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00개씩 세제를 바꾸는 나라가 어딨나"

[국감-기재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국감서 과감한 세제개혁 주문... 윤 장관도 쩔쩔

등록 2010.10.05 13:35수정 2010.10.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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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5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세제개편에 대해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5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세제개편에 대해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해마다 시행령까지 합하면 400개 넘는 세제를 바꾸는 나라가 어딨습니까. 이래서야 국민이 신뢰를 하겠어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공감합니다. 저도 정신을 못차릴 정도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올 국회 국정감사부터 기획재정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난 4일 기획재정부 첫날 국정감사에서 국가부채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던 박 의원은 5일에는 정부의 원칙없는 세제개편과 방향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쩔쩔 매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국감에 나선 박 의원은 현 정부의 세금제도 개편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우리나라 세제가 너무나 자주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세금관련 법과 시행령까지 합하면 일 년에 400개 넘는 항목이 바뀌고 있고, 지난 5년 동안 2272개 항목의 세제가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조세 개편 항목이 많으면 어떤 국민이 세제에 대해서 신뢰를 보낼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세제가 너무 자주 바뀌면 세제 개편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렵다"면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 세제 개편 목적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중복에 따른 항목간 충돌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국의 사례을 들어가며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지난 86년의 세제개편에 대한 평가가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의원, 원칙없는 세제개편 강하게 질타... 윤 장관 "전적으로 공감"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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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 유성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 유성호

박 의원은 이어 세제개편의 문제점은 원칙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함께 너무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작년 세제개편은 민생안정, 올해에는 일자리창출과 서민안정으로 하면서 단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세제 개편에 대한 고민이 없는데, 이에 대한 장관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나도 우리 부처의 세제실에 가서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할 정도인데, 일반국민들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제를 담당하는 사람이 우리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등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저희도 (세제개편을) 최소화 하고 싶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물론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나라만큼 많은 종류의 세금이 있고, 이렇게 자주 바뀌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면서 "다른 나라도 여러 사정이 있을텐데, 우리처럼 내년 세제개편에 대한 평가도 없이 바꾸는 나라는 없다"면서 반박했다.

 

그는 세제개편의 방향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세제개편은 크게 성장잠재력 확충, 분배구조의 개선,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대비 등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하며, (기업의) 실질적인 부담을 줄일수 잇어야 한다"면서 "세금 이외 사회보험료 등 준조세 성격의 세금과 각종 규제 등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분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고소득 전문직의 과표를 양성화하고, 각종 공제제도가 중산층에 유리한 지, 불리한 지를 검토해 중산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결혼을 장려하는 세제로, 맞벌이에게 유리한 획기적인 세제, 결혼과 출산, 육아를 장려하는 세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지적을 듣던 윤 장관은 "세제개편 방향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면서 "조세정책은 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하며,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근본적이고도 과감한 세제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10.05 13:35 ⓒ 2010 OhmyNews
#국정감사 #박근혜 #윤증현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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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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