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관련 청문회에서 자료를 들어보이며 광우병 괴담과 이명박 대통령 탄핵 움직임 배후엔 불순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소연
청소년은 누군가 꼬드기면 넘어가는 존재?'촛불문화제'와 '강의석'. 별 상관도 없어 보이는 두 단어에서 저는 청소년들에 대한 보수세력, 특히 보수적 교육자들의 인식이 어떤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연일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에는 많은 중고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여당, 보수연론, 보수적 교육자들은 좌파세력의 선동에 청소년들이 놀아나고 있다는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7일에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전교조가 배후에서 학생들을 종용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선 학교에서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급기야 8일자 <동아일보> 사설에서는 "온갖 억측과 괴담으로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이를 시위에 이용하는 배후세력을 반드시 찾아내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 자식에게도 똑같은 피켓을 들려 시위대의 전면에 세우겠느냐'고 물어야 한다"며 강경론을 내놓습니다.
이런 '배후조종설'을 제기하는 인식에는 '청소년들은 누군가가 꼬드기면 쉽게 넘어가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강의석씨에 대한 대광고의 인식도 비슷합니다. 강의석씨는 대광고 재학시절 학내 종교적 자유를 요구하며 45일간 단식투쟁을 펼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광 60년사>와 탁준호 전 대광고 교장은 "강의석은 민주노동당·민주노총·전교조 등의 사주와 조종을 받았다"라는 비슷한 '배후조종설'을 주장했습니다.
보수 언론과 교육자들이 이처럼 배후조종설을 제기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판단과 의식수준 그리고 자유의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독선, 또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부족, 마지막으로 그들의 기준으로 청소년들을 제단하려는 오만함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억압은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합니다. 물론 제가 배후조종설이 나돌 정도의 큰일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학교와 선생님들이 치졸한 방법과 폭력을 동원하여 억눌렸던 기억은 꽤 있습니다.
강의석과 촛불문화제, 그리고 15년 전 나의 경험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고3 때 우리학교 축구부가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결승전 응원을 가고 싶었던 고3 학생들은 학교 측에 응원을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지만 수업과 자습을 이유로 그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고3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와 반별로 모여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물론 하루만이라도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학교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뜨겁게 발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그런 마음을 시위의 형태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돌이켜 보면 축구응원 보내달라고 시위를 한 그 때가 한 편으로는 좀 철이 없어 보이고, 우습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웃긴 것은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이었습니다.
학생주임을 비롯한 몇몇 선생님들이 운동장에 집결해 있는 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갑자기 일명 '바리깡'을 들이대며 두발검사를 한 것입니다. 몇몇 학생들의 머리에 고속도로가 개통(?)되자 학생들은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한 선생님이 학생들을 향해 몽둥이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마치 소몰이하듯 학생들을 몰아댔습니다. 학생들은 몽둥이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고 시위는 아주 간단하게 진압이 되었습니다.
더 어이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학생회장 선거를 할 때였습니다. 한 후보 학생이 재미있게 유세를 하기 위해 북한말로 정견 발표를 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마치 개그프로의 한 장면을 보듯 재미있어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북한말로 김일성 흉내를 냈다는 이유로 그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 뺨을 사정없이 수차례 후려친 것입니다. 그 친구는 개그프로를 따라하다 졸지에 불온한 사상을 가진 학생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시위진압 교사, 뺨 후려치던 교사...비겁함의 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