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나온 프랑스인 부부.
남소연
프랑스에서 만난 모든 남녀는 한 목소리로 집안일과 직장 일은 남녀가 같이 부담해서 한다고 말한다. 이건 이미 프랑스 사회에서는 더 이상 얘깃거리가 아니다.
"가사 일은 당연히 남녀가 분담해서 한다. 그러나 보통 가정에서는 아무래도 여자가 남자보다는 조금 더 하는 편이다. 직장에서도 남녀는 평등하다. 그러나 아직은 고위직을 남자가 맡는 일이 많고,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경향도 있다. 아직은 양성평등이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에서 만난 안느 솔라즈 박사의 말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는 그녀의 전공 분야이니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프랑스에서 양성평등이나 가사노동 분담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으나 아직은 약간 여자에 불리하다.
외벌이 남편은 31분, 맞벌이 남편은 32분 가사노동그렇다고 해도, 한국과 프랑스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우리나라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여자는 전업주부의 경우 6시간 25분, 맞벌이 아내의 경우 3시간 28분 집안일을 하는데, 그 전업주부의 남편은 31분, 맞벌이 남편은 32분 가사노동을 한다는 웃지 못할 통계가 있다. 아내가 직장이 있거나 없거나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차이가 단 1분에 불과하단 것이다.
전업주부가 가사노동을 하는 6시간 25분과 맞벌이 아내가 하는 3시간 28분의 차이, 2시간 57분의 간격에도 한국 사회 저출산의 큰 문제가 숨어 있다. 한국의 워킹맘은 가사노동의 노동강도를 올려서(정신없이 일을 해서, 품질을 떨어트려 대충대충 해치워서), 혹은 상당부분의 외주를 통해서(파출부를 쓰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서) 이 시간을 어렵사리 줄여간다. 때로는 친정이나 시가에 아이를 맡겨서 조부모의 가족노동에도 의존한다. 가사노동의 외주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여성들이 버는 임금의 상당 부분은 이에 소요된다.
가사와 육아에 드는 과다한 비용과 함께 여성들의 육아노동 부담은 우리나라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 중 가장 큰 것이다. 육아노동의 경감은 어린이집, 유치원, 육아도움이 같은 육아 서비스의 제공과 그 비용의 국가부담, 그리고 가사노동을 남녀가 같이 분담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프랑스에서는 이 두 가지 부분이 매우 훌륭하게 해결이 되는 것이다. 여성의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것은 단순이 힘든 일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사회적 경력을 쌓아가면서 애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나누어 하기와 도와 주기, 그 결정적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