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 서면 갈대 울음소리가 들린다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따지고 보면 인생길은 여행길

등록 2007.11.02 18:55수정 2007.11.03 12:06
0
원고료로 응원
a

S자 물길 S자 물길이 열렸다. 갯벌에 빛이 반사되어 또 하나의 해가 떠오른다. ⓒ 조찬현


a

갈대밭 다리는 무진교에서 용산까지 이어진다. ⓒ 조찬현


문득 그립다. 이놈의 마음 뒤흔들고 간 갈대가 그립다. 저녁노을이 미치도록 그립다. 그럴 때마다 나의 발길은 또다시 순천만으로 향한다. 순천만은 아무 때나 불쑥 찾아가도 왜 그리 좋은지 나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인생길은 여행길이다. 순천만은 갈 때 마다 이놈의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세계5대 연안습지이며 2006년 한국관광공사 자연경관 감상형으로 선정된 순천만은 순천시를 중심으로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호수와 같은 만이다.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으며 크고 작은 섬과 주변의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 지점으로 갈대 군락지는 전국에서 가장 넓다. 늦가을 갈대꽃이 피고 칠면초가 붉은빛을 띠며 흰색의 철새가 날아오르는 풍경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행정구역상 도사동과 해룡면, 별량면, 39.8㎞의 해안선에 둘러싸인 21.6㎢의 갯벌, 5.4㎢의 갈대밭 등 27㎢의 하구 염습지와 갯벌로 구성된 만이다.

오염원이 없는 순천만은 잘 발달한 갯벌과 염습지, 갈대군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질 좋은 수산물이 풍부하며,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하여 황새, 저어새, 노란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등 국제적 희귀조류 11종과 한국조류 200여종이 월동 및 서식한다. 희귀종 조류가 많아 자연관찰과 탐조를 위한 자연학습장과 국제적 학술 연구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걱서걱 울음 우는 순천만의 갈대

순천만 갈대숲에 서면 갈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갈바람이 스치고 지날 때마다 서걱서걱 울음을 운다. 허허벌판에서 서로를 붙들고 기대어보지만 가눌 수 없는 몸부림으로 울부짖고 있다. 신경림 시인이 노래했듯 어쩌면 갈대가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천만에 가을이 깊어 가면 갈바람에 하얀 갈꽃이 부대끼며 운다. 하얀 눈물 뚝뚝 흘리는 순천만 갈꽃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순천만 갈대밭은 노을 지는 저녁 무렵의 풍광이 멋지다. 순천만에 어둠이 내리면 갈대는 더 쓸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갈대밭이 시작되는 대대포구에서 탐사선을 타고 갈대밭을 둘러보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바다로 이어지는 구부러진 물길을 헤집고 유람선이 푸른 바다를 가를 때면 소용돌이치는 급물살에 갈대는 몸부림이다. 갈대는 파도와 함께 서러운 울음을 토해낸다.


순천만을 제대로 보려면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 용산에 올라야한다. 솔숲사이로 언뜻 언뜻 순천만의 속살이 보인다. 순천만에 가면 허허로운 나그네의 마음마저도 싱숭생숭하다. 알 수 없는 연민과 그리움에 가슴에서는 콩닥콩닥 절구방아 찧는 소리가 난다. 용산을 오르다 숨이 목에 찰 무렵 순천만의 아름다움은 더해간다. 흐드러진 갈대와 S자 물길, 대대포구의 갈대밭과 붉게 타오르는 농주리 칠면초 군락, 소나무가 많은 솔섬, 군데군데 떠있는 갈대섬이 한 폭의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해마다 가을이면 순천만의 들녘에는 전국(?)의 허수아비가 다 모인다. 새떼들로부터 농작물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설치해놓은 허수아비가 아니다. 순천 별량면 상림사거리 ‘허수아비 체험 길’에 해학적인 갖가지 표정의 허수아비들이 한데 어울려 가을 풍년가를 부르고 있다.


잘 여문 벼논에서 허수아비들이 한바탕 신명나는 굿판을 펼치고 있다. 쌀 포대를 껴안고 흥겨워하는 허수아비, 아비의 목에 매달려 목마를 타는 허수아비, 기쁨에 겨워 물구나무서기와 상모돌리기를 하는 허수아비도 있다. 또 다른 허수아비들은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순천만 들녘에 서면 풍요로움에 마음이 넉넉하고 허수아비의 춤사위에 마냥 흥겹다.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허수아비 춤추는 순천만에서 허수아비와 함께 신명나는 굿판을 벌여보자.

a

마산아가씨 순천만을 일부러 찾아 왔다는 경남 마산아가씨들 ⓒ 조찬현


갈대 새싹들의 연둣빛 이야기

순천만 갈대숲에 서면 사람은 자연이 된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 갈대숲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시원스럽다. 순천만에 봄이 오면 갈대의 푸른 잎은 삐쭉거리며 돋아난다. 무진교를 간간히 오가는 사람들, 대대포구의 나룻배,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이 어우러진 포구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갈대숲 상공에는 재두루미 한 마리가 맞바람을 맞으며 날아간다. 순천만을 자주 찾는 이들은 이른 봄철이 구경하기에 가장 어중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쩌면 찾는 이가 별로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자신을 돌아보기에는 더없이 좋다. 순천만의 갈대숲에 웅크리고 앉아 조용히 귀 기울이면 갈대 새싹들의 연둣빛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 감미로운 소리에 밀려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새 생명이 움트는 순천만이 좋다. 일렁이는 금빛물결, 갯벌 위를 뒤뚱대며 지나가는 오리 떼들은 이따금씩 부리로 갯벌을 헤집곤 한다. 나른한 오후에 찾아서일까. 끝없이 펼쳐진 갈대융단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이라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면 세상사 피로쯤은 순간에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솜털처럼 가벼워질 것이다. 물길에는 오리 삼형제가 놀고 있다. 오리는 꽁무니를 치켜들고 자맥질을 한다.

a

각시붓꽃 각시붓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시선이 닿자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 조찬현


봄이 출렁이는 순천만

숲속에는 수많은 들꽃이 피어나고 있다. 제비꽃도 피었다. 각시붓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시선이 닿자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붓꽃은 함초롬한 꽃봉오리가 먹물을 머금고 있는 듯하다. 먹물 머금은 붓을 닮아 붓꽃이라 했단다. 붓꽃의 서양이름은 아이리스이다. 무지개라는 뜻을 가진 붓꽃의 꽃말은 비온 뒤의 무지개처럼 ‘기쁜 소식’이다.

각시붓꽃은 이른 봄 청자색 꽃이 꽃줄기 끝에 한 송이씩 핀다. 예쁜 각시가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고 죽어서 꽃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깃든 꽃이다. 숲에서 나와 순천만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갈대 군락이 동그란 섬을 이루고 있다.

농주마을과 전망대 이정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각시붓꽃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다. 각시붓꽃은 세계 꽃 애호가들이 탐내는 꽃이다. 다년생식물로 산지의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등산로 볕이 잘 드는 곳에 샛노란 양지꽃도 피었다. 전국의 산야에 자생한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잎과 줄기는 위장의 소화력을 높이는데 사용하며 지혈제로 뿌리를 사용한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계속 흘러내린다. 따뜻한 봄날이다. 시원한 순천만과 아름다운 들꽃이 땀을 식혀준다. 순천만, 너무도 아름다운 들꽃의 색감에 매료됐다. 용산을 오르내리면 땀에 촉촉이 젖고 순천만의 아름다움에도 흠뻑 젖는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무진교 위로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간다.

a

물길 순천만의 갯벌과 갈대 ⓒ 조찬현


a

농부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순천만 들녘. 밀짚모자를 눌러 쓴 농부가 모내기가 끝난 논의 사이사이에 모를 심고 있다 ⓒ 조찬현


'쏴아~ 쏴~' 푸른 갈대의 노래

초여름에 찾은 순천만은 여행객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순천만 들녘. 밀짚모자를 눌러 쓴 농부가 모내기가 끝난 논의 사이사이에 모를 심고 있다. 하얀 백로가 푸른 들녘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비포장으로 이어지는 순천만 제방 아래로 연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전거를 타고 간다. 자전거 뒤에 실린 수박덩이가 위태롭게 흔들린다. 인안교 다리에 이르자 차량을 곁에 세워두고 젊은 남녀가 다정하게 난간에 기대어 있다.

물길에는 거룻배가 한가롭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결에 갈댓잎과 함께 흔들린다. 갈대숲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소리 정겹다. 푸른 연두색과 녹색 빛으로 어우러진 갈대는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연한 갈대가 물결칠 때마다 형언키 어려운 오묘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오후. 순천만의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다. 하얀 뭉게구름이 한없이 피어오른다. 구름의 아름다움에 반해 순천만으로 달려갔다. 뭉게구름은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피어오른다. 구름을 따라 무진교에 오르니 부드러운 다리의 감촉 때문인지 내 마음은 둥실 하늘로 떠오른다.

일상의 무게를 훌훌 털어버리려 찾아온 순천만, 할머니들이 느릿느릿 무진교 다리 위를 지나간다. 순천만의 하늘은 사방이 하얀 뭉게구름으로 뒤덮였다. 갈대숲이 흔들릴 때마다 바람은 무더운 기운을 실어 나른다.

'쏴아~ 쏴~' 갈대의 목청소리 드높은 순천만. 갈대숲 우거진 갯벌에는 수많은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그 구멍 속을 칠게와 밤게가 들락거린다. 밤게는 잡히면 죽은척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 게는 옆으로 게걸음을 하는데 이 녀석은 특이하게 앞뒤로 기어간다. 갯벌에는 밤게가 무리지어 갈대숲을 오간다.

순천만에 가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동심의 세상으로 떠난다. 사심 없이 웃고 떠들며 마냥 즐거워한다. 출렁이는 순천만 갈대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동심을 꿈꾼다.

a

탐사선 뱃전에 찰랑이는 물결, 가슴에 와 닿는 갈바람이 싱그럽다. ⓒ 조찬현


탐사선에 몸을 실으니 가슴이 탁 트이네

안개나루다. 순천만의 대대포구를 안개가 감싸고 있다. 안개 속에서 탐사선은 바다로 떠나자 보챈다. 탐사선을 함께 타기 위해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을 안개 속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다. 1시간여를 기다리자 여행객 대여섯 명이 포구에 당도했다.

순천만 1호는 떠날 채비를 한다. 탐사선에 올랐다. 여행객들도 하나 둘 배에 오른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여행객은 배를 처음 타본다며 어린아이 마냥 들떠있다. 그는 일행에게 서울사람이라고 63빌딩을 다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며 멋쩍은 심경을 토로하듯 툭 한마디 던진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햇살이 은빛으로 부서져 내린다. 뱃전에 찰랑이는 물결, 가슴에 와 닿는 갈대바람이 싱그럽다. 갈대밭을 지나 물길을 달리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점점 멀어지는 대대포구, 갈대밭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득하다. 가슴은 어느새 알 수 없는 기쁨으로 출렁인다. 내 마음은 새털구름이 되어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갈대숲에서 청둥오리가 솟구쳐 오른다. 갈대꽃이 핀 갈대밭은 장관이다. 김 선장은 갈대꽃은 하얗게 한 번 더 핀다고 말한다. 갈대는 위에서 내려다봐야 더 아름답다. 순천만에 물이 들면 갈대는 목까지 물이 찬다. 물이 빠지면 배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해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가 없다. 갈대밭사이 물길을 따라 배는 미끄러져 간다.

뱃머리에 부딪혔다 사라져가는 하얀 물거품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용산 솔숲에서 진달래가 분홍빛 추파를 던진다. 뱃길 따라 이어지는 갈대숲과 갯바위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아가씨들은 기쁨으로 들떠있다. 봄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린다.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멈춘 탐사선의 선장은 마이크를 잡고 좋은 추억 만들어가란다. 갯벌에 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인다. 한눈에 순천만을 조망할 수 있는 용산전망대가 지척이다. 광활한 갯벌에는 국제적으로 보호·관리되고 있는 세계적 희귀새인 검은머리갈매기 무리가 날아올랐다 내려앉았다 한다. 나그네새인 도요새 무리도 보인다.

드넓은 여자만 바다 저 멀리에서 고흥의 팔영산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천혜의 자연에서 계절마다 펼쳐지는 대자연의 쇼, 순천만에 가면 난 언제나 그 아름다운 풍경에 결박당한 채 넋을 잃고 만다. 또다시 탐사선은 물길을 간다. ‘처얼썩~철썩~‘ 파도가 뱃전에서 기쁨으로 부서진다.

푸른 순천만 안개 속을 걷다

두 여인이 우산을 받쳐 들고 무진교를 지나간다. 뭐가 그리도 좋을까. 함박웃음소리가 그녀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곁에서 맴돈다. 장맛비가 내리는 순천만에는 그냥 비를 맞으며 걷는 이들이 더 많다. 그들은 우산마저도 거추장스러운지 내팽개치고 갈대숲을 걷고 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여름날 오후, 순천만을 에워싸고 있는 산봉우리는 안개가 뒤덮고 사람들은 끝없는 갈대숲을 따라 걷는다. 저 멀리 안개 숲을 향해 간다.

사아악~ 갈대숲을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먹구름이 온 하늘을 차양막처럼 드리운 순천만은 푸른 갈대숲과 잿빛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장마철 오이인양 쑥쑥 커가는 갈대의 키가 갈대숲을 가로지르는 탐방로를 훌쩍 넘겼다.

와온 해변의 갯벌

와온 가는 길. 입구에서 멀구슬나무를 만났다. 멀구슬나무의 고목이 허물어져 가는 고옥을 홀로 지키고 있다. 푸른 갈대가 갯바람에 흔들린다. 초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갯벌에는 농게가 빨간 게발을 뽐내며 지나간다.

농게는 집게발을 높이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며 무리지어 움직인다. 아직 절기상으로 하지도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무더위가 기승이다. 일찌감치 갯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부는 고단한지 평상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다. 그의 아내는 마당에서 무언가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흘낏 쳐다본다.

와온 바다에 물이 나고 있다. 바다는 하얀 대낮에 수줍음도 잊은 채 속살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다. 햇볕에 그을린 탓인지 바다는 검은빛이다. 마을 공터에는 아주머니 두 분이 대나무에 그물을 묶고 있다.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솔섬 앞에서 백로와 왜가리 등의 수많은 여름철새가 노닐고 있다. 갯벌위로 모습을 드러낸 짱뚱어는 길길이 뛴다. 놀란 듯 두눈이 툭 튀어나온 짱뚱어는 팔딱팔딱 뛰어가다 두발로 갯벌을 특이하게 기어간다.

한참을 숨죽이고 기다리자 다리가 저려올 무렵에야 게들은 구멍 속에서 살금살금 모습을 보인다. 이따금씩 모습을 보이는 짱뚱어, 눈자루를 높이 치켜세운 칠게는 주변을 경계의 눈빛으로 조심스레 살핀다. 칠게를 비롯한 바다생물들은 조그만 인기척에도 잽싸게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추곤 한다. 와온 바닷가 둑방길의 논에서 푸드덕 황로가 날아오른다. 여름철새의 군무와 솔섬의 아름다운 풍경사이로 두 부부가 뻘배에 몸을 의지한 채 갯벌을 가로질러 간다.

a

칠게잡이 할머니는 늦은 오후에야 바다로 갑니다. ⓒ 조찬현


a

오두막 순천 학산리 장산마을 바닷가의 오두막 ⓒ 조찬현


a

순천만 풍경 오두막에서 본 순천만 풍경 ⓒ 조찬현


갯내음 따라가는 화포 해변

갯내음을 맡으며 화포 해안도로를 달린다. 물이 드는 바다에 조각배 하나 바닷물에 넘실댄다. 바닷가 외딴집 돌담장에는 기다란 대나무 가로놓여 있고 그물이 걸쳐져 있다. 구름 속에 숨어든 현란한 빛의 산란. 고요한 바다는 호수처럼 애잔하다.

화포 가는 길목의 장산마을 바닷가 오두막집이다. 오두막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동요 '섬집아기'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두막이 있는 풍경은 동화속 세상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그 노랫말이 지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순천만의 어머니는 모랫길이 아닌 갯벌을, 뻘배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온다. 맘 설레 얼마를 달리고 또 달렸을까. 갯벌에는 아기의 어미가 수만 번 다녀간 흔적이 물길로 남아있다.
햇살이 부서지는 가을날의 순천만은 그리움이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쫓아 사색의 벌판 순천만을 끝없이 달려보라. 갈대꽃은 솜털처럼 한없이 피어오른다. 물 빠진 포구, 어선은 갯벌에서 허우적대고 어부들은 고기잡이 채비를 한다. 

해돋이로 이름난 순천만 화포를 지나 죽전마을로 들어섰다. 아주머니 한분이 뻘배를 밀고 뭍으로 나온다. 아주머니는 게를 손질하며 연신 '쉬~쉬이~' 해녀의 숨비소리 비슷한 숨소리를 토해낸다. 잠시 쉬는가 싶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바구니를 들고 다시 갯벌로 향한다. 뻘배가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깜짝할 새에 물길을 따라 저 멀리 사라진다. 할머니 한분이 오후 늦게야 바다로 나간다.

a

짱뚱어탕 맛있는 짱뚱어탕 ⓒ 조찬현


입맛 확 당기는 짱뚱어탕

짱뚱어를 곱게 갈아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탕 속에 시래기는 많다 싶을 정도로 가득하다. 하지만 거칠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 순천만이 내려다보이는 평상 마루에 앉아서 뜨끈한 짱뚱어탕을 먹는 맛이란 가히 일품이다.

머위대와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짱뚱어탕은 먹을수록 깊은 맛이 배어난다.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매실장아찌에는 매실의 싱싱함이 살아 있다. 여린 배춧잎으로 담근 겉절이는 짱뚱어탕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다. 큼직한 깍두기도 남도 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 집은 화포 가는 길에 눈여겨 봐두었던 집이다.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할 뻔했다. 짱뚱어탕을 먹다 고개 돌리면 순천만의 멋진 풍경에 사로잡혀 숟가락을 놓고 넋을 빼앗기기 일쑤다. 맛과 풍경이 잘 어우러진 멋진 집이다. 자연에서 온 음식은 자연과 더불어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짱뚱어탕 뚝배기 바닥이 어느새 다 드러났다.

짱뚱어는 물속을 헤엄치기보다 갯벌을 뛰어다니길 더 좋아하고 두 눈이 툭 튀어나와 희한하게 생겼다. 특이하게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겨울잠을 잔다. 가슴과 꼬리지느러미 근육으로 갯벌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이 녀석은 어찌나 민첩한지 손이나 그물로는 잡기 힘들어 훌치기로 잡는다. 청정갯벌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짱뚱어는 해양오염을 알리는 지표종으로 쓰이며 비린내가 없고 영양가가 많아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 만점이다.

a

노을 율촌 상봉리 두렝이길에서 만난 와온 해변의 노을 ⓒ 조찬현


와온 해변에서 노을 지는 바다를 보다

와온 해변이다. 갯벌에는 어선이 한가롭게 누워 있다. 정겹고 멋진 풍경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아름다운 모습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았다.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과 희귀 철새들이 많이 살고 있다. 와온 해변의 갯벌은 끝없이 펼쳐진다. 갯벌에는 기다란 대나무로 양식 영역을 표시해둔 듯, 대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꼽혀 있다. 갯벌이 바닷사람들의 저장고 구실도 한다. 군데군데 바다에서 따온 굴과 고막을 갯벌에 묻어뒀다.

해가 진다. 와온 해변에 노을이 진다. 잿빛 구름 속에서 붉은 노을이 진다. 일몰 풍경이 아름다운 이곳은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순천만은 노을로 완성된다고 할 정도로 멋진 황금빛이다. 참새 떼의 지저귐이 요란하고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와온 마을을 조금 지나면 와온 공원이다.

손을 쭉 뻗으면 닿을 듯 솔섬이 지척이다. 와온 해변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노을이 아름다운 해변 와온은 언제 찾아와도 오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자연의 색감은 아름답다. 노을의 색감에 취해 잠시 마음마저 빼앗기는 곳, 와온 해변에서 난 노을 지는 바다를 본다.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찾아가는 길]
대대포구 : 남해고속도로 서순천IC(2번 국도) → 순천 시내 → 청암대학 사거리(좌회전) → 대대포구
와온마을 :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방면 우회도로) → 순천 시내 → 17번 국도 월전 사거리(863번지방도, 우회전) → 중흥, 해창, 선학, 상내 경유

[시내 교통편]
순천역→대대동 66번, 67번 시내버스(대대하차) 순 천→순천만 택시15분


덧붙이는 글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찾아가는 길]
대대포구 : 남해고속도로 서순천IC(2번 국도) → 순천 시내 → 청암대학 사거리(좌회전) → 대대포구
와온마을 :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방면 우회도로) → 순천 시내 → 17번 국도 월전 사거리(863번지방도, 우회전) → 중흥, 해창, 선학, 상내 경유

[시내 교통편]
순천역→대대동 66번, 67번 시내버스(대대하차) 순 천→순천만 택시15분
#순천만 #와온해변 #화포 #대대포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의 눈을 가진 모래 속 은둔자', 낙동강서 대거 출몰
  2. 2 국가 수도 옮기고 1300명 이주... 이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3. 3 '삼성-엔비디아 보도'에 속지 마세요... 외신은 다릅니다
  4. 4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5. 5 "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