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한민국 대선은 지금 이미지 전쟁 중

선거광고, 이미지 중심에서 정책 중심으로 나아가야..

등록 2007.12.03 20:08수정 2007.12.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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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경 기자는 서강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2007년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의 선거유세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길거리 유세를 통해 마지막 표심 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각종 포털 사이트나 각 방송사들은 후보들의 선거광고를 내보내기에 바쁘다.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리더와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대선을 앞둔 국민들은 설레고 흥분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민들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대통령 후보들일 것이다. 때문에 올해에도 예외 없이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각 가지 개성 있는 선거 광고들이 눈길을 끈다. ‘안아주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일명 스킨십 정치를 시도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 ‘욕쟁이 할머니’나 ‘국밥’과 같은 서민적인 소재를 통해 국민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명박 후보, ‘국민의 마음을 알았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기존의 엘리트적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좀 더 따뜻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는 이회창 후보 등 후보들의 수만큼이나 그들의 선거광고들도 개성 넘치고 다양하다.

 

선거광고는 말 그대로 후보자들에 대한 광고이다. TV 토론회나 연설회, 길거리 유세 등 선거 기간에 할 수 있는 활동은 그야말로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유권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선거광고일 것이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광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심어지는 후보들의 이미지는 선거결과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각 후보들이 선거광고를 통해 개성 넘치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통령도 품질보다 디자인이 좋아야 하는 시대?

하지만 이러한 감성과 이미지 중심의 대선광고를 마냥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선거광고들이 후보들의 이미지 구축에 초점을 맞추느라 정작 가장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할 후보들의 정책에 관한 언급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선광고 속에는 경제 대통령, 따뜻한 대통령, 가족 같은 대통령, 친근한 대통령 등의 애매모호한 ‘이미지’ 들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선거광고를 통해 그 후보에 대한 특정 이미지는 갖게 될 망정, 그 후보가 유권자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는 효율적으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TV 선거광고뿐만 아니라, 인터넷 선거광고 역시 유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선거광고는 TV에서의 광고만큼 시간적 제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인터넷 선거광고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에, 정책 홍보보다는 후보들의 이미지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후보들의 선거광고에 정책 관련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 후보의 선거광고를 클릭하면, 그 후보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면서 네티즌들은 그 후보의 정책들을 읽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선거광고에 정책에 관한 언급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선거광고가 무엇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과연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미국정치와 미디어 선전


사실 이러한 정치적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이미지 정치’ 혹은 ‘미디어 포퓰리즘’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광고는 미국에서 처음 선거가 치러지기 시작할 때부터 나타난 현상이었다.

 

팸플릿, 포스터와 같이 가장 초기적인 형태의 광고를 지나, 19세기 신문광고를 거쳐 20세기 라디오와 TV가 광고에 동원되기까지, 정치광고는 미국 선거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디어에서 텔레비전 광고를 구매하는 것에 사실상 제한이 없고, 미디어 선거광고가 이미 선거운동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전에서 미디어 컨설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1996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과 돌 진영이 텔레비전 선거 광고를 위해 사용한 자금은 자그마치 4억 달러에 달했다.

 

미디어를 통한 선거광고는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현실정치에서 소외 받고 있는 대중들의 정치적 관심을 현실정치로 옮겨놓는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면을 감안한다면 미디어 선전의 효과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디어 광고를 통해 전달될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정보는 매우 한정적임에 비해 그 비중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부정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텍사스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며 사회현상과 문화이론을 연구하는 더글라스 켈너(Douglas Kellner)는 저서 < Television and the crisis of democracy >를 통해 미디어를 통한 정치광고의 부정적인 효과가 미국의 민주주의 토대를 침식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선거는 쇼핑이 아니다


핸드폰 광고에서 핸드폰이 사라지고, 화장품 광고에서 화장품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하지만 그 광고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그 핸드폰이 얼마나 세련됐는지를, 그 화장품이 얼마나 소비자를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광고 이미지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은 셈이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광고에서의 이미지효과다.

 

하지만 이미지 중심의 광고가 잠정적인 소비자를 어떻게 실질적 소비로 연결시키는지를 살펴보면, 이러한 이미지 중심의 광고효과를 선거광고에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또한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지 중심의 광고는 제품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제품을 선택했을 때, 소비자들이 어떤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무언의 언급을 할 뿐이다. 오늘날의 선거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의 개인정보나 정책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는 가운데, 그저 그 후보에 대한 이미지나 그 후보가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의 청사진에 관한 두루뭉술한 이미지만을 제시할 뿐이다.

 

하지만 선거는 결코 쇼핑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보 없이, 이미지만으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꼼꼼히 정책을 따져보고, 그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자신의 이익을 가장 현실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통령 후보들은 구체적이고 타당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에, 소비자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듯, 유권자의 감성만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중심의 선거광고가 유권자들의 감성을 쉽게 자극하고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정작 유권자들의 ‘후보에 대한 알 권리’는 유린당하고 있다.

 

물론 유권자들이 스스로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들의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거나, TV를 통해 후보들의 연설을 들어보거나, 가정으로 배달되는 후보들의 선거전단을 통해서 각 후보의 정책에 관한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책보다는 이미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시대의 대세 속에서 이러한 수고를 감행해 줄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미래 정치를 이끌어 나갈 젊은 세대들이 후보의 아날로그적 정보수집에는 관심 없이,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각종 이미지들에 휘둘려 자신들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일에 익숙해 질까 우려된다. 젊은이들의 정치적 문화가 바로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현실 정치로 나아가야


15일 후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다시 한번 희망찬 미래를 꿈꿔볼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이 2007년 대선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미디어 광고들이 만들어 내는 각종 이미지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각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현실 가능성을 판단하고 자신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줄 수 있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 역시, 좋은 이미지만을 만들어내는 데에 선거활동의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정책 설명위주의 선거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는 것은 대통령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나라에 대한 비전과 정책임을 기억하자.

2007.12.03 20:08 ⓒ 2007 OhmyNews
#미디어 정치 #2007년 대선 #선거광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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