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과 정치적 부활

비강남 반학벌 반엘리트권위주의 -노무현의 상징은 부활될 것인가?

등록 2009.06.01 13:43수정 2009.06.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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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강남 반학벌 반엘리트권위주의 -노무현의 상징은 부활될 것인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과 최고 명예(?)까지 가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을 통해 생을 마감하였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던져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어떤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쉽게 접근하기 곤란한 비극적 처지이다.  하물며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자살을 해야만 했다면 그건 얼마나 더 비극적이고 암흑 같은 상황인가.  그러한 처지와 이러한 상황에 우리의 접근이 허탈함으로서든 애통함으로서는 분노로서든 무책임하다는 질타로서든, 상황의 중대함만큼이나 접근 또한 결코 단순하지 않는 그저 놀랍고 참담하고 처연하기만 하다.

분명한 사실은 인간 '노무현'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이었고 대통령으로서 국가 통치를 하였고 끝내 '정치적 사유'로 자살하였다는 점이다.  그의 '가치'와 '정치'에는 살아있을 때부터 죽음을 결행해야 했던 시기 그리고 이제 죽음으로 넘어 떠나버린 사후까지 동일하게 유지되었던 내용들이 있고 또한 유지되지 못했던 내용들이 있다.  비록 '정치적 타살'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지만, 확인된 내용으로서 '노무현의 정치'마저 결국 주변 인물들의 권력유착과 부패라는 한계에 맞닿아 있었다는 점, 경중을 떠나 이 점은 그가 살아있으며 상징하던 가치와 정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다.  국가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있기에 불가피하게 부닥치게 된 국제관계 힘의 논리 앞에서 그가 내린 판단과 선택들,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에게 당혹스러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과 죽음을 연이어 가며 그가 줄곧 가지고 있던 어떤 '가치'와 그가 지향했던 어떤 '정치'가 있었음을 믿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 노무현이 가지고 있는 상징은 무엇인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주장한 바 있고 대통령이면서도 나름 놓치지 않고 지니려 했던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권력과 명예를 마치고 애써 농촌으로 찾아가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가 지닌 일련의 가치와 상징은 무엇인가.  설혹 노무현 정부 자체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도 정치인 노무현은 서울 강남과 서울대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한국 사회 주류 자본권력과 패권적 학벌권력 그리고 권위주의 엘리트 문화에 대치하려 무던히도 애썼다. 

노무현은 사법고시 합격에다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라섰음에도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비주류'였다.   명문 학벌권력 사회에서 고졸의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이 재산마저 사회 중산층에 이르지 못했다.  개인 노무현의 '비주류 성'은 반대파인 보수 세력과 맞상대 되는 위치로서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가 몸담았던 민주 개혁정치 세력 내에서도 역시 비주류에 위치 지어졌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사회 제 권력관계의 중앙에 서 있으면서도 이러한 비주류 특성을 가졌기에 임기를 마친 뒤 가족의 삶을 챙기려다 그것이 결국 비극적 이탈과 종말로 치닫게 되었을 수 있다.  어쨌거나 그는 비 강남 반 엘리트 반권위주의 반 지역주의를 고집하는 비주류 주체들의 '자존'을 정치적 상징으로 소유했다.  그를 진정으로 추종한다면 그의 죽음 앞에 진정으로 슬퍼한다면 그 가치와 상징을 찾아 내 부활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마땅하다. 

그도 결국 지쳐가며 타협하는 모습이 역력했을지언정 이제 그의 가치와 정치의 위패를 챙겨 놓아야 할 사당은 우리 사회 어드메인가.  최소한 학벌주류 엘리트 권위주의 사당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접하고 비통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거대한 애도와 되살아나는 분노와 저항의 실체는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치적 박해에 자결한 많은 투사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하고자 함인가?  단순히 대통령이라는 큰 존재의 자살을 접하게 된 경험 없던 충격으로서 인가?  너무도 비중이 큰 죽음이기에 정중히 애도하지 않을 수 없는 심리적 부담이 작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자기 굴레의 도덕적 엄격함이 자살로 결말날 정도였지만 반대파 세력들이 이를 정치적 억압의 상황으로 치환시키면서 구도의 반등기회로 삼는 것인가?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한 기도는 노무현 그의 정치와 상징을 지켜내지 못했던 자들이 죄를 감추려 함이고 노무현이 답답해하던 현실의 연장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던 중대한 시기에 내뱉었던 말이 있다,  바로 고졸 출신에 사회 비주류였던 자신이 대통령까지 된 것을 못마땅해 하는 명문 학벌 주류 엘리트들의 반발이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던 말.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애초 정치하던 때부터 끝내 정치적 자살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게 몰아가던 정치 세력과 정치내용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대통령의 서거를 저항으로 되살려 내려는 정치세력이나 정치내용들이 있다.  만약 그 기도에 '강남'과 '학벌'과 '엘리트 문화'의 주체들이 숨어들어 있거나 아예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면 어떤가.  서민 대중들은 그 기만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저항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노무현의 상징과 정치를 지켜내는 것 아니겠는가.  인민대중까지는 아니었다 해도 국민 대중들이 그들을 몰아내지 못했기에 그들이 여전히 주도하는 노무현 살려내기는 기실 노무현을 두 번 죽이는 살해 행위와 다름이 아니다. 


좌파 연 진보 연 하던 사람들이나 학벌타파 시민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절절한 애도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기회 좋은 한판승부 정치장사 시류에 영합해 무작정 애도하기보다는 냉정한 평가를 지켜내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몰상식하다며 양심의 회초리를 들이 대고 있다.  그들이 그토록 앞서 비통해 하고 국민장까지 치르며 살려내려 한 노무현의 실체는 무엇이라는 말인가. 반 학벌 반 엘리트 비주류 정신에 입각하기에 그렇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숭고한 저항의 정신을 가진 비주류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빈소 중심을 차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온통 한국사회 주류 학벌엘리트 그리고 권위주의 문화 강자들의 조화들로만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죽은 노무현이 한국의 병적인 정치로 다시 부활되고 있을 뿐 개인 노무현이 상징하였던 '가치'와 '정치'는 진보와 개혁파 자기세력 내에서도 찾아내기가 힘들다.

노무현이 부패 정치의 연장이고 (고시)학벌 주류이고 권위주의 권력자로서 서민대중과 적대였다면 애도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 역시 또 다른 주류에 불과한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애도정치'에 진보와 좌파들이 함께하며 그 주류들의 존재감에 인간의 도리라는 가치와 양심의 힘을 열심히 보태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 학벌운동 주체들 또한 적극적으로 비통해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아쉽게도 덩치 큰 애도물결에 동참하고 비통해 할 뿐 노무현을 비주류 존재의 자존심이나 그러한 상징으로 부활시켜 내는 데는 소홀하다.('학벌 없는 사회'에서만 의미 있는 성명을 냈을 뿐이다)  좌파 진보와 반 학벌체제 운동의 주체들은 지금 주류들의 애도 장사에 들러리를 서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인간의 죽음 앞에 애도할 줄도 모르는 몰상식한 운동권이어서는 안 된다며 동지들이 눈치를 볼만큼 훈계의 회초리를 휘두르는 형국이다. 

지금의 애도는 정치가 아니라 마치 순수한 인륜의 도리인 척 호들갑 떨지 마라.  진보와 반 학벌 운동의 주체들이 기왕 주류들의 애도정치에 손잡고 나섰다면, 노무현이 상징하는 '가치'와 '정치'를 부활시켜 자신들의 사당으로 가져 올만한 위패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못하면 노무현의 사회적 가치와 상징은 사라진 채 정치의 무게중심만 다시 학벌 엘리트 주류 쪽으로 대폭 넘겨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보수에 의해서든 진보에 의해서든 '학벌주류' 그 점에서 만큼은 늘 기만으로 점철되어 왔다는 것이 이토록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 실체이다.  주류와 불화 한 노무현이 집요하게 저항하고자 했던 대상 그 실체는 진정 무엇이었고 누구였겠는가.
#노무현 #학벌주의 #안티학벌 #엘리트문화 #비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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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할 게 별로 없습니다. 그냥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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