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 수도권 패권주의 앞세운 도박"

[인터뷰] 충남지사 출마 선언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록 2010.02.02 10:27수정 2010.02.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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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6.2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 등 전국 표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정국주도권의 핵심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강행처리 움직임에 대해 "충청도 사석작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략적으로 충청도는 버림 돌로 수도권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기재로 삼았다. 행복도시의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를 앞세워 선동하고 있다"며 "참여정부가 내놓은 수도권과 상생의 정책을 수도권 뺏길래 안뺏길래 하는 싸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전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수정안에 대해서도 "'날림공사법'이자 '뻐꾸기 입법안'"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두 달 반 만에 도시개념을 바꿔 날림공사가 예상되고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 낳듯 공익을 위한 행정중심도시에 엉뚱한 기업도시를 집어넣어 몇 몇 기업의 사익을 위한 법이 됐다"고 우려했다.

자유선진당의 지역주의 행보에 대해서는 "충청권에서 지역주의 가지고 정치하면 3등 정치밖에 안 된다. 충청도가 1등을 하려면 정책과 노선으로 승부해야 한다. 잘못 꿰인 단추"라고 비판했다.

대전에서 안 최고위원을 만나 충남도지사 출마배경과 세종시 수정논란에 대한 정국인식을 들어보았다. 한편 안 최고위원은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에 출마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일,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에 등록할 예정이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손목 비튼 정부, 비틀린 삼성... 나쁜 이미지만"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수정안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수정안 ⓒ 국무총리실


-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 수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첫 번째는 날림공사다. 치밀한 도시계획설계에 의한 명품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삼성으로 대표되는 기업도시로 전환시키면 도시의 개념 자체가 바뀌게 된다. 민관합동위원회 회의 몇 번하고 두 달 반 만에 도시개념을 끝내버린 정부수정안대로라면 날림공사가 뻔하다. 정부수정안은 남의 둥지에 알 낳겠다는 '뻐꾸기 입법안'이다. 공익을 위한 행정중심특별법에 몇몇 대기업의 사익을 위한 엉뚱한 기업도시를 집어넣었다. 행복도시가 균형발전과 상생도시였다면 정부수정안은 지역갈등법안으로 지역갈등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됐다. 너 죽고 나죽자 싸움을 붙이는 법안이 됐다."

- 삼성이 세종시에 투자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앞뒤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삼성회장 한 분이 단독 특별사면 됐고, 세종시 백지화에 삼성이 들러리를 서고 있다. 이 때문에 빅딜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도 문제지만 이 대통령도 정직하지 못하다. 충남 아산 탕정신도시는 어쩌려고 하나? 삼성전자 첨단 LCD단지를 중심으로, 621만평에 이르는 탕정지구에 정부 수정안 발표로 갑자기 먹구름이 끼어 버렸다. 탕정지역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서 다시 세종시  50만평을 확보해 놓고 어떻게 하자는 건가? 답답하다. 삼성 자체도 효율적 투자결정을 했는지 의심스럽지만 권력이 정치논리에 기업을 앞세우는 것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한 현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삼성을 손목 비틀기하고, 삼성은 권력에 손목이 비틀리는 기업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다."


- 1차 투어에 이어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충남전체를 2차 투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충남 민심은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의 민심 이간질과 분열에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다른 한편 (원안 대신) 더 큰 것을 받으면 될 것 아니냐며 흔들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들의 공통적 심정은 현 정부에 대한 분노다. 약속을 저버린 현 정부의 처사가 옳았다는 하는 분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뻔뻔한 짓... 행정도시 건설 합의로 이미 가져간 것 왜 생각 안하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정부가 정부수정안에 대한 총력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까지 민심 설득을 위해 충청권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제가 조선을 근대화 시켜주겠다며 조선을 침략했다. 이 대통령이 충청도를 더 좋게 해 주겠다는 것은 일제의 조선근대화론과 같은 뻔뻔한 거짓말이다. 한편에서는 더 큰 것을 받으면 된다고 하면서 부화뇌동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관변 단체중심일 뿐, 대다수 충청민들은 정부의 거짓말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정부의 수정안에 대한 국회통과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상임위원 다수, 국회의원 다수가 지역출신 의원들이다. 그렇다면 수정안에 대해서 찬성할 수 없다고 본다. 수정안을 찬성하는 의원들은 지역발전을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균형발전의 기본인 정부부처 이전의 핵심인 행복도시가 절단 나는데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의원은 결코 심판을 면할 수 없다. 거기에 수도권의 양심 있는 의원과 수도권 합리적 발전을 원하는 양식 있는 의원들도 수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 야당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이 많아 국회 처리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수정안을 강행처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 대통령은 아무런 정치적 이득이 없는데 백년대계를 위해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이는 거짓말이다. 정치적 노림수를 가지고 (수정안을) 강행하는 것이다. 핵심전략과 전술은 충청도 사석작전이다.  실제는 세종시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의 싸움이 아니다. 경기도 등 수도권은 이미 규제완화라는 혜택을 얻었다. 일예로 파주 LCD, 기흥 삼성반도체 제2라인 증설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등은 국가균형발전 정책 합의에 의해 얻어 간 혜택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치미 딱 떼고 수도권을 지키자고 얘기하고 있다. 영남 패권주의에 수도권 패권주의를 겸해서 양수겸장 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 정략적 목표로 충청도를 버림 돌로 삼고 있다. 정략적으로 수도권의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기재로 행복도시의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를 앞세워 선동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그러고 있다. 이미 떼어 간 것은 생각하지 않는 참 뻔뻔한 짓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수도권과밀해소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참여정부가 수도권도 살리고 지방도 살리는 상생의 정책을 내놓은 것인데 이를 수도권을 뺏길래 안 뺏길래 하는 싸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전략이다."

"1∼2년 늦춰지더라도 인내심 갖고 기업도시 막아내자"

-수도권의 경우 수정안 찬성여론이 많은데 계속 이 같은 여론이 계속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그 분 말 대로 세종시 원안은 균형발전을 위한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박 전 대표께서 그 소신을 잘 지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

-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세종시에서 발을 빼라고 훈수(?)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후 정부가 세종시 원안추진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후 그 책임을 야당과 충청도민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차피 현 정권 임기 내에 기업들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냥 땅만 잡아놓고 계획 정도 구상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정권을 보고 난 후 투자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돈이 되면 전쟁터도 가는 게 기업이다. 돈이 안 되면 안한다. 실제로 충남연기의 세종시 예정지는 기업도시처럼 물류나 해양 접근성, 산업 연관성을 주로 고려해 잡은 터가 아니다. 행정중심의 수도를 만들기 위해서 잡은 터다. 기업의 논리와 정치의 논리가 이처럼 다른데도 정치가 기업의 논리를 훼손시켜 억지로 일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원안대로라면 세종시가 가시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이 2030년이다. 최초 입주시점이 2012년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오히려 충청도민들께 호소하려고 한다. 이번 세종시 수정논란으로 다시 1∼2년 늦춰질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내심을 갖자. 우리가 추구했던 균형발전을 훼손하고 난개발과 기업도시 되는 것을 막아내자."


-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도지사가 될 경우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우선 난개발을 막는 게 최선이다. 날림공사로 행복도시와 연기군이 보쌈 당하는 것을 막는 일에 나서겠다. 하지만 현 특별법에는 시도지사 권한을 건설청장이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도시를 한다면서 도지사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권한을 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 밖에 시도지사가 가지고 있는 인·허가권이 있다. 정치적 행정적으로 모든 권한을 동원해 보겠다."

-자유선진당의 행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너무 인색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지역주의적 정치에 기반을 둔 정치는 빨리 해소되어야 한다. 지역 대표성이나 국민요구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선진당이 여러 가지로 (지역 대표성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충청인들은 지역주의 가지고 정치하면 3등 정치밖에 안 된다. 충청도가 1등을 하려면 정책과 노선으로 승부해야 한다. 잘못 꿰진 단추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향한 장애물... 반드시 치울 것"

a  27일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출마선언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참가자들 소개를 받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27일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출마선언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참가자들 소개를 받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충청권에서는 세종시원안사수와 지역이익을 이유로 자유선진당에 입당하는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이익'을 이유로 자유선진당 행을 선택하는 정치인들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당인으로서 소신 없는 발언이다. 충청도 이익을 위해서 가장 크게 일을 한 사람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펴고 행정도시를 추진한 노무현과 저 안희정이다. 지역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영호남 패권주의는 3등 전략이다. 자기 정책과 소신을 가지고 전국 1인자가 됐을 때 우리 모두가 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긍정 평가했는데?
"그가 수정안에 대해서 깊이 있게 연구했을 리 없다고 본다. 정치적 언급을 한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편에 한 번 서 준 것뿐이다. 원안취지를 잘 알고 수정안 내용을 알면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시적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예산 몇 푼 따온다고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 지역에 기업 몇 개 온다고 해서 지역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오랫동안 보고 확인했지 않나.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기관을 혁신도시 등으로 전국에 분산시켜서 발전의 거점으로 삼고자 했다. 당시 매출액 순위를 놓고 16개 시도지사가 서로 유치경쟁을 벌였다. 175개 공기업을 나눴고 충청도에는 과천에 있는 정부청사를 옮기기로 했다. 서울과 지방이 잘 살자는 합의였고 정치권은 물론 지방이 모두 합의한 것이다. 이 약속을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짓밟아져서는 안 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삼류기업 직원으로 생각하는 불량정권의 생각이다. 이것을 막아내는 것이 충청도민들의 사명이다. 우리는 개평하나 더 얻자고 싸우는 게 아니다. 조선 500년 내내 임금님 계셨던 한양만 보고 걸었던 나라다. 그 긴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향한 장애물일 뿐이다. 저 같은 사람이 그 장애물은 반드시 치울 것이다."

- 끝으로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이유는 세 가지다. 김대중 노무현이 시작한 국민통합과 균형발전의 역사를 이어가 분권의 새 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싸우지 않는 곳에 권리와 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 노무현 이라는 착한 대통령 만나서 분권과 균형발전이 주어졌는데 그 분이 없어지니 싸울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 싸우면서도 지역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정치인, 그것이 새로운 충청,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시 #안희정 #행정도시 #자유선진당 #충남도지사 #복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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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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