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와 '두 다리'가 좋다

[책읽기가 즐겁다 167] 박경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등록 2008.02.28 11:45수정 2008.06.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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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손쉬운 이야기와 글투로,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생태와 환경 문제를 건드려 주는 책입니다.
겉그림손쉬운 이야기와 글투로,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생태와 환경 문제를 건드려 주는 책입니다.북센스
- 책이름 :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글쓴이 : 박경화
- 펴낸곳 : 북센스(2006.1.16.)
- 책값 : 9500원

 (1) 내 삶


일요일 아침에 성당 나들이를 합니다. 수녀님 한 분과 예비자 교리 공부를 1:1로 합니다. 수녀님과 공부를 하게 되어 여느 때에는 쉽게 대답을 듣기 어렵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여쭐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혼인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바라보는 하느님 이야기를 꾸밈없이 듣기도 합니다. 지난 일요일, 공부를 마칠 즈음, ‘한 아버지와 한 아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뜻이 갈라질 때’를 빗대어 이야기 한 자락 들려줍니다. 서로 한뜻이 되지 못하고 엇나가 버리면 영영 남이 되어 버린다는 말씀을 듣다가 우리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수녀님은 ‘그런데 요새는 부모들이 자식을 이기지요’하고 덧붙이며 웃습니다.

하느님뿐 아니라 깨달은 분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말을 곱씹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배우지만, 아이들은 그저 배우기만 할 뿐 아니라, 자기들이 느끼기에 어버이한테서 좋으면 받아먹고 궂으면 거스를 텐데, 아이들이 무엇을 받아먹고 무엇을 거스르는지 어른인 우리들이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고. 제대로 느끼고 깨달으면 어른이 되어도 어린이마음으로 착하거나 아름다이 살아갈 수 있고, 제대로 못 느끼거나 못 깨달으면 나이만 헛먹은 어른이 되어 똥고집만 부리고 만다고.

.. 지난해 겨울, 몇 년 만에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기념으로 냉장고에게 휴가를 주었다 … 유리창에는 성에가 멋진 그림을 그려 놓는다 …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생활할 정도로 실내가 따뜻해지자 냉장고에게 휴식이 없어졌다 … 갖은 정성을 들여 마련한 음식은 대충 먹다가 남기거나 버리는 일이 없고 헤프게 먹는 일도 없었다 ..  (175∼179쪽)

아버지를 생각하며 지나간 일을 하나하나 떠올립니다. 책을 읽어도 손이 시리고 밥을 먹어도 손이 시린 집에 살면서 아버지와 얽힌 몇 가지 일을 떠올립니다. 아버지도 당신 아이를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일이 떠오르실 테지요. 아버지한테 당신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이야기로 당신한테 남아 있을까요.

1995년 10월 어느 날, 군대에 가기 앞서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갔더니 제가 벗어 놓은 옷을 보며 “누가 걸레를 여기다 갖다 놨어? 에이!”하면서 홱 집어던졌습니다. “자기 아들 옷을 보고 걸레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게 아버지예요?” “뭐야?”


군대를 마치고 따로 살림을 차리고 나왔을 때, 서너 해에 한 번쯤 아들 사는 집에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이게 무슨 사람 사는 집이야? 난민촌이지”하는 말을 내뱉어 주었습니다. 아마, 지금 사는 이 집에 와도 “어유, 여기는 바깥보다 더 춥잖아. 이런 소굴에서 어떻게 살아?”하며 이맛살부터 찌푸리시리라 봅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우리 아버지한테 제가 사는 모습은 ‘걸레짝’에다가 ‘난민촌’입니다. ‘거지 소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대로 살아갑니다. 아버지한테는 제 살림이 어느 하나 내키는 구석이 없을 텐데, 우리 나라에는 저보다 훨씬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이 많습니다. 제가 사는 이 동네에도 저보다 아주 어렵고 꾀죄죄하고 조그마한 데에서 잠이나 겨우 얻어자는 형편으로 살아가는 이웃이 많습니다. 저는 부자입니다.


.. 나는 아직 세탁기가 없다. 아는 사람이 중고세탁기를 준다는 걸 몇 번이나 거절했다. 빨래하기가 힘들면 조금 더 입고 빨면 되지 세탁기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뙤약볕 아래 바짝바짝 말라가는 옷가지들을 보면 속이 다 후련하다 … 그러나 세탁기의 실체는 단절이다. 입고 난 옷을 넣고 합성세제를 뿌린 뒤 단추를 누르고 뚜껑을 닫으면 세탁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세탁한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  (182∼186쪽)

빨래들 햇볕이 잘 드는 창가는, 겨울에 빨래 널기에 좋은 자리입니다.
빨래들햇볕이 잘 드는 창가는, 겨울에 빨래 널기에 좋은 자리입니다.최종규

아주 어릴 적, 국민학생이던 어느 날, 우리집에도 세탁기가 들어왔습니다. 날마다 갖은 빨래로 힘드시던 어머니한테는 세탁기가 한짐 덜어 주는 물건이었을 테지요. 아니, 모릅니다. 세탁기가 집안일을 던다기보다, 더 마음을 쏟게 하고, 빨랫거리가 늘어나게 하니까요. 세탁기 돌리는 시간은 으레 손빨래 하는 시간보다 깁니다. 세탁기 돌린 뒤 다른 일을 하면 된다지만, 그게 그렇게 안 되지요. 또 옷이 잘 다칩니다. 세탁기가 빨아 주었다고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냥 널어도 되는 빨래는 널고, 다른 빨래는 하나하나 다림질을 합니다. 다림질을 마치면 개어 옷장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빨래를 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를 줄인다뿐이지, 일손을 덜어 주는 세탁기는 아닙니다.

혼자 살림을 차린 1995년 4월 5일부터 오늘까지 세탁기라는 물건하고는 담을 쌓고 삽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 일을 돕는다며 세탁기 단추 누르기도 곧잘 했는데, 이제는 세탁기 단추를 어떻게 눌러야 하는지 잊었습니다. 또, 알고 싶지 않아요. 손으로 빨래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다 한 빨래를 탁탁탁탁 털며 물방울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햇볕 좋은 날은 마당에 걸고, 여느 때에는 집안에 걸어 놓고. 이불을 빨아 담벼락에 널어 놓으면 물방울 후두둑 소리가 얼마나 싱그러운지. 게다가 이불 빨래를 할 때에는 씻는방 청소도 함께 되고.

.. 이 조그만 텃밭이 내게 주는 지혜는 하늘만큼이나 넓다. 하루가 다르게 무성하게 자라는 푸성귀를 바라보고 있으면, 애타게 종종걸음을 치고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런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녔던 것은 아닐까? … 빌딩과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도 생각보다 텃밭이 많이 있다. 큰길에서 주택가로 접어들어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흙이 있는 공터나 산 아래에는 어김없이 푸성귀가 심어져 있는 텃밭들이 자리잡고 있다 … 그분들 덕분에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 있다 ..  (191∼194쪽)

이달 전기삯은 3층 도서관과 4층 살림집을 더해서 9천 얼마. 처음 자리를 잡고 밤새우며 짐을 갈무리하던 때를 지나고부터는 한 달 전기삯이 만오천 원을 넘기지 않습니다. 으레 9천∼만천원 사이입니다. 한 사람 살림만 하던 때 전기삯은 사천원쯤. 셈틀을 쓰고 스캐너를 돌려도 그것뿐이니 전기삯 나갈 일이란 없습니다. 무엇보다 냉장고 안 쓰지 전자렌지 없지 청소기 없지 세탁기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고….

이웃집에 놀러가면 때때로 텔레비전을 보곤 합니다. 때때로 보면 재미난 풀그림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보이는 재미난 풀그림 때문에 텔레비전을 들여놓거나 즐겨보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우리 둘레에는 텔레비전에 비치는 모습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이 가득하다고 느끼거든요. 사진기 하나 걸치고 골목길 마실을 해도 그렇고, 어릴 적 옛동무 일터에 찾아가서 수다를 떨어도 그렇고, 책을 읽어도 그렇고, 헌책방 나들이를 해도 그렇고, 신포시장 닭집에 가서 나이든 아저씨들 술주정을 들어도 그렇고, 송현시장에 장보러 가서 한 바퀴 휘 둘러보아도 그렇고, 성당 나들이를 해도 그렇고….

.. 하얀 종이껍질을 벗기고 서로 붙어 있는 두 녀석을 매정하게 쫙 자른 뒤 사용하는 나무젓가락은 행사 때나 야외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이다. 동네슈퍼 진열대에 놓여 있는 나무젓가락을 찬찬히 살펴보면 ‘중국산 백양목, 자작목’이라고 쓰여 있다. 이제 나무젓가락도 수입을 하는구나. 하긴 우리 나라에 있는 나무로 이 많은 나무젓가락을 만든다면 한반도는 금세 벌거숭이가 되겠지 … 머지않아 우리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기 위해 중국으로 원정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몇몇 단체에서는 이미 이런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  (122∼125쪽)

제 가방에는 나무젓가락이 한 쌍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무젓가락을 써야 하는 자리에서는, 제가 쓴 나무젓가락을 물에 잘 부신 다음 말려서 비닐집에 다시 넣고 가방에 챙깁니다. 그런 뒤 이 나무젓가락을 다시 쓰고 또 씁니다. 쇠젓가락을 하나 들고 다닐까 싶기도 하지만, 버려지는 나무젓가락 하나 잘 씻고 말린 다음 써도 괜찮다고 느낍니다.

종이잔을 써야만 할 때는 다른 이가 쓰고 버린 종이잔을 살펴서 깨끗한 녀석 하나를 골라듭니다. 밥집에 가서 휴지를 써야 할 때에는 옆사람이 쓰고 버린 휴지를 슬그머니 집어서 씁니다. 이 휴지로는 밥상을 닦는 데에도 씁니다. 밥집 일꾼이 나중에 치우며 밥상을 닦기 앞서 제가 먼저 ‘버려지는 휴지’로 닦아 놓습니다.

코 푸는 휴지는 따로 하나 마련해 놓습니다. 티슈 한 장에 코를 풀고 나서 창턱에 얌전히 올려놓습니다. 그러면 몇 시간 뒤에 다 말라요. 그 휴지를 다시 쓰고 또 씁니다. 코가 안 좋을 때는 자주 풀어야 해서 두어 장쯤 코풀개종이를 펼쳐 놓고 말립니다. 마르는 차례대로 쓰지요. 이렇게 하면 티슈 석 장으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석 달이고 잘 쓸 수 있습니다.

되살아나는 책 헌책방 일꾼 손을 거쳐서 되살아나는 책들은, 하나같이 '다시 살아남', '다시쓰기'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못 느껴서 그렇지, 생태와 환경을 좀더 사랑하는 마음, 우리 지구를 걱정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책 하나 찾으러 헌책방 나들이를 하는 데까지 이어지면 좋겠어요.
되살아나는 책헌책방 일꾼 손을 거쳐서 되살아나는 책들은, 하나같이 '다시 살아남', '다시쓰기'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못 느껴서 그렇지, 생태와 환경을 좀더 사랑하는 마음, 우리 지구를 걱정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책 하나 찾으러 헌책방 나들이를 하는 데까지 이어지면 좋겠어요.최종규

.. “아주머니, 여기 화장지 좀 주세요.” 주인아주머니는 아예 두루마리 화장지를 통째로 건넨다. 입도 닦고 땀도 닦고 옷에 살짝 흘린 음식까지 닦는다. 내 물건이 아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씀씀이가 헤프다. 넉넉하게 20칸을 쓴다. 일어서면서 보니 밥상 위에 남은 음식과 쓰고 버린 화장지가 수북하다 … 그들은 화장지의 상품성을 알렸다. 생활필수품이며, 뒷처리가 필요 없는 일회용품이라는 점을 잘 강조하여 사람들에게 편리하면서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믿게 했다. 마침 수세식 변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화장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  (129∼132쪽)

언젠가 어느 분이 ‘헌책방처럼 재활용을 몸소 실천하면서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곳도 없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참 그러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만, 헌책방이 ‘다시쓰기’를 몸소 앞장서서 하지만, 헌책방을 찾아오는 모든 책손이 이 ‘다시쓰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거나 배우지는 못해요. 꽤 많은 헌책방 책손은 ‘다시쓰는 아름다움’보다는 ‘헌책 값어치를 밑도 끝도 없이 깎아내리며 책 싸게 사들이기’에 아주아주 마음을 쏟습니다.

소중한 책 하나 버려지지 않도록, 훌륭한 이야기 담긴 책이 누군가한테 다시 읽히며 빛줄기 하나 선사할 수 있도록, 주머니 넉넉하지 못한 이한테 값싼 읽을거리가 되도록, 시중에서 사라지는 책을 다리품 팔아서 찾아나서는 이한테 도움이 되도록 하는 헌책방입니다. 그런데 이런 책으로만이 아니라, 헌책방 일꾼이 일하는 매무새로도 ‘다시쓰기’를 느낍니다. 어느 헌책방 일꾼도 물건을 허투루 쓰거나 버리지 않습니다. 책 묶는 끈 하나조차 함부로 가위로 싹뚝 끊어버리지 않습니다. 고이 풀어서 고이 다시 씁니다. 볼펜 한 자루 마구 써 버리지 않습니다. 종이 한 장 마구잡이로 쓰지 않습니다. 우리 세상에서는 먼지 풀풀 날리는 구닥다리 일이라는 푸대접을 받지만, 헌책방 일꾼은 그 누구보다도 ‘거룩한 뜻’이 담긴 책 하나 속알맹이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전기를 마구 쓰면 쓸수록,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은 위험한 핵폐기물더미 속에서 살아야 한다 ..  (142쪽)

아주 가끔 ‘자전거 이야기’를 글로 써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이럴 때마다 으레 글끝에 한 마디를 붙입니다. “당신이 평화를 사랑한다면 자전거를 타셔요”하고. 우리가 자가용을 사랑하거나 아낄수록 우리 삶은 평화하고 멀어집니다.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타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자가용이나 버스나 전철이나 석유자원으로 돌아가거나 원자력발전소 전기힘으로 움직이니까요. 그러나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석유자원이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자유롭습니다. 자전거로 일터와 학교를 오가는 사람들 숫자가 늘어나야 비로소 ‘이라크 전쟁 반대’에다가 ‘한국군 파병 막기’를 이루지 않겠느냐 싶어요. 평화시위는 자전거와 두 다리로 해야 한다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집회 때로 그치지 말고 자기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느껴요.

그러나 적지않은 분들은 집하고 일터 거리가 멉니다. 집과 가까운 일터를 다니지 않습니다. 그 일터가 자기한테 참으로 보람이 있고 우리 삶터를 가꾸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다닐 수 있을 테지요. 그러면 아침에 좀더 일찍 일어나서 자전거로 움직이면 됩니다. 또는, 자기 일터 가까운 데에 집을 얻어야지요.

집과 일터, 또는 집과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은, 그 일터가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은 아닌가요. 일터와 가까운 곳에 집을 얻자니 자기가 바라는 만큼 ‘좋은’ 자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은 아닌가요.

우리한테 더없이 좋은 일이란 무엇이며, 더없이 반가운 집이란 어느 곳이며, 더없이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일는지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즐거울까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마음껏 쓰며 살아야 하나요.

.. 덤은 많이 못 줘도 비닐봉지 인심은 풍년이다. 애써 장바구니를 챙겨 온 내 손이 부끄러워진다. 대형할인점은 아예 야채와 과일을 따로 포장해서 가격표를 붙여 준다. 때문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도 별 쓸모가 없다. 장을 볼 때마다 찬장에 비닐봉지가 자꾸 늘어간다 ..  (85쪽)

옆지기가 떡볶이와 순대가 먹고 싶다고 하여, 빈 반찬통 둘을 들고 신포시장 단골집으로 가니, ‘플라스틱 용기값이 100원’이라며, 100원어치를 더 담아 줍니다. 동네 구멍가게로 술 한 병 사러 갈 때 늘 장바구니를 들고 가서 비닐봉지를 안 받으니, 구멍가게 아저씨가 “비닐봉지 값을 덜게 해 주니 늘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합니다.

골목집 꽃그릇 눈이 소복히 내린 어느 날, 골목집 꽃그릇에 눈이 하얗게 내려앉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기쁨이, 동네로 돌아오면서 제게 선사해 준 큰 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골목집 꽃그릇눈이 소복히 내린 어느 날, 골목집 꽃그릇에 눈이 하얗게 내려앉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기쁨이, 동네로 돌아오면서 제게 선사해 준 큰 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최종규

 (2) 고향 인천을 느끼다

인천이 고향이지만, 인천이 참으로 내 고향이구나 하고 느낀 지는 이제 한 해. 돌이켜보면 인천이라는 곳이 미워서 1994년부터 인천을 떠나 살았으니, 그동안은 어릴 적 이야기가 있다고 해도 가까이하지 않고프던 곳이었습니다. 남다르게 문화시설이 있지 않았고, 공원이라는 곳도 보잘것없었고, 그 흔한 지역방송국도 없으며(아직까지도 없습니다. 중앙방송국은 인천에 지사를 열지 않습니다), 바닷가는 온통 철책으로 가로막아서 들어가 구경하거나 놀도록 해 주지 않습니다.

.. 거름 만들기보다 더욱 중요한 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먼저 요리할 때 양념을 적게 넣고 하는 게 좋다. 양념이 적으면 맛이 담백하고, 음식이 남아도 다른 요리를 할 때 활용할 수가 있다 ..  (159쪽)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지내는 아홉 해 동안, 인천이 얼마나 따돌림받고 외로우며 낡아버리게 된 곳인가를 새삼 느꼈습니다. 식민지 개항 역사도 있지만, 해방 뒤 이어진 정권에서 인천은 오로지 공장지대로만 만들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쓰는 물건을 대어주는 노릇만 시킬 뿐이었어요. 뒷날 역사를 공부하면서 ‘동일방직’이 바로 우리 동네에 있었음을, 그 이름난 ‘똥물사건’을 비롯한 여성노동자 싸움이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이게 뭐지? 나는 뭘 알고 뭘 느끼며 살았지?’하고 가슴을 쥐어뜯었습니다.

어린이문학을 공부하다가 ‘현덕’이라는 분이 인천에 터내리고 문학을 꽃피웠음을 알고는 ‘이건 또 뭐야? 인천에 사람이 없지 않았잖아. 인천 스스로 사람을 파묻은 셈이잖아?’하고는 마음이 싸했습니다. 크고작게 나라 안팎으로 이름을 떨치고 살아가는 ‘인천내기이면서 인천내기 티를 조금도 내지 않는’ 숱한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부대끼는 가운데, 제 뿌리가 무엇인가를 자꾸자꾸 돌아보았습니다. ‘참으로 이게 뭔가?’

.. 돈을 버는 데만 혈안이 된 중개상과 다국적 기업들은 콩고의 광부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고 국립공원이 얼마나 파괴되었고 고릴라들이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  (24쪽)

뿌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서울에서 뿌리를 내릴 수 없었고, 충주로 살림을 옮겨 네 해쯤 살면서도 뿌리를 못 내립니다. 그예 빈손이 되어 인천으로 돌아옵니다. 비단옷을 입고 돌아가는 고향이 아니라 빈털털이로 고향땅을 밟습니다. 저한테 있는 재산이라면, 고등학교 때부터 푼푼이 모아 놓고 있던 책과 여태껏 찍어 온 사진들. 그런데 돈 한푼 없이 돌아온 고향에서, 비로소 제가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느낍니다. 몸으로 느낍니다.

바로 삶이었어요. 돈이나 재산이나 사회에 떨치는 이름이나 사회를 움켜잡는 힘 따위가 아닌 삶. 치면 치이고 밀면 밀리고 때리면 맞고 눌리면 눕고 휘몰아치면 휘둘리는… 삶. 김수영 시인은 <풀>을 노래했습니다. 언제나 치이고 밀리고 맞고 눕고 휘둘리는 쪽에서 군말 없이 이곳 고향에서 버티고 뿌리를 내려온 사람들 삶. 빈손이 되니 바야흐로 빈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천 골목집 있는 그대로 예술품이고, 보이는 그대로 아름다움이라고 느낍니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또 겨울대로 다른 맛을 풍겨 주는 이 골목길 동네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참...
인천 골목집있는 그대로 예술품이고, 보이는 그대로 아름다움이라고 느낍니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또 겨울대로 다른 맛을 풍겨 주는 이 골목길 동네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참...최종규

.. 인공조명 때문에 밤에도 일을 하고 온갖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피곤해졌다 ..  (172쪽)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어릴 적부터 늘 놀던 길이었지만, 그동안 고향땅 골목길을 살갗으로 못 받아들이며 지냈습니다. 새삼 골목길이 눈에 뜨이고 골목집이 가슴에 박힙니다. 붉은벽돌 담벼락에 묻힌 세월이 느껴지고, 뒷간 뙤창에 담긴 손때가 느껴지며, 어렴풋이 들여다보이는 조그마한 집들 서까래가 눈에 밟힙니다.

왜 못 보았을까? 아니, 이제야 볼 때가 되었나? 골목길을 사진기 하나 걸쳐메고 돌아다니다 보면, 집마다 올망졸망한 그릇을 죽 내어놓고 흙을 담아서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텃밭농사를 짓고 있어요. “낡은 꽃그릇 농사”를 짓고 있어요.

환경학자들이, 환경부서 공무원이 쿠바 같은 나라에, 일본 같은 나라에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배운다’고 하는 ‘도시농업’을 이곳 골목사람은 예부터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해 오고 있습니다.

.. 장마가 끝날 때마다 강 하구와 바다에 떠내려 온 수십만 톤의 쓰레기를 치우느라 해양수산부의 업무가 마비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46쪽)

그러나 나라에서는 골목사람 “꽃그릇 농사”를, “도심지 텃밭농사”를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으니 못 봅니다. 지역정부에서는 골목길 빈터마다 푸성귀가 자라고 감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눈이 있어도 안 보이니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나라든 지역정부든, 땅값이 싼 이 동네를 통째로 사들여서 하루빨리 아파트 뚝딱뚝딱 올려세워서 분양권 팔고 관리비 받아먹고 자동차로 할인매장 오가도록 하는 틀거리를 세우고 새로운 아스팔트 찻길을 늘리고 새 자동차 쑥쑥 뽑아내어 한 대라도 더 팔도록 영업을 하고 기름값이 오르든 말든 휘발유 장사로 시세차익 남기기 하는 데에 머리를 굴릴 뿐입니다.

주판 할배 구멍가게 할배는, 손님이 고른 물건이 몇 가지가 되면, 주판알을 퉁기며 값을 셈합니다. 구멍가게 할배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고 전자계산기를 쓸 줄 모른다고는 해도, 주판 하나로도 세상을 넉넉히 껴안을 수 있습니다.
주판 할배구멍가게 할배는, 손님이 고른 물건이 몇 가지가 되면, 주판알을 퉁기며 값을 셈합니다. 구멍가게 할배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고 전자계산기를 쓸 줄 모른다고는 해도, 주판 하나로도 세상을 넉넉히 껴안을 수 있습니다.최종규

제아무리 기름값이 많이 오른다고 해도, 우리가 자전거로 다니거나 두 다리로 걸어다닌다면 걱정이 없습니다. 난방비가 걱정이 된다지만, ‘없이’ 사는 분들은 추위에 이골이 난 분이라, 기름을 적게 때어도 겨울나기를 해 왔습니다. 아예 안 때고도 겨울나기를 했습니다.

도시이든 시골이든, 낮은자리에서 거의 없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른바 서민은, 앓는소리 한 번 하지 않습니다. 있으면 있으니까 이웃과 나누면서 살아갑니다. 없으면 없으니까 이웃한테 조금씩 얻으면서 살아갑니다.

.. 푸른 나무와 맑은 물, 온 천지에 피고 지는 꽃과 풀이 흔했던 그 시절의 시골에서는 종이가 귀했다. 오랜만에 편지라도 한 통 오면 편지지와 봉투는 메모지로 다시 쓰기 위해 큰 집게에 매달아 놓았다. 우리들 역시 한 학년이 끝나고도 공책이 남으면 다음 학년이 되어서 끝부분까지 마저 썼다 ..  (94쪽)

저잣거리 국수집 아주머니는, 딱해 보이는 동네 할머니한테 국수 한 그릇 말아 주거나 보리밥 한 그릇 슬그머니 내어줍니다. 그러나 늘 이렇게 내어주지는 못합니다. 어쩌다 한 번입니다. 당신도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다만, 가끔 한 그릇쯤이면 당신 벌이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말합니다. 모르는 일입니다만, 국수집 아주머니도 당신이 어렵게 살던 때 이웃사람 누군가한테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요. 내가 어려울 때는 내 이웃한테 도움을 받고, 내가 조금 넉넉해지만 내 넉넉함으로 내 이웃을 도와주고.

따로 어떤 모금이나 기부 같은 일을 하지 않아도 어깨동무를 하며 살아가는 고향 동네 사람들임을 이제야 느낍니다. 따로 어떤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오순도순, 때로는 욕도 지껄이고 싸움질도 하면서 어우르는 고향동네 사람들임을 이제부터 느낍니다.

 (3)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책

생태와 환경을 다루는 책치고 제대로 읽히거나 알려지는 일이 드뭅니다. 그렇지만, 이 책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꽤 널리 알려졌고, 많지는 않아 보이나 그럭저럭 사랑을 받습니다. 2006년 1월 16일에 1쇄를 찍고 같은해 7월 25일에 2쇄를 찍는데, 책 겉그림에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올해의 청소년도서 + 한우리독서운동본부 청소년 선정도서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라는 네 가지 딱지를 달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책이 처음 나올 무렵, 꽤 많은 언론매체가 이 책을 소개했고 널리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2쇄를 찍기까지 자그마치 여섯 달. 이런 뒤로 3쇄나 4쇄도 찍었을까요? 네 군데에서나 추천도서라고 했음에도 이렇게 ‘덜’ 팔리는 모습이 생태와 환경을 다루는 책 운명일까요.

골목길에서 누군가 버려진 꽃을 이렇게 골목집 담 귀퉁이에 꽂아 놓았습니다. 길바닥에 나뒹굴면 쓰레기이지만, 이렇게 꽂혀 있으면 예쁘장한 장식물이 되어요.
골목길에서누군가 버려진 꽃을 이렇게 골목집 담 귀퉁이에 꽂아 놓았습니다. 길바닥에 나뒹굴면 쓰레기이지만, 이렇게 꽂혀 있으면 예쁘장한 장식물이 되어요.최종규

.. 누가 쓰던 거면 어떠랴. 속만 멀쩡하면 말끔하게 닦아서 사용하면 되지. 낡아서 으스러질 때까지 열심히 써 줘야 그 물건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느끼지 않겠는가 ..  (147쪽)

글쓴이 박경화 님은 <녹색연합>에서 일을 합니다. 이분 블로그가 있어서 가끔 이곳 나들이를 합니다(http://blog.naver.com/parkkyunghwa). 책에서 읽었듯이, 당신이 살아가는 그 모습 그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책 한 권에는 담아내기 어려운 여러 가지 우리 둘레 이야기가 찬찬히 스며 있습니다. 박경화 님 블로그 소개에는, “그대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 우리가 진정으로 다음세대를 걱정한다면, 억만금의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을 고스란히 보전해서 물려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  (43쪽)

우리 스스로 바꾸기. 그렇군요. 우리한테 내키지 않아서 바꾼다기보다, 우리 삶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우리 삶을 우리 손으로 꾸려나가도록 하지 못하게 가로막으니 바꿉니다. 더 많은 돈이나 더 높은 이름이나 더 큰 힘을 얻으려 바꾸려는 움직임이 아닙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서로 사랑하며 살고 싶어서, 함께 나누면서 웃고 울고 싶어서 바꾸려는 몸짓입니다.

제가 인천으로 돌아와서 살짝 거들고 있는 ‘배다리 한복판 꿰뚫으려는 너비 50∼70m짜리 산업도로 반대운동’도 이런 테두리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쓸모있는 데에 마음을 쓰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가꾸는 일에 온힘을 다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을, 사람이 품은 꿈을, 사람다움을 맛보고 나누는 아름다움을 펼치고 싶습니다.

밤 골목 해 떨어진 어두운 밤, 슬몃슬몃 걸으며 골목길 맛을 느끼는 일도 즐겁습니다. 집안에서 저녁 짓는 냄새, 식구들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소리를 들으며, 사람이 살아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밤 골목해 떨어진 어두운 밤, 슬몃슬몃 걸으며 골목길 맛을 느끼는 일도 즐겁습니다. 집안에서 저녁 짓는 냄새, 식구들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소리를 들으며, 사람이 살아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최종규

어젯밤, 세 해 만에 <미완의 해방노래>라는 책을 다시 집어들었습니다. 우리한테 널리 이름이 나기는 했으나 발자취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혁명가 ‘김산’ 발자취를 좇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리랑>은 꽤나 팔리고 읽히지만 <미완의 해방노래>는 거의 안 팔리고 안 읽힙니다. <미완의 해방노래>를 써낸 분은 박정희 독재정권 때부터 이 책을 번역하려고 했으나 뜻을 못 이루기는 했어도 꾸준히 학자 양심에 따라 혁명가 발자취를 살피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 바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혁명가나 독립운동가가 ‘좌파’이든 ‘우파’이든 가리지 말고 높이 사고 보듬었어야 할 텐데, 한쪽으로 치우친 나머지, 소중한 우리 역사 절반을 잃어버렸습니다. 더욱이 ‘중도’나 ‘무정부주의’에 선 사람들마저 내동댕이쳤으니 절반을 웃도는 역사가 사라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더욱이, 좌파 우파 중도를 넘어서, 아무런 학식이나 경력이 없이 조용하게 살아가는 서민들 삶은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으니, 절반 넘게가 아닌 거의 모든 우리 역사가 먼지처럼 사라졌다고 해도 마땅하다고 느낍니다.

..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한다면 겨울철에는 반드시 내복을 입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 나라 면적과 인구수에 비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라크전쟁 같은 석유전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  (114쪽)

책방 나들이를 할 때마다 가방이 미어터지도록 책을 장만합니다. 골목길 사진을 찍으려고 두 손이 얼어터지고 동상이 걸리도록 돌아다닙니다. 이런 저를 보면서 “웬만하면 작은 차라도 한 대 사지?”하고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지구를 좋아합니다. 우리 나라가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몰 생각이 없어요. 일부러 면허증도 안 땄는걸요. 고3 겨울방학 그 긴 나날에 동무들은 모두들 운전면허증을 손쉽게 땄지만, 저는 “난, 옹글게 자연삶터를 망가뜨리지 않는 자동차가 나오는 날까지 운전면허도 안 딸 생각이야”하고 외쳤습니다. 지금은 우리 자연삶터를 보듬어 주는 자동차가 나와도 운전면허는 안 딸 생각입니다. 자전거가 좋아서 그렇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일이 즐거워서 그렇습니다.

이런 공사는 너무 많은가? 조용히 살던 동네를 아주 쫙 갈라 버리려는 산업도로 공사를 반대하는 일에는, 동네사람 아니고는 인천시민들 눈길이 쏠리지 않습니다. 워낙 이런 일이 흔하기 때문일까요? 그리하여, 이런 막공사가 자기네 집 앞까지 들이닥쳐야 비로소, 아이구야, 예전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막을걸... 하고 푸념을 하시려는지... 이런 일이 마구 일어나는 일도 문제이지만, 이런 일이 너무 흔하다 보니, 우리 감각이 무디어지는 일도 참으로 큰 걱정거리라고 느낍니다.
이런 공사는 너무 많은가?조용히 살던 동네를 아주 쫙 갈라 버리려는 산업도로 공사를 반대하는 일에는, 동네사람 아니고는 인천시민들 눈길이 쏠리지 않습니다. 워낙 이런 일이 흔하기 때문일까요? 그리하여, 이런 막공사가 자기네 집 앞까지 들이닥쳐야 비로소, 아이구야, 예전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막을걸... 하고 푸념을 하시려는지... 이런 일이 마구 일어나는 일도 문제이지만, 이런 일이 너무 흔하다 보니, 우리 감각이 무디어지는 일도 참으로 큰 걱정거리라고 느낍니다.최종규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책 + 헌책방 +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책 + 헌책방 +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개정판

박경화 지음,
북센스, 2011


#환경책 #책읽기 #박경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산업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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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작은책집으로 걸어간 서른해

이 기사는 연재 최종규의 '책과 헌책방과 삶'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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