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강호동' 활용하지 못하는 SBS

SBS 예능물, 왜 부진할까

등록 2008.02.07 11:47수정 2008.02.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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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 경쟁에서 SBS의 장기부진이 눈에 띈다. 예능이라기보다는 교양정보 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꾸준히 15~18%대의 호성적을  유지하는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정편성된 SBS 예능 프로그램중에서 시청률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는 <무한도전>과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일요일 일요일밤에>를, KBS는 <해피투게더>,<해피선데이-1박2일>,<개그콘서트><미녀들의 수다>를 자사를 대표할 만한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대중적 인기는 물론이고, 네티즌과 언론을 중심으로 한 파급효과가 크다는 화제성과 오랜 지지에 따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반면, SBS는 이처럼 확실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는 ‘킬러 콘텐츠’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남희석, 이경규, 김용만, 김구라, 신정환 등 예능가에서 저마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타급 MC들이 저마다 황금시간대의 굵직한 간판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음에도, 이들은 유독 SBS에만 오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1년여간 예능분야에서 시청률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조기종영되거나 개편(작렬 정신통일, 슈퍼바이킹, 야심만만, 일요일이 좋다 등)된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SBS 예능물의 현 상황이다.

 

SBS 예능물의 부진은 출연진의 이름값에 비해 프로그램의 내실이나 완성도가 최근 예능가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최근 장수예능프로그램들의 하향세가 두드러진다. 한때 SBS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혔던  토크쇼 <야심만만>의 경우, 최근 <미수다>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 5년 만에 종영했고, 후속작인 신동엽의 <대결 8대1>도 아직 동시간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실게임>과 <한밤의 TV연예>가 꾸준히 평일시간대 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간대 예능물로는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다는 점이나 몇 년 전의 전성기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다.

 

기획이나 편성 전략에 있어서도  ‘무리수’를 거듭했다. <일요일이 좋다>의 경우, 4년 넘게 장수해온 ‘엑스맨을 찾아라‘가 수명이 다하며 지난해 전격 폐지된 이후, 새롭게 선보인 ’하자 고‘와 ’옛날 티비‘등의 코너는 모두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조기종영의 수순을 피해가지 못했고, 현재 방영중인 ’기적의 승부사‘나 ’인체탐험대‘도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평일 심야시간대에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던 공개 코미디 <웃찾사>를 무리하게 버라이어티의 격전장인 주말 저녁시간대로 옮긴 것도 패착이었다. <웃찾사>는 현재 <헤이헤이헤이>시즌 2가 종영한 이후, 뒤늦게 목요일 저녁시간대로 편성을 다시 변경했지만 <해피투게더>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여전히 인기를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인업>의 경우, <작렬 정신통일>과 <슈퍼바이킹>의 실패 이후 아예 노골적으로 <무한도전>을 의식하며 편성된 프로그램이었다. 경쟁적으로 스타 MC들을 싹쓸이하며 뒤늦게 예능가의 ‘리얼 버라이어티’ 경쟁에 합류했으나, 정작 후발주자로서 아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SBS 예능물의 한계는 스타 MC들의 물량공세에 비하여, 정작 차별화되지 못한 기획력의 부족에 있다. SBS의 주말 간판 프로그램들에서 MC들의 면면만 보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예능가를 대표하는 호화 라인업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무한도전>이나 <무릎팍도사>처럼 기존 버라이어티-토크쇼의 전형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시도나 실험은 찾아보기 힘들다.

 

유재석과 강호동처럼 자유분방한 놀이판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다재다능한 MC들이, 정작 SBS에서는 <기적의 승부사>나 <놀라운 대회 스타킹>같이 한정된 진행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초반 비속어와 막말 남발로 물의를 일으켰던 <라인업>의 경우, 지난 연말 ‘서해안을 살리자’편을 통해 호평받은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듯 했으나 여전히 이경규, 김구라, 신정환 같은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좀처럼 상호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아이템의 재미를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예능분야 1, 2위를 다투고 있는 <무한도전>이나 <해피투게더>의 경우, 단순한 스타 MC 효과를 넘어 오랜기간의 노력을 거쳐 자리잡은 포맷과 캐릭터를 통해, 이제는 하나의 검증된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 프로그램들은 방영 3~4년을 넘기며 장수해오면서 몇 차례 위기도 겪었지만, 다양한 포맷의 변화와 시행착오의 과정을 자양분 삼아 성공적으로 진화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SBS 예능물 중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포맷이 수명이 다한 이후, 성공적으로 진화한 프로그램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옛날 티비’나 ‘작렬 정신통일’처럼 나름의 고정팬이 자리잡아가고 있거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아이템들을 시청률 수치에만 집착하여 몇달만에 손쉽게 폐기처분하는 조급함은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지못하고 쫓기게 만드는 원인이라 할 만하다. 

 

변화하는 방송가의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어내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프로그램의 성패를 길게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의 성적에 지나치게 연연한 조급증도 문제다. 단순히 기존 예능물의 흥행공식을 짜깁기하며 스타 MC들의 물량공세만이 아니라 길게 내다보는 창의성과 인내 부족이 아쉬운 게 현실이다.

2008.02.07 11:47 ⓒ 2008 OhmyNews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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