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책헌책방 일꾼 손을 거쳐서 되살아나는 책들은, 하나같이 '다시 살아남', '다시쓰기'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못 느껴서 그렇지, 생태와 환경을 좀더 사랑하는 마음, 우리 지구를 걱정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책 하나 찾으러 헌책방 나들이를 하는 데까지 이어지면 좋겠어요.
최종규
.. “아주머니, 여기 화장지 좀 주세요.” 주인아주머니는 아예 두루마리 화장지를 통째로 건넨다. 입도 닦고 땀도 닦고 옷에 살짝 흘린 음식까지 닦는다. 내 물건이 아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씀씀이가 헤프다. 넉넉하게 20칸을 쓴다. 일어서면서 보니 밥상 위에 남은 음식과 쓰고 버린 화장지가 수북하다 … 그들은 화장지의 상품성을 알렸다. 생활필수품이며, 뒷처리가 필요 없는 일회용품이라는 점을 잘 강조하여 사람들에게 편리하면서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믿게 했다. 마침 수세식 변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화장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 (129∼132쪽)
언젠가 어느 분이 ‘헌책방처럼 재활용을 몸소 실천하면서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곳도 없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참 그러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만, 헌책방이 ‘다시쓰기’를 몸소 앞장서서 하지만, 헌책방을 찾아오는 모든 책손이 이 ‘다시쓰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거나 배우지는 못해요. 꽤 많은 헌책방 책손은 ‘다시쓰는 아름다움’보다는 ‘헌책 값어치를 밑도 끝도 없이 깎아내리며 책 싸게 사들이기’에 아주아주 마음을 쏟습니다.
소중한 책 하나 버려지지 않도록, 훌륭한 이야기 담긴 책이 누군가한테 다시 읽히며 빛줄기 하나 선사할 수 있도록, 주머니 넉넉하지 못한 이한테 값싼 읽을거리가 되도록, 시중에서 사라지는 책을 다리품 팔아서 찾아나서는 이한테 도움이 되도록 하는 헌책방입니다. 그런데 이런 책으로만이 아니라, 헌책방 일꾼이 일하는 매무새로도 ‘다시쓰기’를 느낍니다. 어느 헌책방 일꾼도 물건을 허투루 쓰거나 버리지 않습니다. 책 묶는 끈 하나조차 함부로 가위로 싹뚝 끊어버리지 않습니다. 고이 풀어서 고이 다시 씁니다. 볼펜 한 자루 마구 써 버리지 않습니다. 종이 한 장 마구잡이로 쓰지 않습니다. 우리 세상에서는 먼지 풀풀 날리는 구닥다리 일이라는 푸대접을 받지만, 헌책방 일꾼은 그 누구보다도 ‘거룩한 뜻’이 담긴 책 하나 속알맹이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전기를 마구 쓰면 쓸수록,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은 위험한 핵폐기물더미 속에서 살아야 한다 .. (142쪽)아주 가끔 ‘자전거 이야기’를 글로 써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이럴 때마다 으레 글끝에 한 마디를 붙입니다. “당신이 평화를 사랑한다면 자전거를 타셔요”하고. 우리가 자가용을 사랑하거나 아낄수록 우리 삶은 평화하고 멀어집니다.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타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자가용이나 버스나 전철이나 석유자원으로 돌아가거나 원자력발전소 전기힘으로 움직이니까요. 그러나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석유자원이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자유롭습니다. 자전거로 일터와 학교를 오가는 사람들 숫자가 늘어나야 비로소 ‘이라크 전쟁 반대’에다가 ‘한국군 파병 막기’를 이루지 않겠느냐 싶어요. 평화시위는 자전거와 두 다리로 해야 한다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집회 때로 그치지 말고 자기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느껴요.
그러나 적지않은 분들은 집하고 일터 거리가 멉니다. 집과 가까운 일터를 다니지 않습니다. 그 일터가 자기한테 참으로 보람이 있고 우리 삶터를 가꾸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다닐 수 있을 테지요. 그러면 아침에 좀더 일찍 일어나서 자전거로 움직이면 됩니다. 또는, 자기 일터 가까운 데에 집을 얻어야지요.
집과 일터, 또는 집과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은, 그 일터가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은 아닌가요. 일터와 가까운 곳에 집을 얻자니 자기가 바라는 만큼 ‘좋은’ 자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은 아닌가요.
우리한테 더없이 좋은 일이란 무엇이며, 더없이 반가운 집이란 어느 곳이며, 더없이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일는지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즐거울까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마음껏 쓰며 살아야 하나요.
.. 덤은 많이 못 줘도 비닐봉지 인심은 풍년이다. 애써 장바구니를 챙겨 온 내 손이 부끄러워진다. 대형할인점은 아예 야채와 과일을 따로 포장해서 가격표를 붙여 준다. 때문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도 별 쓸모가 없다. 장을 볼 때마다 찬장에 비닐봉지가 자꾸 늘어간다 .. (85쪽)옆지기가 떡볶이와 순대가 먹고 싶다고 하여, 빈 반찬통 둘을 들고 신포시장 단골집으로 가니, ‘플라스틱 용기값이 100원’이라며, 100원어치를 더 담아 줍니다. 동네 구멍가게로 술 한 병 사러 갈 때 늘 장바구니를 들고 가서 비닐봉지를 안 받으니, 구멍가게 아저씨가 “비닐봉지 값을 덜게 해 주니 늘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