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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
“모기다 !”
모기가 나는 소리를 듣게 되니, 벌떡 일어나진다. 모기라고 하면 질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모기에 대해서는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모기기 비행하는 소리 자체가 듣기가 싫다. 모기가 출현하게 되면 평화는 사라지고 혼란이 일어난다. 모기를 잡기 위하여 소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기를 잡는다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19층 아파트 중 5층에 살고 있다. 모기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모기가 출현한다. 그럴 때마다 모기 사냥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한다. 30여분 이상 헤매다 겨우 진정될 수가 있다. 모기는 아파트의 승강기를 타고 이동한다. 19층까지 거침없이 이동하는 것이다.
모기의 비행 소리에 민감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모기에 물려 혼이 났던 기억이다. 지금부터 30여년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때의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잊어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모기’라는 말만 들어도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때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하던 시절이었다. 내 고향 고창(전라북도)은 산 좋고 물 맑은 살기 좋은 고장이다. 옛날부터 인물의 고장이라고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방장산의 정기를 받고 자라기 때문에 큰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인촌 선생님이나 근촌 선생님이 바로 우리 고장의 훌륭하신 분들이다.
5월까지는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6월을 지나 7월에 접어들게 되니,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책 속의 글자들이 자유를 찾아 사방으로 튀고 있으니,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그 때 친구 한 녀석이 제안을 하였다. 바빠서 아직 모를 심지 못한 누나가 있다는 것이었다.
공부에 지루해하고 있던 때라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하던 제각에서 출발할 때부터 구름이 낮게 내려 앉아 있었다. 목적지인 아산에 도착하게 되니, 기어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개 내리니, 모 심는 일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비가 온다고 하여 모심기를 늦출 수가 없었다. 너무 늦었기 때문이었다.
비를 맞으면서 모를 심었다. 허리가 부러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면서 일을 하였다. 평소에 일을 많이 하였다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부한다는 이유로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누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당장 시급하니,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모내기가 그렇게 늦은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에 집에 불이 나버린 것이다. 그래서 안채가 홀라당 타버려 그 일을 뒷수습하느라 모내기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딱한 사정이 있기에 농사군도 아닌 우리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고 울며 겨자 먹기로 모내기를 한 것이었다. 최악의 상황이어서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모내기를 마쳐야 하였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갔어도 일이 끝나지 않았다. 젊은 혈기에 모내기를 마무리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무리를 해서 강행군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의 사정이 너무나 딱하였기 때문이었다. 모내기가 더 늦어지면 수확을 할 수 없다는 데 할 말이 없었다.
어찌 어찌하여 모내기를 마치고 나니,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 속에서 일하면서도 새참을 든든하게 먹었기 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았다. 내리던 비는 어느 사이에 그치고 하늘도 말짱해졌다. 밤이어서 파란 하늘을 볼 수는 없었지만, 여름밤의 향기에 푹 젖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별과 동무하고 누나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잠 잘 곳이 딱 한 군데 밖에 없었다. 그 곳은 외양간이 딸린 방이었다. 한여름에 소죽을 쑤기 위하여 방에 불까지 뗀 방이었다. 방바닥이 후끈거렸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안채는 불이 나 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그 방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여름에 불 뗀 방에서 잔다는 것은 한 마디로 지옥이었다. 더위를 참지 못한 친구 녀석이 소가 있는 문을 발로 차버렸다. 그곳으로 기다리고 있던 모기들이 방안으로 몰려들었다. 모기가 그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들의 자유분방함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온 몸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담요로 온 몸을 칭칭 감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 녀석들의 침이 얼마나 긴지 담요를 뚫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한 번 물리게 되면 살이 톡톡 붉혀버렸다.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모내기를 하여 온 몸이 피곤하였지만, 잘 수가 없었다. 모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잘 수는 없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선택한 것이 버스가 다니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자는 것이었다. 모기가 없는 곳은 도로의 한가운데 뿐이었다. 일과 모기에 지친 몸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세상 모르고 곯아 떨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의식을 잃은 것처럼 죽은 듯이 누어서 잠이 든 것이었다.
“빵 - 빵 -”
자동차 경적 소리에 놀라서 눈을 떴다. 선운사에 들어가는 첫 버스가 울려대는 경적이었다. 운전사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자동차에서 내려 화를 내고 있었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면서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춘 운전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운전수가 한 마디 하였다.
‘선운사 모기하고는 혼인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마라.’
옛날부터 어른들이 하는 말이라는 것이었다. 자동차를 보내고 난 뒤 온 몸을 살펴보니, 온 몸이 멍으로 그득 차 있었다. 그 때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녀석들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서 이제는 이순을 바라보고 있다. 녀석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선운사 모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막걸리 잔이라도 들이켜고 싶어진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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