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5.28 09:18수정 2010.05.28 13:50
6·2지방선거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인 27일 오후 3시경 신촌 일대를 찾은 사람들이 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이렇게라도 해야만 가사상태에 빠진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실낱같은 생명의 불씨를 지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한 시민은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이들 3명과 함께 '꼭 투표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대 캠퍼스 안에 섰다.
젊은이들 투표 독려를 위해 이 캠페인에 참가한 한 시민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무관심"이라며 "피 빨리는지도 모르며 웃으며 말라죽고 싶나"는 노래말로 자신의 심경을 대신 표현했다.
"투표하십시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대학생 여러분의 투표에 달려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에 땀방울이 맺히고 목은 잠겨오지만 "투표할게요"라며 밝게 화답하는 젊은 학생들의 미소에 잠시 피로를 잊는다.
연세대 캠페인을 마치고 나니 '나 이대 나온 여자'라는 센스있는 피켓을 준비한 또 다른 시민이 합류했다. 영화 대사가 아니라 정말로 이대를 졸업한 그녀는 자신의 모교 앞에서 선거 독려 캠페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후배들을 독려하기 위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왔다고 했다.
이대 나온 분 덕분인지 연세대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많은 학생들이 캠페인에 관심을 가졌고 "꼭 투표할게요"라며 밝게 웃었다.
첫날 캠페인을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입에서 Back 2da Basic의 캠페인 랩이 흘러나왔다.
"악풀을 천개 만개 달아봐라 세상은 그대로...노예를 벗어나고 싶으면 지금 투표해...두 발로 떳떳하게 땅 딛고 싶으면 지금 두 팔로 투표해.."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당신의 무관심"
정치에 혐오를 느꼈다거나 그로인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냉소주의자들을 주변에서 만난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정치인의 행태에 분노하거나 무관심을 넘어서 냉소로 돌아서기까지의 과정에 정치인들의 책임이 물론 작지 않다. 그러나 대중이 정치를 외면하면 할수록 정치 풍토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저급한 정치 문화가 고착화되는데 무관심한 유권자의 책임이 오히려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다수결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고 있는 민주사회에서 유권자가 가지는 한 표는 우리 사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의사표현 수단이다. 수천만 유권자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한 표가 정치를 심판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다.
따라서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정치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정치와 현실에 대해 아무리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도 그 사람은 한갓 불평꾼에 불과한 것이다.
투표는 민주 시민의 중요한 권리인 동시에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치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중한 투표권을 포기하는 사람에겐 서양 영화 속의 결혼식에서 주례가 "이 결혼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지금 말하십시오. 아니면 영원히 침묵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현실에)불만이 있는 사람은 투표로 말하십시오. 아니면 현실의 불만에 대해서 영원히 침묵하십시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들 캠페인은 28일 오후 서울대 일대에서도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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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빨리는지도 모르며 웃으며 말라죽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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