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사람들은 무엇을 화두로 삼고 새로운 한해를 설계할까요? 힘차게 떠오르는 해맞이를 시작으로 한해를 보람되고 뜻 깊게 계획하기 위해 밤새 동해안으로 달리는 사람들도 있고, 가정에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는 사진생활을 하고 있는 저는 새해맞이를 얼음꽃과 함께 하기 위해 강원도 춘천 소양교로 이른 아침 새벽잠을 깨고 달립니다.
오랜 시간을 취미생활을 위해 사진을 찍어왔던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다방면에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날그날 일기에 따라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동료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주곤 하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새해 첫날은 춘천에 있는 소양5교에서 환상적인 상고대가 필거라는 정보를 알려 주었습니다.
소양5교는 이맘때쯤이면 온도차이가 급격하게 변하는데 소양댐에서 흘러내려가는 물줄기가 증발하면서 물안개가 생깁니다. 이때 피는 물안개가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피는 상고대가 너무도 아름다워 사진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 중의 한 곳입니다.
며칠 전 푸근했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곤두박질치던 날 소양5교에서 상고대를 담기위해 찾아 갔었는데 온도는 뚝 떨어졌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어 물방울을 날려 보내 상고대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경험때문에 염려가 되었지만 전문가의 정보를 믿기로 하고 새벽바람을 가르고 달렸습니다.
영하의 온도에서 액체 상태로 있던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나뭇가지 등에 달라붙어 생기는 것이 상고대인데 호숫가나 고산지대에서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수상'또는 '나무서리'라고도 한답니다.
보통 물은 영하로 내려가면 얼음이 얼어야 하는데,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물방울이 있습니다. 이것을 과냉각상태의 물방울이라고 하며 이것이 영하의 물체를 만나면 순간 얼어붙어 상고대를 만드는 것이죠. 상고대는 해가 뜨면 금방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짧은 순간을 이용하여 사진가들은 사진을 찍는답니다.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춥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인내하며 작품을 담는 거지요.
특히 상고대는 고산지대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저지대에서는 볼 수 있는 날은 바람이 약한 맑은 밤이나 안개가 자욱이 낀 이른 새벽으로 나무나 지상물체의 바람을 받는 쪽에 달라붙어 생긴답니다. 습도가 90% 안팎이어야 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야 잘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야 상고대가 필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죠. 특히 안개가 낀 추운 날에는 상고대가 생길 확률이 높답니다.
사진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지인 중 한분은 상고대를 찍고 와서 손가락에 동상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사진을 찍어야겠지요.
새해 첫날인데도 소양5교에는 100여명이 넘는 많은 사진가들이 모여 신묘년 힘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슈팅 자세를 취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열심히 나뭇가지에 핀 상고대의 환상적인 풍경을 담고 있었습니다. 상고대를 찍을 수 있는 둑에는 이미 사진가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얼음 꽃을 본 순간 그 아름다움에 반해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산과 구름사이로 찬란한 해가 떠오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에는 대작 담으세요."
"건강하시고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옆 사람과 서로 새해인사를 나누며 간간히 작품을 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토끼의 해 새해 첫날은 모두가 환한 미소로 시작합니다. 해가 뜨자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는 상고대를 뒤로 하고 꽁꽁 언 몸을 따끈하게 녹여주는 근처 가마솥소머리국밥집으로 향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추위에 떨었던 사진가들이 옹기종기모여 뜨끈한 국물로 추위를 달래고 있습니다. 이곳은 사진가들에 의해 알려졌고 그 유명세를 타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소머리국밥에 고추기름을 넣어 간을 하여 특별한 맛이 더욱 입맛을 즐겁게 합니다. 소양5교에서 맞은 새해는 떡국대신 소머리국밥으로 든든하게 시작해 봅니다.
'신묘년' 새해첫날! 올해는 좋은 일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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