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권우성
김 전 대통령은 고혈압, 당뇨, 만성 신부전 그리고 심혈관질환과 같은 지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김 전 대통령은 병마를 쉽게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선진국에 못지 않은 의료시설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원하고 열흘 뒤인 지난달 23일에는 폐색전증으로 병세가 악화됐습니다. 폐색전증은 의료진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질환입니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은 폐렴으로 고생중이셨기 때문에 폐색전증의 진단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에도 김 전 대통령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다가 인공호흡기를 재부착한 지 일주일가량 지난 29일 기관을 절개해 새로운 기도를 만드는 기관 절개술(tracheostomy)을 받고 목에 뚫은 구멍을 통해 인공호흡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미 각종 만성 질병에 지친 김 전 대통령에게는 쉽지 않은 투병기간이었나 봅니다.
기관 절개술을 받은 뒤부터는 3주 가까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혈압과 산소포화도 등 건강수치가 떨어지면서 약물치료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치료에도 불구하고 다발성 장기부전증으로 결국 향년 85세를 일기로 서거하고 말았습니다.
사인인 다발성 장기부전, 전신성 염증이나 쇼크로 발생서지영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발성 장기부전에 대해 "신체에 염증성 반응이 심해지면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쳐, 주요 장기들이 동시에 나빠지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증상으로는 심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의식장애가 오고, 호흡부전, 신부전, 간부전 등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으로는 만성질환으로 인해 전신성 염증(패혈증)이 왔을 때 발생하기도 하며, 심장기능 정지와 같은 쇼크로 인한 급성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인동초', 겨울을 이겨낸다 하여 이름 붙은 꽃입니다. 고인이 된 김 전 대통령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추운 겨울을 여러 차례나 겪었지만 그때마다 인동초와 같이 다시 살아나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을 비롯한 일련의 상황은 고인에게는 너무나 추웠나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우리에게 선물 남기고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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