잠시 잊을 정도였나요. 그렇게 신기한 광경이었나요.


어쩌면 당신의 눈에는 그저 신기한 싸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서웠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당신은 알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돌멩이를 쥐고, 화염병을 던지고, 목놓아 '독재타도'를 외쳤던 이유를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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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명진

이제 사람들은 '어제'를 6월 항쟁이라 부릅니다. 20년이 됐습니다. '20'이란 숫자가 '19'나 '21'보다 뭐 그리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함께 의미를 나누기에 좋은 '핑계'인 것 같습니다. '20'이란 숫자를 핑계로 다 함께 모이잡니다. 당신이 서있던 그 거리에서 이제 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요, 이 글의 목적은 9일 열리는 민주주의 시민축제를 소개하는 겁니다. 그럼 안내하면 그만이지, 왜 이런 글을 쓰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핑계 하나 대겠습니다. 이제 청년으로 성장했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연인의 손을 꼭 붙잡고 "야, 저 아이가 나다"라고 속삭이는 당신을 상상해봤습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더군요. 당신을 핑계삼아 건조한 문장에서 벗어나고도 싶었습니다. 사진도 다시 몇 장 꺼내기로 했습니다.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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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명진

혹시 당신, 자전거를 즐겨 타십니까? 아니, 자동차를 몰고 다닐지도 모를 나이군요. 주말에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를 통해 바람과 햇볕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로 성장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싶답니다. 임진각에서 서울시청광장까지 릴레이를 하자네요. 걸어도 되고, 뛰어도 되고, 자전거를 타도 된답니다. 당신을 통해 전국을 하나로 잇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렇게라도 해서, '어제'의 싸움으로 즐거운 '오늘'을 확인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당신의 밝은 얼굴을 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잠깐이나마, 당신의 손을 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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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당신, 이 사진 본 적 있습니까. 조금 우습나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었답니다. 그만큼 최루탄 냄새는 독했으니까요. 비록 휴지로 코를 틀어막은 친구 모습 때문에 웃기도 했지만, 어쨌든 고통스러운 기억이니까요. 그 때를 생각하니, 괜히 재채기라도 나올 듯 하군요.

또 어린이들이 '방독면'을 흉내내던 세상의 기억, 뭐가 그리 유쾌하겠습니까. 씁쓸한 사진이겠지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우리 어린이들이 최루탄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말입니다. 비록 당신도 최루탄 냄새를 어렴풋이 기억하겠지만. 혹시 벌써 결혼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럼 조카라도 데리고 나오세요. 사진도 찍어주고, 주먹밥도 나눠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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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물론 신나는 마당도 마련한다고 하네요.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락도 부르고 힙합춤도 보여준다고 합니다. 요즘 한참 유행하는 비보이들도 뜬다는군요. 마당극도 열린답니다. 노래로 꽃을 피우며 살아온 평화로운 마을을 침입한 '외계문어군단'에 맞서는 꽃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랍니다.

보도자료를 읽다가, 이 대목에서 잠깐 깔깔댔습니다. '문어'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지 않습니까. 당신도 '땡전뉴스'의 기억이 있겠지요? 아직도 '벌금'을 다 내지 않고도 뻣뻣하기만 한 그 '나쁜 사람'말입니다. 이해가 가시죠? 그런 나쁜 '문어 대장'을 물리쳤으니, 그 때 당신의 삼촌이, 당신의 아버지가, 어머니가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부모님 손을 잡고 광장에 나오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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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열 추모사진집

지금, 당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이 청년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고요. 하지만 피를 흘리고 있는 대학생의 사진을 본 적은 있겠지요. 대형 영정 그림 속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사진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한열입니다.

9일에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기억은 기억이니까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하니까요. 지금 당신은 꿈이 많겠지요? 취업 걱정에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하지만 당신 나이에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폭력에 채 피지 못한 꿈들이 참 많았습니다.

'고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에 참석하시면 어떨까요. 적어도 "할 일 없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그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라는 진실만이라도 가슴에 새길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오늘'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은 배가될 수밖에 없겠지요. 아마 당신이 2002 월드컵 응원에 나섰다면, 무슨 말인지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시겠지요.

당연히 축제에는 '함께 볼거리'가 있어야겠지요. 이번 민주주의 시민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대문에서 시청 앞 광장까지 610명의 풍물패가 길놀이를 펼친답니다. 춤꾼 이애주가 춤패 수십명, 북패 2백명과 함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춤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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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크라잉넛'이 나오고, '빅마마'도 무대에 선답니다. 심수봉씨도 등장한다네요. 그렇다고 어떻게 축제에 와서 노래만 듣고 있겠습니까. 함께 노래도 불러야겠지요? 하지만 '어제'처럼 비장한 노래를 부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침이슬' 정도만 알고 있다면, 함께 어깨를 두르기에는 충분합니다.

끝으로 당신에게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당신의 '오늘'을 위한 싸움이 없는 역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만든 '어제'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럼 우리는 '내일'을 기꺼이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습니까. 함께 '6월'을, '오늘'을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당신, 6월 광장에 나오시겠습니까.

그런데, 어디로 나가서 뭐하고 놀지?

민주주의 시민축제 행사

지역

행사명

시간

장소

주요 프로그램

서울

민주주의 시민축제

10:00

서울시청광장

610명 북춤/이애주 춤/콘서트

부산

평화콘서트

18:00

서면TTL광장

기념콘서트/레이저 쇼

대구

시민한마당

14:00

두류공원

문화공연/시민참여프로그램

광주

대동전야제 시민축제

12:00

금남로

집체극/걷기대회/대동마당

대전

민주주의 축제

10:00

서대전 시민공원

걷기대회/문화제

울산

전야제 시민축제

14:00

울산대공원

마당극/콘서트

수원

6·10 시민축제

19:00

장안공원

축하공연/부대행사

성남

전야제

16:00

시청 앞

민중가요부르기/재현극

안산

시민문화제

16:00

성포예술공원

문화제/걷기대회

원주

민주주의 시민축제

10:00

젊음의 광장

거리공연/전야제/체험 프로그램

춘천

6·10 시민축제

18:00

강릉대 백령문화관

시민한마당/사진전

청주

추모제 및 기념음악회

19:00

성안길·청소년광장

축하음악회

전주

6월 항쟁 시민축제

13:00

전북도청광장

마임·극·노래공연/콘서트/전시

목포

목포민주시민축전

18:00

목포역 광장

영상·노래·율동공연/집체극

여수

전야제

19:00

진남 체육공원

문화예술제/시민참여마당

마산

시민한마당 축제

16:00

시내/공설운동장

축하공연/도민한마당/걷기대회

제주

민주주의 시민축제

16:00

제주시청·탑동광장

거리공연/문화한마당


○ 일시·장소

- 2007년 6월 9일(토) 전국 각지에서

○ 전국 행사

-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09:00~17:00)
시민축제가 열리는 중심도시(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청주·울산·전주·목포·여수·마산· 제주)의 중간 지점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방식(걷기·자전거·인라인·오토바이·차량 등)의 릴레이를 통해 전국을 하나로 이어 민주주의 시민축제에 결합.

참가 희망구간 및 릴레이 희망 방식을 선정하여 YMCA 전국 연맹(02-752-1953, 02-3709-7677) 또는 각 지역 YMCA 사무국으로 신청. 서울 지역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02-3709-7677)에 신청

○ 서울지역 행사

- 임진각-서울 하나로 잇기(10:00~15:30)
임진각을 출발해서 고양시를 거쳐 서울시청광장에 도착. 잇기 방식은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와 동일. 참가 신청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02-3709-7677)

- 기독교 추진위 '인간띠 잇기'(14:00~15:00)
성공회성당부터 향린교회까지 손과 손을 맞잡고 시청 광장을 통과하는 인간 띠 잇기.

- 어린이 난장 '6월이다, 함께 놀자' (12:00~17:00)
놀이마당(수영장 에어툴· 수상보트와 징검다리), 나도 6월의 주인공(포토존·사진인화 서비스), 설치미술(다 함께 만드는 민주주의의 꽃), 계성여고 학생들과 민주주먹밥 만들고 나눠 먹기

- 시민 난장 '6월이다, 같이 날자' (14:00~17:00)
락, 힙합, B-Boy(청소년·대학생 한마당), 큰들문화센터의 창작 가족 마당극(6월의 꽃이 피었습니다), 사진 전시회 '다이나믹 한국현대사'

-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16:00~17:00)
경과보고 및 추모사, 추모공연, 열사 어머님 인사, 헌화, 퍼포먼스

- 행진 '610명의 해방북춤' (17:00~18:00)
남대문에서 시청광장까지 610명의 풍물패가 만들어내는 해방의 북소리. 임진각과 평택·원주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참여자들과 610명의 풍물패, 이애주 춤패 60명이 남대문 광장에서 출발하여 서울시청광장까지 거리 행진

- 이애주의 '상생과 평화의 춤' (18:00~19:00)
춤꾼 이애주의 춤패 60명과 북패 200명의 대규모 어울림 공연

- 콘서트 '함께 불러요, 아침이슬' (19:30~21:30)
눈부신 6월과 민주주의를 노래하는 시민들의 합창. '거북이', '크라잉넛', '빅마마', 심수봉, '안치환과 자유', 노래패 '우리나라', '춤추는 언니들' 어린이 합창단 출연. '강강수월래'와 '우리 함께 포옹해요'로 마무리.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는 민주주의 시민축제를 오후 4시 '고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부터 인터넷으로 생중계합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는 민주주의 시민축제를 오후 4시 '고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부터 인터넷으로 생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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