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후보와 친인척 12명, 한 시골집에... 왜?

[총선 현장- 하동] 부재자 투표신고율 1위의 '불편한 진실'

등록 2012.04.06 11:36수정 2012.04.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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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4.11총선 부재자 투표가 시작됐다. 박빙의 대결이 펼쳐지는 격전지가 많은 이번 총선. 부재자투표도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사천·남해·하동선거구 중 특정지역에서 부재자투표 신청 비율이 월등히 높아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곳 선거구는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세 지자체가 모여 있어 표심도 지역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남해·하동선거구가 사천선거구와 통합되면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공천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명부를 확정한 자료에 따르면, 부재자신고인 수가 지자체별로 큰 차이가 났다.

 부재자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천남해하동선거구에서도 지자체별 부재자투표인 수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하동군은 열에 한 명 꼴로 부재자투표를 신청한 상황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진다.
부재자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천남해하동선거구에서도 지자체별 부재자투표인 수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하동군은 열에 한 명 꼴로 부재자투표를 신청한 상황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진다.하병주

세 지자체 중 부재자신고인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하동군이다. 선거인 수 4만6073명 가운데 4154명이 부재자신고를 해 그 비율이 9.0%에 이른다. 사천시 2.7%(선거인 수 9만1059명, 부재자 2436명), 남해군 3.6%(선거인 수 4만3114명. 1536명)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부재자비율 9.0%는 10명 중 1명 가까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다는 것으로, 이는 경상남도는 물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부재자신고 비율이 전국 평균 2.2%, 경상남도 평균 2.7%였던 점에 비춰 봐도 하동군의 부재자신고 비율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높다. 당시 하동군의 부재자신고 비율은 지금보다 더 높은 9.3%로, 역시 전국 지자체 중 최고였다.

경남 하동, 왜 부재자신고가 높을까


일반적으로 부재자신고 비율이 높다는 것은 투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하동군의 부재자신고 비율 '으뜸'을 바라보는 눈길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하나는 하동군 유권자들의 독특한 '선거 열정'이란 해석이고, 나머지 하나는 조직적으로 부재자신고가 진행됐을 가능성이다.

 지난 18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결과. 하동과 남해의 표심이 극명하게 갈렸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8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결과. 하동과 남해의 표심이 극명하게 갈렸음을 알 수 있다.하병주

하동군의 높은 부재자신고 비율을 좋게 해석하는 근거는 18대 선거에서 기인한다. 당시 여상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각각 하동과 남해를 지역배경으로 출마했고, 선거구도 역시 지역대결 양상으로 짜였다. 당시는 선거구가 사천시와 합쳐지기 전으로, 남해·하동 선거구였다.


투표 결과 여상규 후보는 하동에서 82.14%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했고, 김두관 후보는 남해에서 67.73%의 지지를 받아 낙선했다. 두 지역의 유권자 수가 엇비슷한 점에 비춰보면 하동군 유권자의 지역투표가 힘을 더 발휘한 셈이다.

하동군 유권자가 이처럼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은 후보자의 경쟁력뿐 아니라, 18대 총선 이전까지 남해 출신인 박희태 의원(새누리당)이 13대 때부터 5선을 연임함으로써 '20년 이상 하동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인식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17대 총선에서 3.5%에 그쳤던 부재자신고 비율이 18대에서 9.3%로 급증했고, 19대 총선에까지 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하동군의 높은 부재자신고 비율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하동군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높이 사더라도 타 지자체보다 월등히 높은 부재자신고 비율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자체별 부재자신고 비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곳은 경북 울릉군으로 7.0%, 그리고 세 번째가 4.8%인 충남 계룡시와 전남 무안군이다. 그밖에는 대체로 1~3%대였다. 두 개 이상의 지자체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 이른바 '소지역주의 대결'을 펼치는 곳이 상당수인 점을 감안하면, 소지역주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총선 1년 앞두고 인구 늘었다가 끝나면 다시 줄어... 이유는?

 하동군의 지난 10년간 인구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국회의원선거 직전에 인구가 크게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하동군의 지난 10년간 인구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국회의원선거 직전에 인구가 크게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하병주

그 단서가 되는 통계수치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총선 때마다 급증하는 하동군 인구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 년의 하동군 인구추이를 보면, 대체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1년 전 인구가 2000명 정도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2003년, 2007년, 2011년의 인구가 그 앞뒤 해에 비해 인구가 훨씬 많다.

이는 선거구획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에 인구하한선에 걸려 '선거구가 통폐합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지자체의 자구책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하동군과 남해군은 총선을 앞두고 인구유입책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거주지를 실제로 옮겨오기보다 주소만 옮겨두고 평소 사는 곳에서 계속 생활하기에, 선거구획정 문제가 끝나면 주소를 원래대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하동군의 2011년말 인구는 5만4332명이었지만 불과 2개월 만인 올해 2월에는 5만2722명으로 줄었다. 그러다가 2012년에 다시 인구수가 5만 4451명으로 늘어났다. 다시 1729명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나타난 부재자투표 신청 현황. 사천시와 남해군에 비해 하동군이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과 이번 19대 총선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나타난 부재자투표 신청 현황. 사천시와 남해군에 비해 하동군이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과 이번 19대 총선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하병주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4.11총선에서 끝까지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부재자투표에 참여할 개연성이 있다. 참고로 2010년의 하동군 인구는 5만1859명이었다.

실제로 하동군 옥종면의 한 세대에서는 유권자 9명 중 6명이 인근 진주시에서, 나머지 1명은 창원시에서 부재자투표를 하겠노라고 신청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같은 시골집에 주소지 둔 여상규 후보 친인척

 여상규 후보의 큰형 집으로, 여 후보가 주소를 두고 있는 곳이다.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이 집에 5세대, 12명의 유권자가 살고 있다.
여상규 후보의 큰형 집으로, 여 후보가 주소를 두고 있는 곳이다.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이 집에 5세대, 12명의 유권자가 살고 있다.하병주

경남 하동·남해·사천에 출마한 여상규 새누리당 후보에게도 의심어린 눈길이 쏠린다. 여 후보를 포함해 친인척 12명이 하동의 집 한 곳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여 후보 측은 자기 주소지가 돼 있는 집에 "친척 누가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위장전입 논란까지 일 수 있는 상황이다.

여 후보의 주소지는 자신의 고향인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여 후보의 친형이 사는 곳으로, 옛 초가지붕을 슬레이트지붕으로 개조한 평범한 농촌 시골집이다.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이곳에는 여 후보와 그의 형님 내외를 비롯, 5세대 12명의 선거인이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3일 해당 주소지를 찾아 마을주민 등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평소 거주하는 사람은 여 후보의 형 내외 두 사람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 후보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형님 내외가 주로 살고, 형님이 큰아들이기 때문에 친척들이 많이들 오곤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집에 누가 살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하동의 부재자투표 신청인 가운데 거소투표자가 유독 많은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하동군 부재자투표 신청인 4153명 가운데 거동이 불편해 거소투표를 신청한 선거인은 1137명이다. 하동보다 선거인수가 2배나 많은 사천시의 경우 540명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하병주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비슷한 기사가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하병주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비슷한 기사가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동 #부재자투표 #여상규 #총선 #여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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