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이 감옥에...G20 중에 한국만 이렇습니다

[주장]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대체복무제 도입 미루지 말아야

등록 2012.05.15 10:02수정 2012.05.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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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적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이야기다. 2001년 12월 17일 오태양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으로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으니 10년이 훌쩍 넘었다는 것이요, 그럼에도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으니 변한 것이 적다는 소리다. 일반 국민의 정서나 법원 판결문의 행간에서 미약하게나마 변화가 감지되었기에 '없다'가 아닌 '적다'로 표현했을 뿐이다.

지난 4월 30일, 병역 거부를 선언한 유윤종씨가 검찰청에 자진 출두했다. "개인적으로는 양심,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는 법관의 판결문에서 변화를 읽을 수 있었지만, '재판은 개인의 신념이 아닌 법관 일반의 양심과 신념으로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결국 유윤종씨는 징역 1년 6개월 선고를 받았다. 총을 들지 않기 위해선 전과자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5월 15일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알고 계셨나요?


2012 세계병역거부자의날 기념 자전거행진 '평화의 페달을 밟자' 행사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12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노란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하나둘 여의도 공원에 모이기 시작했다. 티셔츠에는 '구럼비를 죽이지 마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과 후원인들의 모임 '전쟁 없는 세상'과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가 공동 주최한 '평화의 페달을 밟자'라는 행사의 시작이다.

이 행사는 5월 15일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치러졌다. '전쟁 없는 세상'의 활동가 여옥씨는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은 "1980년대에 세계 병역거부자 회의에서 논의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2003년부터 이 날(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이 날 행사 참가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국회 앞과 국방부 앞을 지나 조계사 강정캠프로 향했다.

여옥씨는 "병역거부 문제는 단순히 병역거부자들만이 아니라 이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사람들, 또 전쟁으로 위협 받는 기업이나 정치인들이 모두 연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환경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올해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주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공론화된 지 10년, 큰 변화 없어... 국회의 의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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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얼굴> 표지 ⓒ 교양인


한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장 가혹한 나라다. 흔히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물론이고, 대상을 전체 나라로 확대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구속하고 있는 나라는 4개 국가에 불과하다. 약 800여 명이 이 문제로 수감되어 있는 한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병역거부자가 수감된 나라다.

여옥씨는
'G20 국가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징역을 주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말에 "안타깝다"며, "이 문제가 공론화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큰 변화가 없다, 국회 등 제도권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해결을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고, 유엔인권이사회 역시 국제 규약에 따라 한국 정부가 병역거부와 관련해 효과적 구제 조처를 할 것을 권고했으나 실제로 변한 것은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며, 현실화되는 듯 했던 대체복무제 도입은 도리어 퇴보했다. 아직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실제 지난 1월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신학용(민주통합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대체복무 허용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과반을 조금 넘는 54.1%의 응답자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현역과의 형평성과 군 사기 저하' 등의 이유로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대체복무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다.

대체복무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이미 20만 명 이상이 대체복무제를 통해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다룬 책 <평화의 얼굴>(김두식 저, 교양인 펴냄)에 의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병역거부 자격요건을 엄격히 심사하고, 이들에게 현역보다 4개월여 긴 근무 기간을 부과한 결과, 병역거부자는 크게 늘지도 않았을 뿐더러 우려했던 병역기피 사례 역시 없었다고 한다. 결국 제도만 제대로 만들 수 있다면 국민이 우려하는 문제들은 기우로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만도 대체복무제 시행... 한국이라고 못할 것 없어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태양씨는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고 말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로마시대의 전략가 베게티우스의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를 정면으로 부정한 말이다.

실제 베게티우스의 이 말이 유효했던 시대는 지났다. 아직 '휴전' 중인 한국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지만,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대만 역시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서독 역시 동독과 대치했던 시절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다. 우리라고 못 할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평화주의자이자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명언이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12일 여의도 공원에서 받은 평화활동가 여옥씨의 명함 뒷면에도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행해지는 어떠한 폭력도 인정할 수 없다는 선언이리라. 5월 15일,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앞둔 지금, 새겨볼 만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윤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윤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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