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 시원하게 떠먹고 그 곁으로 난 돌계단 위에 올라섰어요.아! 드디어 우리가 바라던 옛 모습을 지닌 전각을 찾았어요. 계단 아래로 보이는 '대웅보전'처럼 화려하고 크지는 않지만 빛깔이 바랜 예스런 모습이 더욱 정겹고, 오랜 세월을 견디어낸 대견스러움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 곁에 안내판을 보니, 본디 이 전각은 지금 '대웅보전'이 있는 자리에서 '대웅전'으로 쓰였는데, 새로 대웅전을 지으면서 이 계단 위로 옮겨놓고 지금은 '나한전'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거래요.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어요. 한낱 전각이라 하지만, 지난날 이 고운사를 대표하는 대웅전이었는데 이렇게 따로 옮겨 놓고 이름표까지 바꾸어 달았으니….'나한전' 밑으로는 '고운사 삼층 석탑'(경상북도 문화재28호)이 있어요. 이 석탑을 만든 정확한 때는 알 수 없으나 통일신라시대 끝 무렵 즈음에 '도선국사'가 만들었다고 해요. 이것도 지난날 대웅전 앞뜰에 있던 것을 '나한전'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놓은 것이래요. 석탑 아랫부분에는 귀퉁이가 조금씩 떨어져 나간 것도 보여요.
본디부터 있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그것 또한 나름대로 멋스러워요. 차라리 이런 모습이라도 크고 화려하며 번듯하게 다시 고치는 것보다 이 모습 이대로 오랫동안 보존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IMG7@@IMG8@이 밖에도 고운사에는 여러 가지 이름난 볼거리가 많아요. 보물 246호인 '고운사 석조석가여래좌상'과 보는 이에 따라 저마다 자기를 보는듯한 '우화루' 바깥벽에 그린 호랑이 그림도 있어요.
그 안에 담긴 본뜻이 더욱 소중하다
여러 절에 다녀봤지만, 어디를 가든 둘러보고 나올 때에는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아요. 아마 그건 가는 곳마다 절 건물이 날이 갈수록 크고 화려하게 바뀌기 때문인 듯해요. 또 너무나 반듯한 것도 안타까워요. 화려하고 보기에 좋게 자꾸만 새롭게 다듬고 다시 짓는 것보다는 조금 흠집이 있거나 모자란 듯 보여도 옛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간직하고 보존하는 것도 꽤 뜻 깊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절 뿐 아니라, 교회도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뾰족한 십자가 탑이 자꾸만 높아지는 게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절이나 교회들 가운데 건물이 큰 걸 보면, 난 왜 자꾸만 '돈'이 떠오를까요? 글쎄요….
건물 크기와 높이만큼 그 안에 담고 있는 뜻과 아름다운 정신이 오롯이 남아있어 오랫동안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렇게 좋은 걸 볼 때엔, 보는 이들도 아름다운 정신을 자기 삶에 채우며 살아간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겠지요.
2007.06.19 08:0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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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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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가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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