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덕에 방송 매니저 3년차가 됐습니다

'사는 이야기'를 기사쓰기 위해 안성사람 140여명 만나

등록 2009.02.12 10:51수정 2009.02.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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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현재 살고 있는 안성 시골 흙집(더아모의집) 앞에서 아내가 찍어준 사진이다. 시골 대문과 시골 방문이 인상적이다. ⓒ 송상호


방송 매니저라 함은 연예인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각종 방송 작품에 출연하게끔 힘쓰는 사람이다. 그런 팔자에도 없는 일을 <오마이뉴스> 덕분에 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면 이렇다.


"여보세요. KBS 인간극장 담당 000 작가입니다. 송상호 기자님 되시죠?"
"예. 그런데요."
"이번 기사에 나온 000씨에 대해 문의하려고요."

이런 비슷한 전화를 잊어버릴 만하면 받게 된다. 이야기 하다 보면 결국 방송 출연 섭외 전화다. 단, 방송 출연은 내가 아니라 내가 쓴 기사 속 주인공들이다.

그동안 나의 기사를 통해 방송 출연한 사람이 꽤 된다. 한 사람을 각각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5번 이상 방송 출연하도록 만든 기록도 있다. 그 기록의 소유자가 바로 '신세대 고물상'의 주인공 이석수 사장이다. '신세대 고물상 여기 있습니다(2006.7.8)'라는 기사는 조회 수가 9300건이나 되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는 이야기' 코너의 기사 조회 건수를 감안한다면 가히 놀라운 기록이었다.

서울에서 컴퓨터 강사를 하다가 결혼과 함께 안성에 내려와 20대의 젊은 나이에 고물상을 경영하기 시작했던 이석수 사장의 사연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되면서 여러 방송국에서 지속적인 문의가 들어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석수 사장은 방송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했었단다. 인간다큐 프로그램부터 대담 프로그램까지. 한 날은 이석수 사장과 통화하다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

"목사님(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면서 개신교 목사임), 저 이제 방송에 그만 출연하렵니다. 하도 문의가 많이 오는 것도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방송 촬영 하니까 생업에 보통 지장이 있는 게 아니에요."


행복한 비명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심각한 고민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어안이 벙벙했지만 글을 쓴 사람이 듣기에는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에피소드 많은 기사 주인공 방송 출연 돕기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개그우먼 뺨치는 100세 할머니의 개그(2007.5.3)'라는 기사를 보고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역시 그 할머니를 방송 섭외하는 전화였다. 평소 하던 대로 성실한 답변과 친절한 안내를 하여 그 할머니가 방송에 출연하시도록 도와드렸다.

할머니가 사시는 곳을 방송 담당자들이 잘 몰라서 동행하기까지 했다. 저녁 8시, 캄캄한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의 방송 출연을 위해 기꺼이 안내를 감당했었다. 그리고는 할머니와 담당 PD의 사전 촬영까지 마친 상태였다. 다음 촬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송 출연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방송에 출연할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제대로 못 움직이시니 방송국에서 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지 못해서란다. 그것까지 이해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촬영이 취소되었다는 소리를 사전 촬영이 끝나고도 며칠 후에나 알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전화를 해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고 난 다음에 들은 대답이었다. 하도 황당해서 "방송 촬영 도와달란 땐 언제고?(2007.5.9)"라는 기사를 쓸 지경이었다.

어쨌든 그동안 내 기사를 통해 방송 출연한 분들이 꽤 있었다. 배타고 가야 하는 강건너엔 여장군이 살고 있다(2007.5.3), 역경 극복의 주인공, 윤채 엄마가 웃던 날(2007.4.18), 이름도 생소한 그룹홈을 아시나요(2008. 2.3), 우리 동네 시골버스는 365일 화이트 데이(2008.3.19), 거지왕초 목사, 보금자리 수리 대장정(2006.11.9) 등등 십수 건이며, 방송 섭외가 들어 왔으나 대상자 사정 때문에 성사 되지 못한 건도 꽤 있었다. 요즘엔 ‘그림왕자의 그림세상 속으로(2009.2.10)’라는 제목의 기사 때문에 KBS '사랑의 가족' 작가와 연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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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축제 더아모의집 마당에 놀러온 마을 아이들이 '달고나 축제'를 벌이고 있다. '더아모의집'은 어디에 이사를 가나 항상 이런 식으로 살았다. ⓒ 송상호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는 이유?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 때문


"기사 수 418, 오름 3, 으뜸 3, 버금 124, 잉걸 269, 생나무 19". 이것이 2006년 3월 16일에 첫 기사를 올린 후 현재(2009.2.)까지 오마이뉴스에 등장했던 나의 역사다. 그중 '사는 이야기'가 거의 90% 이상(400편 정도)이다. 유달리 '사는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과 세상,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 때문이었다. 그것도 알려진 사람이나 사건이 아니라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소시민들의 사는 이야기가 주제였다. 말하자면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세상에 알리는 것. 그래서 그 이야기를 통해 그 사람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이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게 하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나의 사는 이야기를 기사로 쓰서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굳이 그런 사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 세상이 모두 사건 사고에 주목하고, 뉴스 기사들이 거기에 집중되어 있을 때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이야기'가 무엇보다도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동안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를 통해 만난 사람이 약 140명 정도이다. 그들의 연령은 중2부터 100세 노인까지다. 걸인(평생 노숙자), 스님, 청소부, 노래주점 여사장, 여중생, 노점상, 목사, 예술가, 기업 사장, 목장 주인, 교사, 포장마차 사장 등등 그 직업도 천차만별이었다. 거의 안성 사람들이라는 것도 특징이었다.

그 중에서 '180년 이어가는 5대째 옹기장인(2007.10.2)'의 주인공 박민수 작가는 포기하려 했던 예술의 길을 다시 추슬러 불꽃을 피워내기도 했다. 그 기사가 나간 후 방송 섭외뿐만 아니라 유수한 국내의 신문사에서 앞다투어 기사를 취재하는 바람에 박민수 작가는 예술가의 길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접고 다시 한 번 더 예순의 나이에 예술의 꽃을 피워보기로 작정할 뿐만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송 매니저, 정확히 말하면 아마추어 방송 매니저라 불러야 할 것이다. 프로 방송 매니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그들은 금전적 대가를 받는다면 나는 무료 봉사라는 것이다.

이상, 방송 매니저 같잖은 아마추어 매니저의 행복한 이야기였다. 이것이 "목사가 목회는 안 하고 그런 것이나 하고 돌아다니느냐"는 핀잔에 대한 나만의 당당한 대답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응모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응모
#더아모의집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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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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