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힘이 뭔지를 보여주는 '영은'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20] 적극적인 여성으로 변신한 영은, <겨울새> 새 바람

등록 2008.02.09 19:39수정 2008.02.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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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으로 돌아온 영은이는 과거의 순종적인 영은이 아닌 강한 어머니로 변신을 꾀했다. ⓒ imbc


곧 조기종영을 당할 <겨울새>가 선전을 하고 있다. 자체 최고 시청률 17%이상을 올리며 막판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연기자들은 조금 더 기다려주지 않은 방송사가 못내 원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되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동안 주인공들의 시대착오적인 캐릭터와 식상한 내용 전개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겨울새>는 중반까지 강여사(박원숙)와 그의 마마보이 아들 경우(윤상현)의 사이코적인 행동을 보는 재미로 봤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여타의 캐릭터들은 인기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또 방송 초반을 지나서부터는 강여사와 영은(박선영)의 고부간의 갈등이 주요 내용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강여사의 행동이 지극히 극단적으로 흘러버려 제대로 된 고부간의 갈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돌변한 영은 화이팅!

특히 영은의 순종적이면서 수동적인 모습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강여사의 말도 안 되는 요구가 더욱 더 빛을 발했다. 그러한 행동에 대해 영은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우리들의 영원한 숙제인 고부간의 갈등이 현실적으로 그려지지 못했던 것.

그래서 늘 강여사의 사이코적인 행동에 시청자들을 황당해 했고, 영은의 소극적인 태도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상황들이 지속되다 보니 결국 <겨울새>는 소수의 드라마로 남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제 무언가가 달라졌다. 영은이 아이 지훈이를 낳고나서부터 상황은 돌변했다. 더는 나약한 영은이가 아니었다. 물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강여사는 아이를 낳은 영은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자, 이혼을 요구하는 영은에게 "위자료로 100억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역시 돈 욕심이 지나치게 강한 강여사 다운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강여사는 영은의 양아버지 정회장(장용)을 찾아가 위자료 100억원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정회장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50억, 25억까지 금액을 낮추면서 최대한 이익을 내려고 강공을 펼쳤다. 그리고 그러한 강공의 미끼로 손자 지훈이를 최대한 이용하며 영은을 압박하고, 정회장을 찾아가 압박하며 맹공을 펼쳤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지나친 맹공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영은이 아이를 강여사에 덥석 줘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영은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환청에 시달리며 드디어 자신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강여사 집으로 들어가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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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진 영은이 행동에 적잖이 당황해 하는 강여사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통쾌하다 ⓒ imbc


사실상 이때까지만 해도 강여사의 행동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며, 손자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행동이 상당히 불쾌했다. 제아무리 물질만능주의에 휩싸인 사람이라도 제 손자인데도 불구하고 손자보다 돈이 우선인 강여사의 행동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이 영은의 행동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였다고 해도 <겨울새>는 그저 그런 드라마로 전락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영은의 행동변화는 다시금 두 손 들어 반길 수밖에 없다.

어머니로 돌아온 영은, 며느리로 돌아온 영은

우선적으로 영은이의 변화요인은 바로 아들 지훈이었다. 지훈이를 남편에게 주고 살 수 없다는 판단아래 모두가 뜯어말렸지만 강여사네 집으로 들어가 살기로 했다. 그 점은 아이를 낳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사는 여성들이라면 영은이를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 행동이 분명 진흙탕에 빠져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질지도 모른다해도 보통 어머니들이라면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자신의 인생만을 살 수는 없다. 그것이 어머니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영은이의 변화가 시청자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전개되던 <겨울새>가 드디어 현실성을 감안한 점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환영받게 된 것이다. 적어도 어머니라는 사람들은 자식들을 위해선 그렇게 행동한다. 자식의 안위를 자신보다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시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전까지 시집에서 영은의 태도는 사이코적인 강여사와 마마보이 경우 사이에서 압박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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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요구하는 강여사의 행동으로 고부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흘렀으나 영은의 태도에 어느 정도 현실감을 되찾았다. ⓒ imbc


그래서 늘 희생당하는 영은이었지만 절대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사실 시어머니들은 곰같은 며느리보다 여우같은 며느리를 좋아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말수도 별로 없고, 애교가 없는 영은. 장점이라면 착한다는 것 이외에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은 영은을 며느리로 맞는다면? 시어머니들은 조금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고 조금 지나치자면 그 곰같은 며느리가 싫을지도 모른다.

물론 극중에서 강여사는 그러한 부분이 싫어 영은이를 괴롭힌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며느리로서 영은은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강여사네로 들어간 영은이는 드디어 여우같은 며느리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가령 영은이 집에 들어와 남편을 구슬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모습에서 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3일 정도를 일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일을 나갈 수밖에 없다며 강여사에게 당당하게 말하는 부분과 생활비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에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당당한 요구와 행동을 하는 영은의 모습에 강여사는 적잖이 당황해 하며 화를 내기 일쑤이다.

물론 그러한 모습에 당할 강여사는 아니지만 그전까지 고부간의 갈등이 단편적으로 다루어진 것을 생각해 볼 때 영은의 태도 변화는 드라마에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강여사같은 시어머니도 흔하지 않겠지만 그러한 시어머니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러한 요구에 무조건 순종적이거나 눈물을 흘리는 요즘 며느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와 시대적인 사고방식이 달라진 지금 요즘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라고 해서 무조건 "예"하고 떠받드는 이들도 별로 없을뿐더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관찰하며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나만해도 무조건 시어머니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보고, 어른을 공경하는 선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요즘 시어머니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겨울새>에서 보여준 고부간의 갈등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모습이었는지를 실감케 한다. 그런데 이제 영은이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뒤늦은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영은의 변화가 <겨울새>가 종영될 때까지 시청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겨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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