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다는 아름답다. 특히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는 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듯하다. 이 사진은 우도!
이유하
부산에서 25년, 서울에서 3년간 살아온 나는 뜬금없이(?) 결혼해 제주도에 오게 되었다. 제주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딱 한 번 가본 게 다였다. 그 오래전 일의 기억이야 고작 말을 탄 것과 '똥돼지'를 본 것뿐이었다. 그 이후에 남들과 비슷하게 제주도 여행을 꿈꾸기도 했지만 번번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도민'이 되어 살게 됐다니!
제주도에서 산다고 하면 대부분은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뭐, 처음에는 괜찮겠다 싶었다. 워낙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없는 나는 어딜 가든 '적응 짱 여사' 아닌가. 거기에 결혼이 여행 같은 기분도 들고, 뭔가 모든 것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제주도, '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냐!이곳에 오기 전, 제주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가 떠올랐다. "청산에 살으리랏다~" 노래 부르며 유유자적하게 내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자연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와보니… 이건 내 생각과 뭔가가 달랐다.
나는 왜 제주도를 날씨 좋은, 조그만 섬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제주도 날씨는 변덕쟁이고, 생각보다 너무 넓다. 특히 바람은 앙칼지면서 집요하게 부는데, 난 평소에도 바람이라고 하면 질색인 사람이다. 오죽하면 서울의 그 더운, 섭씨 35도의 옥탑방에서도 선풍기를 틀지 않았을까. 선풍기 바람을 얼굴에 직접 쐬면 호흡곤란이 일어나는데, 정말이지 이 지긋지긋한 바람은 사람을 곤두서게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 밖으로 나가면 누가 내 얼굴을 채찍으로 때리는 것 같이 따끔거리고 심지어 눈물까지 난다. 한 시간가량의 짧은 외출만으로도 앞머리는 떡지고, 눈물 콧물 다 흘린 탓에 화장은 번져 불쌍한 몰골이 되고 만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내가 5kg만 덜 나갔으면 날아갈 뻔했다니까!
지난겨울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제주도에 미리 신혼집을 마련했던 나는 겨울부터 제주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침대도 사고 소파도 샀다. 특별히 눈이 많이 온 작년 겨울은 창문 밖으로 눈 내리는 걸 보면 아름답다기보단 무서웠다. 세계가 멸망할 것 같이 눈이 휘몰아치는데, 제주도는 눈도 바람과 함께 오기 때문이다.
바람도 싫어하고 추위도 많이 타는 나는 그 겨울의 며칠간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창밖만 바라보면서 지냈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군가' 심각하게 존재의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주말에는 안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