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피랍자 육성 "건강하고 2~3일에 한번씩 이동"

피랍가족 모임 "일단 안도하지만 피랍자들의 석방에는 도움 안돼"

등록 2007.07.30 10:56수정 2007.07.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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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너무 많이 걱정 하지 마시라고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부에게)일단 너무 죄송하고, 빨리 저희가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프간에서 억류된 22명의 인질 중 한명인 이지영(36)씨의 육성이 29일 <중앙일보>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이씨는 약 11분 간 통화에서 침착한 목소리로 함께 억류 중인 피랍자들의 사정을 밝히며 피랍자들을 빨리 구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현재 심성민(29·남), 김경자(37·여), 김지나(32·여)와 함께 있으며 자신을 포함한 4명이 동굴이나 움막이 아닌 '민가'에 수용돼 있다고 밝혔다. 또 함께 억류된 이들 중 현지어를 할 줄 아는 이가 없어 탈레반 측과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특별히 신변에 위협은 끼치는 이는 없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이씨와 함께 억류돼 있는 한국인 인질들은 탈레반 측에서 제공하는 홍차와 빵, 과일 등으로 식사를 하고 있고 2~3일에 한번씩 거처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적인 육성 공개... 탈레반 측 고도의 심리전술

지난 26일 임현주(32·여)씨의 육성이 미국 CBS와 전화통화로 공개된 후 탈레반 측은 경쟁적으로 피랍자들의 육성을 외신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전화통화에서 임씨는 "피랍자들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인질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억류돼 있다"고 말했다. 28일 피랍자 유정화(39)씨도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매일 협박을 받고 있으며 이동하고 있다"며 "제발 구해달라"고 피랍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밝혔다.


또, 이씨와 함께 억류 중인 심성민씨, 김지나씨로 추정되는 피랍자들의 육성도 29일 NHK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피랍가족 모임은 NHK가 확보한 육성에 대한 확인을 거절했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는 "외신을 비롯한 방송사들이 탈레반측으로부터 경쟁적으로 피랍자들의 육성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랍자들의 육성이 가족들에게 안도감을 주지만 피랍자들의 석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경쟁적인 피랍자 육성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도 "탈레반은 천천히 최대한 많은 피랍자들의 육성을 팔아먹은 뒤 동영상까지 판매할 것"이라며 언론사와 탈레반의 육성 거래가 사태 장기화를 가져올 것을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피랍자들의 육성 공개가 탈레반이 펼치고 있는 고도의 심리전일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임씨와 이씨의 육성에서 확인되듯 피랍자들의 억류 중인 위치와 억류된 인질들의 분산 정도가 매 육성 공개 때마다 달라지는 데다 탈레반의 요구조건도 이들의 육성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지난 27일 KBS 보도본부는 "탈레반 측에서 3분여 분량의 임씨 전화통화 녹취테이프를 전달하는 조건으로 미화 2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는 "피랍자의 목소리를 처음 보도하는 것은 대단한 특종일 수도 있고, 피랍자의 가족이나 국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소식일 수 있지만 2만 달러의 돈이 다시 테러 활동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탈레반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밝혔다. 또 "탈레반측이 펴고 있는 고도의 심리 전술에 휘둘릴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인질 육성 공개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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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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