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라리 알고 싶거든 아우라지로 가라

[윗동네에서는 레일 바이크로, 아랫동네에서는 두 발로 ②] 정선 아라리

등록 2011.05.20 15:40수정 2011.05.23 10:09
0
원고료로 응원
다시 아우라지에 서서

a

아우라지 장승 ⓒ 이상기


점심을 먹고 우리는 30분 정도 자유 시간을 갖는다. 나는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 쪽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장승이 눈에 들어온다. 장승 이름 역시 아우라지 대장군이다. 이들을 지나자 강변에 쌓아놓은 뗏목이 보인다. 뗏목 위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배도 보인다. 아우라지 뗏목축제의 일환으로 뗏목 띄우기 행사를 한 다음 전시용으로 갖다놓은 것이다.


옛날 남한강 물길로 뗏목과 소금배가 오고갈 때 이곳 아우라지까지 배가 올라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우라지는 뗏목의 출발점이고, 소금과 새우젓 배의 종점이었을 것이다. 강원도에서 생산된 뗏목은 정선과 영월, 단양과 충주를 거쳐 한양으로 내려가 집을 짓는 목재로 사용되었다. 또 마포나루에서 출발한 새우젓과 소금 배는 상류로 올라가면서 곳곳에 그 물건을 공급하였다.

a

뗏목 ⓒ 이상기


뗏목 옆에는 아우라지의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아우라지는 발왕산에서 발원하는 송천과 중봉산에서 발원하는 골지천이 합류해 아우러진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송천은 양수고, 골지천은 음수다. 조선시대 말 경복궁 중수시 많은 목재가 떼로 엮어져 한양으로 보내졌다. 이때 뗏꾼들이 부르던 노래가 아라리다. 그리고 님을 떠나보내고 애닯게 기다리는 여인의 한이 아라리가 되었다. 또 장마철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연인의 애절한 사연이 아라리에 녹아들었다."

안내판 옆에는 또한 정공채 시인의 아우라지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뗏사공이 되어 떠난 님을 그리는 아우라지 처녀의 애달픈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변훈에 의해 작곡되어 가곡으로 불려지고 있다.

a

아우라지 노래비 ⓒ 이상기


           아우라지 강가에 수줍은 처녀
           그리움에 설레어 오늘도 서있네.
           뗏목타고 떠난 님 언제 오시나
           물길 따라 긴 세월 흘러 흘러 갔는데
           아우라지 처녀가 애태우다가
           아름다운 올동백 꽃이 되었네.


           아우라지 정선에 애달픈 처녀
           해가 지고 달 떠도 떠날 줄 모르네.
           뗏사공이 되신 님 가면 안 오나
           바람 따라 흰 구름 둥실 둥실 떴는데
           아우라지 처녀가 애태우다가
           아름다운 올동백 꽃이 되었네.

여송정과 아우라지 처녀

a

아우라지의 배 ⓒ 이상기


뗏목을 보고 나서 강변으로 내려가니 아우라지라는 이름을 가진 쇠배(鐵船)가 하나 줄에 매여 있다. 이 배는 옛날 강 이쪽의 여량과 저쪽의 유천을 이어주던 교통수단이었으나, 이제는 다리가 생기고 차량이 양쪽을 운행하면서 그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상징적으로 묶어두고 비상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아우라지 위에 새로 놓인 다리를 건너 정자와 아우라지 처녀상을 보러간다. 다리 한 가운데는 초승달 조각이 크게 걸려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송천쪽 물에는 흙탕물이 조금 섞여 있고 골지천쪽 물은 깨끗하다. 자세히 보니 송천쪽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송천의 양쪽을 연결하기 위해 콘크리트관을 묻고 그 위로 길을 내는 모양이다.

a

아우라지 처녀 ⓒ 이상기


다리를 건너 먼저 정자에 오른다. 정자의 이름은 여송정(餘松亭)이다. 여량의 소나무 밭에 있는 정자라는 뜻이다. 최근에 지어 문화재적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전망이 좋다. 그리고 정자 옆에는 아우라지 처녀상이 강을 바라보고 서 있다. 뗏목을 타고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한복이 어울린다. 1999년 11월 정선군에서 세웠다. 

송천과 골지천

a

아우라지에서 바라 본 송천 ⓒ 이상기


남한강 상류 정선에는 세 개의 하천이 흐른다. 북쪽에 송천이 있고, 북동쪽에 골지천이 있으며, 북서쪽에 오대천이 있다. 이들 중 송천과 골지천이 아우라지에서 합쳐지고, 오대천이 나전에서 합쳐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번 답사길에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에서 오대천이 합류하는 나전까지 강을 끼고 나 있는 꽃벼루재길을 걸을 예정이다.

송천은 아우라지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과는 달리 황병산에서 발원한다. 도암면 횡계리의 황병산에서 출발한 물길은 용평리조트를 지나 도암댐에서 잠시 쉬어간다. 도암댐은 댐 높이가 72m, 댐 길이가 300m로 1989년 8월에 건설했다. 원래의 목적은 물길을 동해안으로 돌려 낙차(640m)를 이용 수력발전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송천 하류와 남대천에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송천은 도암댐을 지나 왕산에서 내려오는 대기천을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노인봉과 노추산 사이 계곡을 지나 구절리로 이어진다. 송천은 구절리에서 진부에서 내려오는 봉산천을 끌어안고 아우라지로 흘러간다. 이곳 아우라지에서 골지천과 합류해 북평의 나전을 거쳐 정선읍으로 흘러간다.

a

골지천 ⓒ 이상기


골지천도 아우라지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과는 달리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다. 이곳에서 하장면 광동댐으로 모인 다음 임계면으로 흘러간다. 임계면에 이르러 가목리에서 발원하는 임계천과 합류한 다음 서쪽 아우라지로 흘러간다. 임계면 가목리는 첼리스트 도완녀씨가 운영하는 '메주와 첼리스트'로 유명하다.

아우라지에서 합류한 두 하천은 북평면 나전리를 지나면서 오대산으로부터 내려오는 오대천과 합류한다. 옛날에는 이 오대천 상류인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라고 했는데, 최근 거리를 다시 측정해 골지천 최상류인 검룡소를 한강의 발원지로 삼고 있다. 이들 하천은 여기서부터 천이라는 이름을 떼고 조양강으로 불리게 된다. 조양강은 정선을 지나 영월에 이르러 동강이 되고, 서강으로 알려진 주천강과 합쳐 남한강을 이루게 된다.   

정선아리랑 전수회관에서 만난 정선아라리 이야기

a

정선아리랑 전수회관 ⓒ 이상기


여송정에서 다시 다리를 건넌 나는 강변에 있는 정선아리랑 전수회관엘 들른다. 회관 앞에는 문학기행을 온 팀의 버스가 서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아리랑이라는 주제를 갖고 온 사람들이 즐겨 찾는 답사지다. 이곳은 정선아리랑을 보고 듣고 부르고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그 의미가 크다.

안으로 들어가니 점심때라 그런지 한가하다. 교육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점심을 먹으러 나간 모양이다. 사무실에는 몇 가지 자료가 놓여있다. 내용을 보니 이곳 전수회관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을 전승·보급하기 위해 세운 기관이다. 운영의 주최는 정선아리랑 전수회고, 정선아리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선아리랑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정선아리랑은 두 가지다. 긴 아리랑과 엮음 아리랑이다. 긴 아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느린 곡조의 아리랑이다. 이에 비해 엮음 아리랑은 하춘화의 강원도 아리랑으로 알려진 조금은 빠른 노래다. 긴 아리랑에 한과 정이 좀 더 깊이 서려있다면, 엮음 아리랑에는 한과 정 속에 재미가 들어있다.

                    긴 아리랑

a

해당화 ⓒ 이상기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정선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 번 오세요
          검은 산 물밑이라도 해당화가 핍니다.

                    엮음 아리랑

a

금강산 유점사 ⓒ 이상기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람구암자(八藍九菴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을 모아 놓고
          팔자 없는 아들딸 나달라고 산제불공 말구서
          타관 객지에 외로이 뜬 몸을 부디 괄세 말어라.

          영감은 할멈 치고 할멈은 아치고
          아는 개치고 개는 꼬리치고 꼬리는 마당치고
          마당 가역에 수양버들은 바람을 맞받아 치는데
          우리집의 서방님은 낮잠만 자느냐.  
#아우라지 #정선아리랑 #아우라지 처녀 #정선아리랑 전수회관 #송천과 골지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2. 2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3. 3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서양에선 없어서 못 먹는 한국 간식, 바로 이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