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제조기 덕에 탄생한 '비지 마들렌'

콩비지로 만든 마들렌

등록 2007.08.14 17:09수정 2007.08.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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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지 마들렌

비지 마들렌 ⓒ 김영인

두유제조기를 샀어요. 동생이랑 제가 워낙 두유를 많이 마시거든요. 처음에는 뭘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어요. 일이 늘어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계속 들어가는 두유값도 만만치 않아서 결국 하나 장만했어요. 파는 두유는 베이킹할 때만 쓰고 이건 맘 편하게 마시려고요.


만들고 나니 거름망에 비지가 남더라고요. 이걸로 뭘 해먹을까? 앞으로도 계속 나올 텐데 찌개를 끓여 먹나 어쩌나, 혹시 이거 애물단지 아니야? 고민이 됐어요. 앞으로 뭐에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여기저기 뒤져봤어요.

검색을 해보니 비지도 참 훌륭한 식품이던데요. 식이섬유가 많아서 변비에도 좋고, 혈압을 떨어뜨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서 성인병에 좋대요. 이소플라본이라는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물질이 들어 있어서 기미를 없애주고, 갱년기 장애에도 좋다고 하네요. 그밖에도 비타민 B1, B2, E, 리놀산, 칼슘, 철 등이 있고 단백질과 지방도 들어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버리긴 아깝잖아요. 일본에서는 콩비지를 이용한 '다이어트 쿠키'와 아이스크림이 건강식품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걸 이용해서 쿠키나 마들렌을 만들면 씹는 맛이 좋은 과자를 만들 수 있대요.

찾아보니까 정말 콩비지 쿠키와 콩비지 마들렌이 나오더군요. 마침 집에 사놓고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마들렌 틀이 있어서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완성된 마들렌은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았어요.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입에서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녹차가루를 넣었더니 향도 은은하게 나고요. 앞으로는 비지 때문에 두유를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럼 완전히 손님과 주인의 입장이 바뀐 건가요?


어떻게 보면 제가 작가가 되기로 한 상황과 비슷하네요. 처음에 직업으로 작가를 생각한 이유는 재택근무 때문이었어요. 집에서 글만 쓰면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프리랜서니까 노동 강도와 쉬는 시간 등은 내가 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몸이 약한 나도 할 만한 직업이 아닐까,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잘 쓴다는 소리도 가끔 들었으니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지금은 그 생각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걸 알아요. 작가는 보통 사람보다 더 튼튼하면 튼튼했지 결코 약하면 안 돼요. 자기관리가 아주 철저해야 하는 직업이던데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취재도 많이 해야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굉장히 역동적인 직업이에요. 책상 앞에서 글만 쓰는 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 제 예상은 완전히 틀렸어요. 오죽하면 글쓰기는 체력이라는 말까지 있을까요.


그런데도 계속 작가가 되고 싶어요. 체력이 약해서 힘들지도 모르고, 처음 생각보다 더 불안정하고, 힘든 직업이지만 그래도 하고 싶어요. 열심히 운동하고 더 건강해져서 꼭 되고 싶어요. 예전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작가라는 직업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건강해지고 싶어요. 더 많이 노력하고 싶어요.

이거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닐까요? 하지만 이젠 비지를 만들기 위해 두유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그렇다면 건강을 위해서 작가가 되고 싶었다가, 작가가 되기 위해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의 영혼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싶어요. 영양가가 풍부한 작품을 쓰고 싶어요. 비지 마들렌처럼요.

[재료]

콩비지 130g, 제빵용 쌀가루 60g, 생콩가루 20g, 전분 10g, 두유 180ml, 올리브오일 1큰술, 녹차가루 2g, 바닐라 설탕 8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자세한 과정 사진을 보시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1. 비지는 전자레인지에 '강'으로 1분 정도 돌리고 젓가락으로 저어서 수분을 날려주세요.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합니다.

2. 쌀가루와 각종 가루는 한데 모아서 채 쳐 주세요.

3. 두유와 올리브오일도 섞어주세요

4. 두유 혼합물에 비지를 넣고 잘 섞어주세요.

5. 그 걸 쌀가루에 부어서 같이 섞어주세요. 그 상태로 냉장고에 30분 정도 두세요.

6.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15분 정도 구우면 완성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mediamob.co.kr/pinkmania
 http://blog.naver.com/marientaiji 
http://slynn.egloos.com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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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 마들렌 #두유제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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