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청소 노동자 대행진(2012년 6월 15일 서울 홍대 앞)
공공운수노조
푹푹 찌는 여름날, 서울은 노동자들에게는 전쟁터다. 잘 알려진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은 물론, 6월 말 필자가 속한 공공운수노조에서도 서울과 인근에서만 다섯 곳에서 농성투쟁이 진행되고 있었다(이 중에 두 군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봄부터 진행된 홍익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홍대정문 농성, 버스노동자들의 교통회관 철탑농성, 전주대·비전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상경농성, 화물연대 파업투쟁과 함께 시작된 서울경인지부장의 고공농성, 그리고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정을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의 국회 앞 농성 등이 그것이다.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업종과 고용형태의 다양성이 드러난다.
노조인정과 단체협약 준수를 요구하면서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민주버스본부 서경지부 박상길 지부장은 한 인터뷰에서 "산업노조가 없었다면 전북버스투쟁, 삼화고속투쟁, 서경지부 투쟁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산별노조운동이 우여곡절과 위기를 겪고 있고 바뀌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운동이 나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투쟁 속에 있는 노동자들은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06년 말 만들어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작년 6월에 통합하여 만들어진 산별노조다. 지난 1년간은 산별노조의 성과와 과제를 동시해 확인해온 기간이었다. 이 글에서는 공공운수노조의 경험을 통해서 비정규직 조직화와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는 두 측면을 중심으로 산별노조 운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려 한다.
공공운수노조 내 비정규직 비율이 40%... 산별노조의 성과먼저, 노조운동이 나가야 할 지향으로 가장 강조되곤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산별노조의 의미를 돌아보자. 공공운수노조는 설립 당시 조합원 약 5만여 명으로 출발하여, 1년 만에 약 1만4000명의 조합원이 새로 가입하는 등 크게 증가했다. 늘어난 조합원 1만4000명의 7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주로 기존 기업별노조가 조직을 전환하거나 어용노조가 이미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민주노조가 출현한 경우였지만, 비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이전에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니었던 노동자들이 가입한 경우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물론 이렇게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반드시 산별노조의 사업의 결과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산별노조의 몇몇 사업들은 중요한 조합원 확대요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 자체가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쉽게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조합비의 일부를 할애하여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전략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버스노동자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간병·요양 노동자, 인천공항 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육노동자, 청소용역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조직화 사업단과 지역본부를 통해 활발한 조직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 영역 중 일부에서는 조합원이 크게 늘어났다. 예를 들어 버스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신규조직화와 노조 민주화를 통해 조합원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전국학교회계직연합이라는 업종단체가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약 4000명 이상 확대되어 곧 조합원 1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산별노조에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은 기존의 조합원이 기여하는 자원을 활용한 조직화 사업 지원이 요인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노동자들이 단결하기 쉬운 틀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외주화, 용역화가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주된 전략이 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주로 중소영세사업장에 분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업노조로서 산별노조가 더욱 의미를 갖는다. 개별 사업장에서 기업별노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미 비슷한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있는 산별노조 가입으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조직이 크게 확대된 결과, 공공운수노조의 전체 조직 구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물론, 공공운수연맹 내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별노조의 비율을 모두 고려하면, 연맹 내에서는 약 23% 정도의 비율을 보여준다).
공공부문 사용자는 '정부'... 산별교섭으로 사회적 쟁점 다룰 수 있어