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준
뇌운계곡으로 들어서기 전에 점심을 먹어야했다. 계곡을 따라 걷다가 식당을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으니까. 방림면 사무소가 있는 방림리에 식당이 몇 개 있었다. 막국수 집은 패스. 요즘 막국수를 너무 많이 먹었더니, 더 이상 땡기지 않는데, 강원도는 어딜 가나 막국수 집이 널렸다. 여기도 막국수요, 저기도 막국수다. 막국수 집을 지나면서 막국수가 온 국민이 즐기는 '국민 음식'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시간은 오후 1시가 다 되어 있었다. 길 가의 허름한 식당 안을 기웃거렸다. 한식과 중식을 같이 한다는 식당인데, 식사를 마친 흔적이 있는 탁자를 쥔장이 치우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고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밥 좀 먹어보자.
별다른 기대를 안 했는데, 이 집 된장찌개 맛이 환상이었다. 느타리버섯과 두부를 넉넉하게 넣고 끓인 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어른 손바닥만 한 빈대떡 한 장을 곁들여주는데, 그것도 맛나다. 기대 없이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유난히 맛날 때, 횡재를 만난 것 같다.
주방에서 나온 안주인에게 된장찌개가 맛있다고 인사를 건네니,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이란다. 어쩐지, 맛이 다르더라니. 안주인의 손끝이 여문 것이 분명하다, 반찬도 죄다 맛깔스러운 것이. 게다가 안주인, 미모가 보통이 아니다. 정말 예쁘다, 고 했더니 부끄럽다는 듯이 웃는다. 젊었을 때는 예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는 말을 덧붙인다. 지금도 그 미모가 별로 빛바래지 않았다.
카메라 들었을 뿐인데, 녀석들 날카롭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