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무대에 선 이연우 학생.
남소연
스팸메일로 처리하시기 전에 한번만 끝까지 성의 있게 읽어주세요.
저는 국립국악고등학교에 다니는 17살 학생입니다. 유권자 아니라고 무시하시 마세요.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는 현명한 의원이라면 읽어줄 거라 믿습니다.
지금 악기연습을 한창 해야 할 시기인데 너무 답답하고 무서워서 어떡하든 방법을 찾고 싶어서 보냅니다. 다름이 아니라 광우병에 관한 것인데요, 이런 글 너무 많이 보셔서 식상하다고 생각할 진 모르겠지만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정말 도움이 필요해요.
이 글을 읽으면서 국민들의 요구사항은 둘 째 치고 지금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만이라도 좀 알아주세요. 물론 이 메일을 국회의원께서 직접 읽게 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주셔서 어느 정도 의미 전달은 해주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성의 있게 읽어주세요.
고1인 제가 정치인들에 편지 보냅니다제가 아직 배운 것이 많지 않아 정치에 관심도 없고 법도 잘 모릅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체결된 쇠고기 협상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광우병에 대해 몰랐으니까요.
꽤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 광우병에 대해 여기저기 찾아봤습니다. 물론 그 중 어떤 것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정말 상상도 못해본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검역이 제대로 되는지도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미국 농장의 동영상은 정말…. 무섭고도 가슴 아팠습니다.
정부에서는 그것이 '동물학대'에 관한 영상이라며 "일부 언론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지만, 그것을 보고 어떻게 단순히 동물학대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어나지 못하는 소를 학대하는 영상이지 멀쩡한 소를 학대하는 영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애초에 그 많은 소들은 왜 못 걷는 건가요?
처음엔 '에이, 쇠고기 들어간 것 안 먹으면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 주변에 쇠고기 성분이 들어간 것이 상상도 못할 만큼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도 전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공기감염과 수도관 감염, 젤라틴에 프리온 함유, 타액으로 인한 감염은 괴담이다" 그리고 "원산지 표기를 정확히 하겠다"라고 했지만, 그럼 조미료, 수많은 과자와 라면의 쇠고기맛 씨즈닝, 어린이 식품에 첨가되는 칼슘, 유제품 등은 설명하실 수 있나요?
정부에서 '괴담'이라고 주장하는 여러 가지를 빼도 여전히 식품에 의한 감염 경로는 너무 많습니다. 다음번엔 "조미료나 과자 그런 곳에도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하겠다, 그러니 잘 선택해서 먹어라"라고 하실 건가요? 그럼 거의 모든 식당에서 쓰는 조미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나라의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양심을 너무 믿는 것은 아닌가요?
정부에서 강력한 법을 제정해도 쇠고기와 접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주 적은 양으로도 발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점은 정부에서도 부인을 못하죠?
그러면 정부에서 미처 막지 못한 경로로 아주 적은 양의 쇠고기라도 접한 사람은 어떻게 되죠? 그냥 어쩔 수 없는 희생자인가요? 그런데 그때도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내가 왜 밥도 못 먹고 눈물을 흘려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