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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지역투어-대구경북울산⑫] 편법 수명연장 월성·고리 원전 1호기의 위험성

등록 2011.08.02 21:48수정 2011.08.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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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7월 지역투어지인 대구경북과 울산을 만나 보세요. [편집자말]
고리-월성 1호기 폐쇄 1인 시위 환경운동연합 지영선 공동대표가 수명 다한 고리-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광화문에서 하고 있다
고리-월성 1호기 폐쇄 1인 시위환경운동연합 지영선 공동대표가 수명 다한 고리-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광화문에서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2011년 여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수명 다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폐쇄를 위한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경북 경주시청 앞에서도 경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월성 1호기 재가동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부산시 외곽의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에 애초 설계 수명이 끝났지만 '편법'을 이용해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한 지 4년째를 맞고 있다. 경북 경주 바닷가의 월성 1호기도 2012년 11월이면 수명이 완료된다.

고리 1호기는 원자로 만큼이나 중요한 부품인 증기발생기 전체를 교체한 뒤에 수명연장 절차를 밟았다.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압력관을 비롯한 주요부품 전체를 지난 2009년에 교체한 후 테스트 단계를 거쳐 지난 7월 18일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역시 수명연장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은 "고리 1호기가 그랬듯이 월성 1호기 역시 주요 부품 교체는 안전성 향상을 위한 것이지 수명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핵연료봉이 장착되어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에서 외부 껍데기(용기)만 제외하고 압력관(380개), 원자로관(380개), 냉각재 공급자관(760개) 및 관련기기(엔드피팅) 등을 수명 완료 앞두고 7000억 원 들여 교체했는데, '고작' 안전성 향상 때문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부품 교체를 하자마자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서 등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제출했고, 올해 안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중이다. 애초에 지난 6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후쿠시마 발 원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지 결정 시기가 미뤄졌다.

월성 1호기 재가동 반대 1인 시위 경주 환경운동연합 김익중 상임의장이 경주 시청 앞에서 압력관 교체 후 재가동에 들어간 월성 1호기에 대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월성 1호기 재가동 반대 1인 시위경주 환경운동연합 김익중 상임의장이 경주 시청 앞에서 압력관 교체 후 재가동에 들어간 월성 1호기에 대한 1인시위를 하고 있다.경주 환경운동연합

설계수명 30년, 20년 만에 교체하는 주요부품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핵발전소, 원자력발전소에서 설계 수명이 중요한 이유는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방사선과 중성자선 때문에 강한 금속도 약하게 만드는 연성화, 취성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발전소의 각종 부품이 잦은 고장과 사고, 자연재해 등에 취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전 사고는 일단 한 번 발생하면 지구 전체에 방사능 위험을 확산하고 향후 수백 년이 지나도 방사능 위험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여타의 화력발전, 수력발전소의 수명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고리 1호기는 가동한 지 20년이 된 1998년에 증기발생기를 교체했다. 증기발생기는 가압형 경수로 발전소에서 핵연료봉이 있는 원자로 만큼이나 중요하면서도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시설이다. 핵연료봉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강한 방사선으로 높은 열이 발생하는데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재(물)가 섭씨 300도씨로 올라가도 끓지 않도록 150~160기압의 압력을 가한다. 이 고온·고압의 냉각재가 길이 20여 미터 직경 2센티미터 가량의 가느다란 관이 있는 증기발생기를 통과하면서 관 밖의 2차 냉각재에 열을 전달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60~80기압)에 있는 증기발생기의 물은 이 열을 받아 끓어 증기가 되는데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이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가늘고 긴 관들이 가압형 경수로에 4000여 개에서 8000여 개가 있는데 고온·고압과 냉각재의 산성·염기성 화학성분 탓에 쉽게 균열이 발생하고 심지어는 파손되는 사고가 잦다.

그런데, 여기서 사고가 발생하면 최악의 노심 용융(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돼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하여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함으로써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일)까지 쉽게 발전할 수 있다. 관이 파손되면 1차 냉각재가 높은 압력 이 탓에 순식간에 증기발생기 내부로 빠져나오게 되고,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재가 제때 보충되지 않거나 낮아진 압력으로 1차 냉각재가 끓기 시작하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핵발전소 계통도  핵발전소 내부 주요부품과 계통을 보여준다.
핵발전소 계통도 핵발전소 내부 주요부품과 계통을 보여준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지난 2002년 울진 4호기의 증기발생기가 이렇게 잘려나가면서 10여 분 만에 40톤이 넘는 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가동이 중단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큰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 발전소인 고리 1호기 역시 증기발생기에 문제가 많아 설계 수명(30년)까지 쓰지 못한 것이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와 달리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재가 중수인 가압형 중수로발전소다. '중수'란 물을 이루는 수소원자의 핵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중수소라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물이다. 이 냉각재 차이로 인해 중수로 원전의 핵연료는 핵분열성 우라늄을 농축할 필요없이 천연우라늄을 쓰는데, 그만큼 핵연료봉을 수시로 교체할 수 있어 핵물질 유출이 상대적으로 쉽고 농축하지 않은 핵연료라서 사용후핵연료 양이 경수로보다 많다.

이 중수로발전소의 원자로 내에 있는 압력관은 섭씨 310도씨의 고온의 냉각재가 끓지 않도록 99기압의 압력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압력관 외부와 원자로 용기 사이에는 감속재(원자로 안에서 핵분열 반응의 속도를 조절하는 재료)가 흘러서 대기압과 비슷한 기압과 섭씨 80도씨 이하를 유지하므로 압력관은 내외부 온도와 압력 차이를 견디는 경계로 핵연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압력관은 핵연료의 핵물질이 분열될 때 나오는 높은 에너지인 중성자선과 원자로 내의 높은 압력·열을 견디는 과정에서 두께가 감소하고 길이가 늘어나게 된다. 이 늘어난 양(연신량)이 허용치를 초과하면 베어링이 지지판을 이탈하게 되어 원자로 내 핵연료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증기발생기 가압형 경수로의 증기발생기
증기발생기가압형 경수로의 증기발생기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의 원자로도 월성 1호기의 원자로와 같은 설계로 원자로 노심 안쪽에 압력관이 있다. 체르노빌 사고가 압력관 파열에 의해 야기되었거나, 파장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수명은 2012년까지였지만 2009년 압력관을 교체한 월성 1호기도 원래 압력관이 설계상 원전 평균 이용률 80% 운전 조건에서 30년간 운전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높은 이용률(86%) 탓에 압력관 연신량이 설계 수명보다 약 4년 일찍 제한치(76.2mm)에 도달한 것이다.

한수원은 압력관 연신량 증가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문제가 생긴 압력관을 부분 교체하거나 미세 이동해왔는데 이번에는 이 전체를 교체했다.

세계에서 지금까지 가동된 574기의 상업용 원자로 중에서 폐쇄된 발전소 129기의 가동 연수가 설계 수명과 상관없이 평균 23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설계 수명 30년을 채운 것도 나름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다. 주요 부품이 설계 수명보다 빠른 20년 정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도 세계 핵산업계의 현황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고 있어 수명이 빨리 다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경제적 이익과 맞바꿀 수 없는 원전 위험

부지확보에서부터 건설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규 원전 건설에 비해 수명 연장은 사업자에게는 매우 큰 유혹이다. 시간이 흘러 초기 투자비용이 빠졌고 운영비와 연료비만 추가하면 생산한 전기 판매비는 그대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으로 치면 1000만분의1, 한국형 원전으로 치면 100만분의1의 대형 사고 확률은 수명연장 탓에 더 높아지게 됐다. 특히 고리 1호기는 말썽 많은 증기발생기를 교체했지만 정작 설계 수명을 결정짓는 원자로 본체가 강한 방사선, 중성자선에 의해 매우 취약해진 상태라는 게 아직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안전성 평가서의 내용이다. 원칙대로 검사하고 평가했다면 이미 폐로 작업이 진행돼야 하지만, 고리 1호기는 주변 30km 내 300여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여전히 가동 중이다.

중수로 내부 중수로는 경수로와 달리 핵연료봉을 옆에서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
중수로 내부중수로는 경수로와 달리 핵연료봉을 옆에서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월성 1호기 역시 압력관 등 주요 부품을 교체했다고 위험이 사라진 게 아니다. 전 세계 핵발전소 중 약 5%를 차지하는 캐나다형(캔두형) 중수로 핵발전소는 설계상의 결함 탓에 압력관 파열만이 아니라 냉각배관 부식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종주국인 캐나다와 인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한국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핵물질 유출이 쉬워 핵무기 원료를 빼내기 위해 도입했다는 의심을 받는 발전소다.

월성 핵발전소도 중수로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어 1999년에 냉각배관 부식 등의 안전성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다. 중수 누출 사고 탓에 노동자 피폭과 방사성물질 외부 누출이 잦았다. 최근 월성 원전 인근의 빗물, 바닷물, 토양, 지하수 등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발견됐고 인근 주민 소변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삼중수소는 핵분열 과정에서 냉각재인 중수의 중수소가 중성자를 하나 더 갖게 되면서 생성되는 방사성물질이다. 결국 지속적인 방사성물질 누출에 따른 피해가 확인된 셈이다.

또한, 월성 원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활성단층이 분포한 지역에서 가동 중이며 원자로 지반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부등침하 현상도 계속되는 등 안전을 위해 하루 빨리 폐쇄해야 하는 발전소다. 특히, 중수로는 세계적으로 가동 경험이 부족하며 현재까지 수명연장 경험도 없다. 캐나다와 한국에서 동시에 수명연장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데, 우리나라가 캔두형 중수로 수명연장의 안전성 시험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중수로 원자로 중수로 원자로 내부 부품들
중수로 원자로중수로 원자로 내부 부품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하는 핵발전소는 아무리 작은 사고확률로 안전을 장담해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확인되었다. 핵분열 에너지를 발견한 인류는 100년도 되지 않아 그동안 겪지 못했던 최악의 참사와 공포를 경험하며 지구상에 위험물질을 쏟아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우리가 잊는다고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기와 바다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앞으로도 계속 위협할 것이다. 이제는 해산물, 공기, 빗물에 대해서 늘 의심하고 살 수밖에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방사능 피폭량은 전에 비해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고려해야 할 환경독성물질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54기의 핵발전소 중에서 35기를 가동 정지한 일본은 여느 때보다 더운 여름을 지내고 있다. 하지만 동경 동북부 일대에서 확인되는 핫스팟(높은 농도의 방사성물질 오염지역)과 고농도 세슘에 오염된 소고기의 전국 유통 등이 알려지면서 더운 여름과는 비교하기 힘든 생명에 대한 위협이 확산되고 있다. 핵발전소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이용해 위험을 강요하는 시설로 마약과 같은 문명의 이기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두 개의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2% 정도다. 우리가 2%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핵발전소로 인한 사고 위험은 상대적으로 감소된다. 하지만 정책 책임자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더운 여름의 냉방 수요로 최대 전력 사용을 갱신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들려온다. 더불어 중국보다 싼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 다소비 업체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국내 최대 전기 소비 업계는 더 싼 전기요금을 위해 정부에 로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피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홈피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수명연장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경수로 #중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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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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