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가 보수적? 노 대통령 서거 후 달라졌다"

[총선 인터뷰] 파주갑, 민주통합당 윤후덕 후보... "평화만이 살 길이다"

등록 2012.03.17 10:57수정 2012.03.17 17:12
0
원고료로 응원
a

경선이 끝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는 두 후보.(왼 쪽 윤후덕, 오른 쪽 정진 후보) ⓒ 윤후덕 사무소


"떨어지는 선거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정무와 기획 조정 등 5개 대통령 비서관을 역임했고,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냈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던 사람이 비겁하게 도망가기 싫었다. 부끄럽지 않았다. 내 고향에서 진보·개혁 세력이 했던 일을 정당하게 심판받고 싶었다."

첫 분구가 이뤄진 파주 갑에 지난 13일 민주통합당 후보로 낙점 받은 윤후덕(55) 후보. 그에게 4년 전 패배는 쓰라렸다. 당시 2만7764표(28.73%)를 얻는데 그쳐, 5만6983표(58.97%)를 얻은 한나라당 황진하 후보에게 압도적인 패배를 당한 것.

그간 지역사회에 머무르며 재기의 칼날을 간 윤후덕 후보. 4년간 파주에도 적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구제역 파동으로 지역의 축산 농가가 직격탄을 맞으며 시 전체가 흔들거렸다. 또 운정 신도시 3지구 사업이 좌초될 위기도 있었다. 자살하는 주민도 나오며 지역 민심이 크게 분노했고, 결국 사업 시행으로 결론이 났다.

이런 현장들에 빠짐없이 나타나 지역민들과 함께 했던 윤후덕 후보는 이번 선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인지도가 수직상승하며, 지역 내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 또 파주갑 지역구가 신도시에 속해 있어 젊은 유권자들이 포진한 것도 한 이유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정성근(57) 전 SBS앵커를 맞상대로 내세웠다. 이에 경선을 뚫고 민주 진영 단일후보로 나서게 된 윤후덕 후보를 만나 선거에 임하는 각오 등을 들어보았다.

"모바일 투표는 당이 거듭 나는 혁신적 제도"

a

윤후덕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여러 분야의 공직 생활을 했다. ⓒ 한성희

- 지역적 인지도가 높은데도, 일찌감치 단수후보로 추천되지 않아 당에 섭섭하진 않았는지.
"그렇지 않다. 경선은 민주통합당에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 기존 현장 동원력 등의 문제를 극복한 혁신적 제도이기에 흔쾌히 응했다. 오히려 주변에 경선을 자청했다. 함께 경쟁했던 상대후보 및 경선을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이 있어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런 문화가 12월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된다고 본다."


- 사실상 맞상대인 새누리당 후보로 앵커출신의 정성근씨가 결정됐다. 상대후보의 경쟁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은 건물에 사무실이 있어 자주 뵌다. 그 쪽은 3층, 저는 8층을 쓰고 있다. 언론인은 공정한 보도를 통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을 대변하는 일을 한다고 본다. 그런 것들을 잘 해주셨던 분이면 좋겠다."

- 파주가 국회의원선거에서 첫 분구가 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지.
"파주인구가 39만이고 연말이면 40만 명이 넘어간다. 하나의 국회의원이 감당치 못할 규모다. 국정을 운영하고 지역발전을 위할 심부름꾼 2명이 생긴 거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걸 잘 안다. 하지만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을 뽑으면 정치적 서비스를 2배로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파주 발전의 첫걸음이다."


- 4년 전 민주당 후보로 나와 실패를 맛봤다. 다시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심정이 어떤지.
"4년을 절치부심했는데, 드디어 시험 보는 날이 돌아와 너무 기쁘다(웃음). 전망이 없는 쪽에서 출발해, 있다는 쪽으로 변화 발전했다. 한 가장으로도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지역주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선거 떨어지면 떠날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곳에 남아 지역 현안과 함께 했다. 당시 선거 다음날 파주 전역을 돌며 고마웠다는 인사를 드리니 '파주에 출마한 정치인 중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파주가 보수적? 정치적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a

지난 4년 간 파주 곳곳을 누비며 지역 현안과 함께 했다는 윤후덕 후보 ⓒ 윤후덕 사무소


- 파주는 북한 접경지역이라 외부에서 볼 때는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날 바로 봉하로 가 하룻밤을 세우고 파주로 돌아와 시청부근 금촌역 광장에 분향소를 차렸다. 5일 동안 1만5000 넘는 시민이 참배를 와주셨다. 방명록에 개인 전화번호까지 적어주신 분만 8000이 넘었다. 그 방명록은 봉하 기록관에 접수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같은 일을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함께 슬퍼하고 토론하며 내린 결론은, 파주에서 끝없이 밀리기만 하던 진보와 개혁적 가치들이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파주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가장 큰 사건이었다."

-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이인재(52) 시장이 당선되기도 했다. 파주의 정치적 변화에 대해 어떻게 체감하는지.
"선거는 집권당에 대한 심판과 선택의 기능 등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당시 민심이 심판한 것이다. 우리도 결과를 보고 놀랐다. 파주에서 처음으로 야당 시장과 기초의원들을 만들어 낸 초유의 일이다.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이 된 혁명적 변화가 파주에 온 것이다. 역사의 기록이다. 당시 민주당 지구당 위원장이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4년 전에는 '민주당으로 되겠어?'라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없어졌다."

- 선거를 치를 갑 선거구는 운정 신도시 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상가나 관공서 등 도시 인프라 구성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운정 1·2지구 등 2기 신도시 사업이 작년 연말에 이미 끝났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재정 22조 원을 4대강 바닥에 쏟아 부으며, 중앙정부나 LH 공사 등의 재정이 파탄났다. 어느 곳은 상가 분양조차 못 하는 곳도 있다. 큰 문제고 과제다."

- 신도시 사업이 중단될 위기의 운정 3지구를 찾아다니며,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는 등 많은 지역 활동을 했다. 결국 운정신도시는 LH공사에서 사업 재개를 시작했는데.
"실제 LH에서 신도시 사업을 포기할 때 쯤 뛰어들었다. 물론 야당 원외 위원장이 예산을 따오거나 정책을 변경시킬 자리에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머리 깎고 단식한다고 장관이나 LH사장이 쳐다볼까? 그러나 내가 비대위를 찾아가면 여당 의원도 올 수밖에 없고, 삭발을 하면 상대방은 머리띠라도 둘러야 한다. '도대체 현역의원은 뭐하는 거야?'라는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마중물' 정치다. 상대 황진하 현역 의원도 노력하게 만들었고 적중했다. 내가 한 건 아니지만, '하게' 만들었다. 원내 활동은 못 했지만, 그런 식으로 여러 지역문제를 해결했다. 보람이 있다."

"국가재정은 4대강이 아닌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a

익살스러운 사진을 홍보 사진에 쓰고 있는 윤후덕 후보 ⓒ 윤후덕 사무소


- 참여정부 공직자 생활을 했다. 우리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원내 진출을 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는지.
"무엇보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가 가장 큰 문제다. 사회공동체를 유지하기 힘든 수준까지 오게 생겼다. 정치는 이 두 가지로 벌어질 사회적 재앙을 방지해야 한다. 그게 모든 정치인들의 가장 큰 과제다. 양극화는 세금으로 조절해야 한다. 부자증세를 할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도 근로자 평균 30%에서 50%로 올려야 한다.

또 저소득 층 아동들이 학교 안에 있을 때는 큰 차이가 안 나지만, 학교 문을 나서면 바로 차이가 생긴다. '갈토'가 '놀토'가 되며 학교 밖의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학교 가지 않는 날이 175일이나 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부모의 소득격차가 아이의 교육박탈이 되선 안 된다. 국회와 지자체, 지역 교육청이 함께 하는 '175일 희망 만들기 공동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하겠다. 국가 재정은 4대강 같은 곳에 투입할 게 아니라, 이런 곳에 쓰여야 한다."

- 파주는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지역이다. 군사적 냉전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주는 남북의 평화가 절실한 지역이다. 작년 임진각에 북쪽이 조준사격을 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지역 음식점들이 3개월 간 손님을 못 받았다. 이런 냉전이 파주의 지역 경제를 썰렁하게 만든다. 서민생활의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 간, 북미 간 평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평화만이 모두를 살게 하고, 파주의 문화와 경제를 꽃 피운다."

덧붙이는 글 | 나영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영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윤후덕 #정성근 #파주 갑 #파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2.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3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4. 4 어떤 고위 공직자에게 하고 싶은 말 "ㄱㅈㄱ ㅅㅅㅇ ㅈㅋㅈ"
  5. 5 윤석열 정부, 가나 빚 상환유예... 가나 전 대통령 '땡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