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일요법회를 마친 뒤 법왕루를 나오고 있다.
권우성
'봉은사 뒷산에 있는 귀신들' 정체는 무엇일까. 명진 스님이 폭로를 했는데도 이를 딱 잡아 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거짓말 귀신'이 하나 보인다. 사건이 터지자 안상수 대표는 "황당한 이야기", "좌파 이야기 한 적 없다", "명진 스님을 알지도 못한다", "세 사람이 만났다"며 딱 잡아뗐다. 이런 주장은 4인 회동을 주선한 김영국 거사가 3월 23일 기자회견에서 "명진 스님의 발언은 모두 사실", "(안상수 대표가) 부인한다고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힘으로써 거짓임이 드러났다.
게다가 그 뒤 김영국 거사의 기자회견을 막으려 여기저기서 압력이 가해졌고, 그런 사건에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봉은사 뒷산에는 '거짓말 귀신'에다, '압력 귀신'도 사는 모양이다.
귀신은 또 있다.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4인 모임이 있은 뒤 넉 달 쯤 지난 3월 11일, 봉은사가 조계종 직영사찰로 지정된다. 조계종 총무원 쪽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원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건은 조계종 입법기관인 중앙종회 총무분과에서 안건 상정 자체가 부결되었다. 그러자 총무원이 직권 상정해 3월 11일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의에서 전격 승인되었다.
국회로 치면 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된 안건이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되어 처리된 격이다. 그날은 마침 법정 스님이 입적(3월 11일)하신 날이다. 우연이었겠지만, 나를 강제 해임시킬 때가 2008년 여름 베이징 올림픽 열기가 한창 뜨거웠을 때였고, 엄기영 MBC 사장에게 온갖 모욕을 가하면서 스스로 물러나게 강요한 때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승전보가 연이어 들어오던 때였음을 상기해 보면, 괴이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 즈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명진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이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명진 스님이 전했다.
명진 스님 : "
이게 어떻게 된 것입니까."자승 스님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명진 스님 : "왜 하는 것입니까."자승 스님 : "제가 참회합니다."명진 스님 : "어디서 압력 받은 거 아닙니까? 귀신이 씐 것입니까?"자승 스님 : "귀신이 그런 것 같습니다."
봉은사 사건은 되어가는 모양새로 보아 파장이 잦아들 것 같지 않다. 김영국 거사 기자회견 압력 사태도 그렇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어떤 형태로건 자신의 거짓말과 '압력 행사'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한 불씨가 사그라질 리 없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권 들어선 뒤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가 됐다. 내가 알기로 정치인 중에 이명박 장로만큼 거짓말의 달인은 못 봤다", "낙동강 4대강 사업에 어떤 사람들이 공사를 하느냐. 이명박 장로, 이상득 장로가 나온 동지상고 동창들이 그 사업을 맡았다니, 이것이 국가냐, 조폭 집단이냐", "자승 원장은 참회하고, 안상수는 당장 정계 은퇴하라"는 명진 스님의 결의 또한 범상치 않다. 결국 봉은사의 여러 귀신들은 한동안 우리사회를 떠돌아 다닐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 사태가 소나기가 아니라 장맛비"라 했으니….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이중 잣대... '신뢰의 붕괴' 촉진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각종 '재앙의 징후'는 이처럼 정권 상층부에서 발생한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 큰 줄기를 이룬다. 더욱이 일란성 쌍둥이 같은 한나라당과 조중동 수구 언론권력이 이명박 정권 들어서 노골적으로 보여 온 이중적 잣대는 국민을 무시한 오만함이 없다면 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싶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터져 나온 각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등에 대해 보여 온 이중 잣대다.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10년 동안 그렇게도 모질게 문제 제기를 했던 그 잣대가 이명박 정권에서는 참으로 너그럽고 관대해졌다.
"세 번의 위장 전입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한 분이 '국민들에게 투기하지 마십시오. 위장전입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지 대단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 2002년 7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장상 총리 후보자 인준청문회에서"(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돼 있다. 장대환 (총리) 후보자께서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범법자가 됐던 것이다." - 2002년 8월. 안택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 장상 후보 낙마 뒤 새로 내정된 장대환 총리 후보 인준청문회에서"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으로 주민등록법 상속세법 증여세법 등 각종 실정법을 위반했다. 위반한 법의 형량을 합치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 2002년 8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장대환 총리 후보 인준청문회에서이랬던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권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등을 아예 외면하거나, 변명할 기회를 주거나, 너그럽게 지나가는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상황 따라 태도 바꾸는 언론들, 결국 자멸 길 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