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선 뱃전에 찰랑이는 물결, 가슴에 와 닿는 갈바람이 싱그럽다.
조찬현
탐사선에 몸을 실으니 가슴이 탁 트이네안개나루다. 순천만의 대대포구를 안개가 감싸고 있다. 안개 속에서 탐사선은 바다로 떠나자 보챈다. 탐사선을 함께 타기 위해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을 안개 속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다. 1시간여를 기다리자 여행객 대여섯 명이 포구에 당도했다.
순천만 1호는 떠날 채비를 한다. 탐사선에 올랐다. 여행객들도 하나 둘 배에 오른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여행객은 배를 처음 타본다며 어린아이 마냥 들떠있다. 그는 일행에게 서울사람이라고 63빌딩을 다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며 멋쩍은 심경을 토로하듯 툭 한마디 던진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햇살이 은빛으로 부서져 내린다. 뱃전에 찰랑이는 물결, 가슴에 와 닿는 갈대바람이 싱그럽다. 갈대밭을 지나 물길을 달리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점점 멀어지는 대대포구, 갈대밭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득하다. 가슴은 어느새 알 수 없는 기쁨으로 출렁인다. 내 마음은 새털구름이 되어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갈대숲에서 청둥오리가 솟구쳐 오른다. 갈대꽃이 핀 갈대밭은 장관이다. 김 선장은 갈대꽃은 하얗게 한 번 더 핀다고 말한다. 갈대는 위에서 내려다봐야 더 아름답다. 순천만에 물이 들면 갈대는 목까지 물이 찬다. 물이 빠지면 배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해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가 없다. 갈대밭사이 물길을 따라 배는 미끄러져 간다.
뱃머리에 부딪혔다 사라져가는 하얀 물거품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용산 솔숲에서 진달래가 분홍빛 추파를 던진다. 뱃길 따라 이어지는 갈대숲과 갯바위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아가씨들은 기쁨으로 들떠있다. 봄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린다.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멈춘 탐사선의 선장은 마이크를 잡고 좋은 추억 만들어가란다. 갯벌에 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인다. 한눈에 순천만을 조망할 수 있는 용산전망대가 지척이다. 광활한 갯벌에는 국제적으로 보호·관리되고 있는 세계적 희귀새인 검은머리갈매기 무리가 날아올랐다 내려앉았다 한다. 나그네새인 도요새 무리도 보인다.
드넓은 여자만 바다 저 멀리에서 고흥의 팔영산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천혜의 자연에서 계절마다 펼쳐지는 대자연의 쇼, 순천만에 가면 난 언제나 그 아름다운 풍경에 결박당한 채 넋을 잃고 만다. 또다시 탐사선은 물길을 간다. ‘처얼썩~철썩~‘ 파도가 뱃전에서 기쁨으로 부서진다.
푸른 순천만 안개 속을 걷다두 여인이 우산을 받쳐 들고 무진교를 지나간다. 뭐가 그리도 좋을까. 함박웃음소리가 그녀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곁에서 맴돈다. 장맛비가 내리는 순천만에는 그냥 비를 맞으며 걷는 이들이 더 많다. 그들은 우산마저도 거추장스러운지 내팽개치고 갈대숲을 걷고 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여름날 오후, 순천만을 에워싸고 있는 산봉우리는 안개가 뒤덮고 사람들은 끝없는 갈대숲을 따라 걷는다. 저 멀리 안개 숲을 향해 간다.
사아악~ 갈대숲을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먹구름이 온 하늘을 차양막처럼 드리운 순천만은 푸른 갈대숲과 잿빛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장마철 오이인양 쑥쑥 커가는 갈대의 키가 갈대숲을 가로지르는 탐방로를 훌쩍 넘겼다.
와온 해변의 갯벌 와온 가는 길. 입구에서 멀구슬나무를 만났다. 멀구슬나무의 고목이 허물어져 가는 고옥을 홀로 지키고 있다. 푸른 갈대가 갯바람에 흔들린다. 초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갯벌에는 농게가 빨간 게발을 뽐내며 지나간다.
농게는 집게발을 높이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며 무리지어 움직인다. 아직 절기상으로 하지도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무더위가 기승이다. 일찌감치 갯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부는 고단한지 평상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다. 그의 아내는 마당에서 무언가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흘낏 쳐다본다.
와온 바다에 물이 나고 있다. 바다는 하얀 대낮에 수줍음도 잊은 채 속살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다. 햇볕에 그을린 탓인지 바다는 검은빛이다. 마을 공터에는 아주머니 두 분이 대나무에 그물을 묶고 있다.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솔섬 앞에서 백로와 왜가리 등의 수많은 여름철새가 노닐고 있다. 갯벌위로 모습을 드러낸 짱뚱어는 길길이 뛴다. 놀란 듯 두눈이 툭 튀어나온 짱뚱어는 팔딱팔딱 뛰어가다 두발로 갯벌을 특이하게 기어간다.
한참을 숨죽이고 기다리자 다리가 저려올 무렵에야 게들은 구멍 속에서 살금살금 모습을 보인다. 이따금씩 모습을 보이는 짱뚱어, 눈자루를 높이 치켜세운 칠게는 주변을 경계의 눈빛으로 조심스레 살핀다. 칠게를 비롯한 바다생물들은 조그만 인기척에도 잽싸게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추곤 한다. 와온 바닷가 둑방길의 논에서 푸드덕 황로가 날아오른다. 여름철새의 군무와 솔섬의 아름다운 풍경사이로 두 부부가 뻘배에 몸을 의지한 채 갯벌을 가로질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