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예나 작가
곽진성
"글을 쓰는 동안 좋은 꿈들을 많이 꾸었어요. 꿈을 꾸고 나니 자신감과 확신이 생겨났어요. 처음에는 그저 좋은 꿈이란 생각에 로또를 샀기도 했지만 꽝이었죠(웃음)."
꿈이 실현된 것일까? 2008년 4월의 어느 날 저녁.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탄 고예나의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그는 무심결에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들려온 것은 낯선 사람의 목소리. 누군지 궁금한 마음에 전화한 사람을 물은 고예나는 깜짝 놀라고 만다. 전화한 이는 민음사 대표였기 때문이다.
"축하드립니다. 고예나씨.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순간 고예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확인해 물었다. 꿈인가도 의심했지만, 그렇기엔 너무도 생생한 현실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으면 절대 이룰 수 없었던 꿈, 하지만 고예나는 현실을 탈피해 소설가란 꿈에 도전했고 결국 그 꿈을 이뤘다. 그렇게 고예나는 32회째를 맞는 '오늘의 작가상' 소설가 중에 최연소 수상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등단 소설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 후. 7개월 후인 2008년 10월 말, 일산에서 만난 고예나 작가는 다음 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맑은 웃음과 유쾌한 언변이 인상적인 그는 아직도 모든 것이 꿈 같다고 밝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이제는 어엿한 소설가로 이름을 올린 그는 자신의 꿈의 기치에 대해서 들려준다.
"센스있는 젊은 작가로 불리고 싶어요. 세태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집어내고 가려운 부분을 긁어내는 작가로서 우리 세대를 아우르고 싶기 때문이에요"스물넷, 고예나 작가의 꿈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자신의 또래를 대변하는 작가, 동시대를 아우르는 작가, 그들의 속마음과 고충을 헤아려 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 꿈을 향해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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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예나 작가의 말 ⓒ 곽진성
고예나 작가와의 인터뷰 약속이 잡혔을 때 다른 취재보다 두 세배 많은 질문을 준비해야 했다. 인터뷰에 관련한 질문 외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궁금한 여러 가지 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는 김에 그 궁금증들을 잔뜩 물어볼 요량이었다.
그 질문 내용이래봤자 "오랜 글 작업이 힘들지는 않던가요? 문장이 잘 안나올 때는 어떻게 해요?" 같은 유치찬란한 것들이었지만 다행히(?)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그는 나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답을 해줘 고마웠다. 밝고, 게다가 세련된 24살의 작가에겐 유쾌한 젊음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배울 점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문득 나도 저렇게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나 돌이켜 보게 된다. 물론 그 물음에 내 스스로 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묻는다면 '한 때는…'이라고 나지막한 소리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나도 분명 그런 순간이 있었다.
지금부터 불과 1년 전인 25살의 여름이었다. 당시 나는 열정 가득한 대학생 탐사보도 기자를 꿈꾼 적이 있다. 적어도 그때는 용돈을 달달 털어서, 몇달에 걸쳐 탐사 취재에 도전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가슴 벅찼던 꿈은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현실의 바쁨 속에 그런 기사를 쓸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렇게 기사를 써봤자 많은 사람이 읽지 않는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점점 타성에 젖어가던 내게 들려온 천금 같은 한 마디.
"글을 쓰자 조바심이 사라졌어요. 첫 장편을 쓰는 내내 행복했죠. 나중에 어떻게 되든 현재를 살고자 했으니까요." 글을 쓰며 행복하다는 감정, 현재를 살고자 한다는 마음가짐, 고예나 작가의 말이 내겐 따끔한 교훈으로 다가왔다.
"쓰고 싶었던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하다가 쓴 거였기 때문에 정말 신나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썼어요. 한 번도 힘들었던 적이 없었죠. 아직까지는 글 쓰는 고통 같은 걸 느낀 적이 없어요. 때때로 문장이 매끄럽게 나와 주지 않을 때가 있지만 이걸 고통이라고 하기엔 너무 엄살 아닌가요?"장편소설가라는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한 고예나 작가를 보며 나 역시 다시금 가슴 벅찬 꿈을 꾼다. 그동안 용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첩에 적어두기만 하고 취재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뒤늦게 끄집어내 본다.
도전. 그리고 실패 뒤에야 비로소 성공이 있다. 인터뷰 당시 고예나 작가가 들려준 말은 대학생 기자인 내게 꿈에 대한 용기를 얻게 해준다. 그래. 까짓것, 젊은 내가 무엇이 걱정이랴, 나 역시 하고 싶은 취재를 하고,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젊음이 있는데 말이다.
"하고싶은 걸 하고 사니까 너무 행복했어요. 수입이 적든 많든. 결국에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걸 하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물질이 정신을 대신해줄 수 없고 정신이 물질을 대신해줄 수 없으니까요."문득 이 글을 읽는 젊은 당신에게도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다. 혹 현실의 어려움 앞에 포기해 버린 꿈이 있다면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보라고, 당신도 도전해 볼 수 있다고, 그리고 도전의 끝에선 분명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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