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2월 6일자 MBC <뉴스데스크>에서 김세의 기자가 보도한 "군부대에 룸싸롱... 도우미까지 고용해 파문'이란 제목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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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3군 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충남 계룡대 안에 룸살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성 도우미를 불러다 접대를 시키고 있는 것까지 알았다. 당연히 기자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종감이다.
하지만 취재를 해야할 곳은 철조망 안쪽. 민간인으로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룸살롱 술판'을 취재하겠다고 요청을 하면 군에서 들어줄 리 만무했다. 설사 출입을 허용한다 해도 장군님들이 여성 도우미와 즐기는 장면을 군이 보여줄 리 없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포기를 하든지, 아니면 군의 비리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위장잠입을 하든지.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김세의 MBC 기자(32)는 후자를 택했다. 당시 계룡대에 단기장교로 근무 중이던 후배를 설득해 임시출입증을 얻어 부대로 잠입했다. 가까스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6일자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
군부대에 룸살롱... 도우미까지 고용해 파문"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점잖아 보이는 군 간부들이 여자 도우미를 끼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적나라한 장면까지 모두 다.
'특종'과 함께 군 검찰에 기소... 2심서도 유죄 판결파장은 컸다. 군은 보안시설 내에 룸살롱을, 그것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술판을 벌인 것에 대해 사과했다. 17년 간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여성 도우미의 출입도 제한했다. 그리고 이 보도는 회사로부터 '주간 베스트 리포트'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하지만 특종을 했다며 어깨를 으쓱했던 순간도 잠시, 곧바로 김 기자는 군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취재과정에서 초소침범과 군사기밀유출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1년여 간의 긴 재판과정 끝에 김 기자는 지난 4월 판결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지난 17일 진행된 2심에서도 군법원은 "충분히 정상적 출입절차를 통해 계룡대에 출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단, 초범이고 반성의 기미(?)가 보인다는 점을 들어 1심보다는 경감된 선고유예를 내렸다. 김 기자는 "'정상적 출입절차'가 있었다는 판결문 내용이 무슨 말인지 전혀 납득이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서 잠깐, 분명 억울한 판결이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자. '선고유예'라고 한다면 향후 2년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면소가 된 것으로 간주하는 명령이다. 즉, 김 기자는 2년 동안 조용히 살면 실형을 면제받을 수 있다.
충분히 견딜만한 선고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반발하는 것이 '엄살'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김 기자는 2심 판결을 받자마자 곧바로 대법원에 제출할 상고이유서를 작성했다. 그는 "2년 동안 몸 사리며 취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감옥에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군을 비롯한 정부부처의 비리 실태를 내부에 들어가서 고발하는 것이 이번 유죄 판결로 인해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11시경,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지하면회실에서 김 기자를 만났다.
"선고유예? 유죄인 건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