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리 마을회관
유혜준
그렇다면 수산리에서 출발해 숲길을 걸은 뒤 중간 지점에서 돌아 나와 원점회귀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수산리에서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수산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할머니들 때문이었다. 이분들, 눈을 쓸고 계셨다.
처음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못 간다는 줄 알았더니, 구제역 때문이란다. 자작나무 숲길로 가는 길에 축사가 많아서 외부인의 통행을 금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두 말 않고 돌아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인제까지 와서 아무 짓(?)도 못하고 도로 돌아갈 수야 없지 않나. 다행히 어론 마을은 출입을 금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쪽으로 가서 임도를 걷고 싶은 만큼 걷고 돌아 나오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론 마을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경. 서울에서 오전 8시 20분에 출발했으니, 2시간 40분쯤 걸린 셈이다. 마을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적당히 내린 눈은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내린 눈은 재앙이 된다. 이번에 강원도에 내린 눈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